9. 복사에너지 불균형(EEI): 유입과 방출의 불균형

지구는 현재 약 1.0 W/m² 수준의 복사에너지 불균형(EEI) 상태로, 이는 온실가스 증가와 에어로졸 감소로 인해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고 덜 방출하기 때문이며, 초과 에너지의 대부분은 해양(90% 이상)에 저장되어 기후 반응을 지연시키고 있다.

"기후 반응 시간"은 지구가 받는 에너지(복사 강제력)가 즉시 지표면의 기온 상승으로 나타나지 않고 해양과 대기의 순환 피드백에 따라 수십 년 이상 걸릴 수 있다. 따라서 CO₂ 농도가 2배로 증가하더라도, 대기 온도는 즉시 3~4°C 오르지 않고,수십 년에 걸쳐 천천히 상승한다. 이것이 바로 기후 반응 시간(climate response time)이며, "지연"의 본질이다.

하지만 심각한 것은 '반응 지연'이 정책적 긴박성을 늦추는 심리적 요인으로 작용하여 기후 변화 대처를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EEI는 복사 강제력의 결과로 나타나는 실제 에너지 축적의 지표이며, 지구 평균 기온 상승과 해수면 상승, 극한 기후를 유발하는 기후 변화의 핵심 원인이다.

복사 에너지 불균형(EEI)

복사 에너지 불균형
2005년 이후 2022년 8월까지 지구는 평균 1.0W/m² 수준의 에너지 불균형(EEI)이 발생하고 있다. 표는 2014년 9월 ~ 2022년 8월 1.15 W/m²(최근 8년 평균), 2019년 9월 ~ 2022년 8월 1.22 W/m²(최근 3년 평균)을 보여주고 있지만 2005년 7월 ~ 2015년 6월까지는 0.71 W/m²로서 2005년 이후 전체 평균 EEI는 약 1.0 W/m² 전후로 추정된다. columbia.edu


하지만 산업화 이후 태양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복사에너지는 일정하지만 온실가스(이산화탄소(CO₂), 메탄 등) 배출이 증가하면서 알베도(반사율) 효과 증가,1) 온실가스 농도 증가, 대기 입자(에어로졸) 증가2) 등으로 인해 열 복사에너지가 방출하지 못하고 지구에 갇히게 되어 지구가 우주로 방출하는 에너지는 줄어들고 대신 지표면으로 방출하는 역방사 에너지는 많아지게 되었다. 이 과정은 지구 시스템에 추가적인 에너지를 축적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지구의 온도는 점점 올라간다. 온실가스는 지구의 열 복사 에너지를 흡수하고 다시 방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기 중 온실가스가 많아지면 지구의 복사 에너지가 우주로 충분히 나가지 못해3) 지구는 더워진다.

복사 에너지 불균형의 메커니즘

그 결과 ‘복사에너지 불균형(Earth’s Energy Imbalance, EEI) columbia.edu Wikipedia NASA Earth Observatory이 발생했다. EEI는 지구 시스템으로 들어오는 에너지가 우주로 방출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을 때 발생한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와 지구가 우주로 방출하는 에너지가 균형을 이루며, 지구의 평균 온도는 일정하게 유지된다. 지구가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유입되는 태양 복사 에너지의 양과 우주로 방출되는 에너지의 양이 정량적으로 동일해야 한다.

그러나 온실가스는 지표면에서 방출되는 적외선 복사 에너지를 흡수한 후 일부를 다시 지표로 되돌리는 '역방사'역할을 하며, 이 과정에서 복사 에너지의 흐름이 교란된다. 이로 인해 지구가 방출하는 에너지는 줄어들고, 그 결과 복사 에너지 불균형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불균형은 지구가 점차 더 많은 에너지를 내부에 축적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지표와 대기의 온도 상승, 즉 지구온난화를 초래한다.

복사 에너지 불균형 메커니즘은 지구 시스템이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와 우주로 방출하는 에너지 간의 차이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다. EEI는 현재 진행 중인 기후 변화의 물리적 기반 중 하나로,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하는 직접적인 원인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복사 에너지 불균형의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기준이 되는 '에너지 균형 상태'를 먼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앞서 『지구온난화 메커니즘 4: 복사 에너지 예산』에서 상세히 설명한 바 있으므로, 그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 간략히 요점만 정리해보자.

에너지 흐름의 분석 과정에서 알 수 있었던 것은, 에너지 유입과 방출의 균형은 지구 복사 시스템의 핵심이며, 수백만 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온 자연적 메커니즘이지만, 이러한 균형은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CO₂) 농도의 증가나 에어로졸 감소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쉽게 교란될 수 있다. 온실가스가 증가하면 대기에서 흡수된 에너지 중 더 많은 양이 역방사 형태로 지표로 되돌아오게 되며, 이는 지표의 열 에너지 축적을 증가시킨다는 점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지구가 여전히 평균적으로 약 240 W/m²의 에너지만을 우주로 방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방출량이 일정한 상황에서 대기에서 유입되는 에너지가 증가하면, 그 초과된 에너지는 지구 시스템 내부에 그대로 축적된다. 이렇게 축적된 에너지는 지표면과 대기의 열 함량을 점진적으로 증가시켜 지표 와 대기 온도를 상승시켜 결과적으로 지구온난화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태가 바로 복사 에너지 불균형이며,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원인이다

복사 에너지 불균형 수치

이처럼 유입과 방출의 차이로 인해, 현재 지구의 복사 에너지 불균형은 2005년 약 0.5W/m²에서 2019년 사이 약 1.0W/m²으로 두 배 증가했다.RealClimateNASA

이는 산업화 이후 온실가스 증가로 인해 지구 시스템이 흡수하는 에너지가 방출하는 에너지보다 약 1.0 W/m² 더 많은 양이라는 뜻이며, 이러한 에너지 불균형은 위성 자료와 해양 열 축적 데이터를 통해 측정된다.4)

아래 그래프는 지구 시스템의 복사 에너지 예산과 실제 열 축적량(Planetary Heat Uptake)의 연도별 변화(2005~2019년)를 보여준다. NASA CERES 위성 관측자료와 해양 관측 시스템의 데이터를 결합한 결과로, 지구가 흡수한 에너지와 방출한 에너지 사이의 불균형을 정량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EI 연도별 변화 그래프

주황색 선은 위성 데이터(CERES)를 기반으로 한 TOA(Top of Atmosphere) 순복사 에너지를 나타낸다. 이는 지구가 방출한 장파 복사 에너지와 흡수한 단파 복사 에너지의 차이이며, 값이 0보다 크면 에너지가 축적된다.

두 곡선이 비슷한 경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위성 측정과 해양 관측이 서로를 잘 뒷받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점선으로 표시된 추세선을 보면, 지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다.

청록색 선은 Argo 부이 등을 통해 측정된 해양 내부의 열 함유량 증가를 반영한 것이다. 지구는 흡수한 에너지의 90% 이상을 바다에 저장하므로, 해양 열 축적은 지구 에너지 불균형의 대표적인 지표다.5)

2005년 이후 평균적으로 약 0.8 W/m²의 에너지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 열은 해수 온도 상승, 극한기후, 빙하 융해,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이어진다. IPCC AR6, WG1 보고서 기준(2006–2018년)으로 보면 지구 평균 복사에너지 불균형은 +0.79 ± 0.12 W/m²이다. 이를 감안하면 복사 에너지 불균형 수치는 1.0W/m²으로 보는 것이 적당하다.

EEI는 온실가스 증가와 에어로졸 감소로 인해 가속되고 있다. 이 초과 에너지는 대부분 해양에 저장되어 기후 반응을 지연시키고 있지만, 결국 더 큰 온난화를 유발한다. 

여기서 "기후 반응 지연"이란 지구가 받는 에너지(복사 강제력)가 즉시 지표 기온 상승으로 나타나지 않고 수십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반응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바다는 열용량이 매우 커서 온도가 쉽게 변하지 않고, 초과 에너지의 90% 이상을 바다가 흡수하면서 지표의 온도 상승이 늦춰지고, 얕은 해수층과 깊은 해수층 사이에 에너지가 느리게 섞이며, 열이 깊이 저장되어 당장 기온 상승에 나타나지 않으며, 초기에 구름이 복사 균형에 영향을 주며 일시적으로 에너지 유출을 늘리거나 줄여 반응을 지연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기후 반응 시간"은 해양 혼합과 구름의 초고속 피드백에 따라 수십 년 이상 걸릴 수 있다. 따라서 CO₂ 농도가 2배로 증가하더라도, 대기 온도는 즉시 3~4°C 오르지 않고,수십 년에 걸쳐 천천히 상승한다. 이것이 바로 기후 반응 시간(climate response time)이며, "지연"의 본질이다.

요약하자면, 기후 반응 지연은, 지구는 받는 에너지에 대해 즉각 반응 하지 않고, 해양과 대기 시스템의 완충 작용으로 인해 점진적으로 기후 변화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심각한 것은 '반응 지연'이 정책적 긴박성을 늦추는 심리적 요인으로 작용하여 기후 변화 대처를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1.0 W/m²의 에너지는 어느 정도의 규모인가?

1.0 W/m²의 에너지를 하루 석유 소비량으로 환산하면 약 72억 2천만 배럴에 해당하는 에너지고, 하루에 약 400,000개의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폭발하는 것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지구가 흡수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1.0 W/m²의 에너지는 상상 이상으로 방대한 규모이며, 지구 전체에 걸쳐 축적될 경우 기후 시스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지구 시스템은 이렇게 초과된 에너지를 계속해서 품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지구는 궁극적으로 복사 평형을 회복하려는 방향으로 반응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지구는 더 많은 에너지를 우주로 방출하기 위해 자신의 표면 온도를 높여야 하며, 이 과정의 물리적 원리를 설명하는 데 사용되는 것이 스테판-볼츠만 법칙이다.

이 법칙에 따르면, 흑체(또는 근사 흑체)6)가 단위 면적당 방출하는 복사 에너지는 그 표면의 절대온도(T)의 네 제곱에 비례한다. 다시 말해, 온도가 높을수록 복사 에너지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 법칙을 작은 변화량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미분 근사식이 도출된다:

ΔT≈ΔE÷4σT³

여기서 σ(시그마)는 스테판-볼츠만 상수(5.67×10⁻⁸ W/m²·K⁴), T는 지구 평균 온도 약 288K(15°C)다. 이 값을 대입하면, 분모인 4σT³는 약 5.42 W/m²·K로 계산된다. 따라서 복사에너지 불균형이 1.0 W/m²일 경우, 지구 표면 온도는 1÷5.42=약 0.18°C 상승해야 복사 평형을 회복할 수 있다. 즉, 초과 에너지 1.0 W/m²를 방출하기 위해서는 0.18°C가 상승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온도 상승은 단순히 초과 에너지를 방출하기 위한 수동적 조정값이 아니다. 지구 시스템에는 온도 상승을 더욱 증폭시키는 양의 피드백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극지방의 해빙과 빙하는 태양빛을 반사하는 역할을 하지만, 이들이 녹으면 더 많은 태양에너지가 흡수되어 온난화가 가속된다. 또한, 따뜻해진 대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포함하게 되는데, 수증기는 강력한 온실가스로 작용해 복사 강제력을 더욱 높인다. 이 외에도 영구동토층에서 방출되는 메탄, 해양의 CO₂ 흡수력 약화 등도 온난화를 가속하는 주요 요인이다.

결국, 복사 에너지 불균형이 유도하는 온도 상승은 다시 더 큰 에너지 불균형을 유발하며, 온난화는 선형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가속 곡선을 그리게 된다. 따라서 EEI는 단순히 현재의 에너지 잔고를 나타내는 수치가 아니라, 지구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열을 축적할 것인지, 그리고 그에 따라 얼마나 심각한 기후 변화가 일어날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지표이다. 이것이 바로 과학자들이 EEI를 소위 "열의 미래 예약"이라 부르는 이유다.7)

하지만 추가적인 에너지가 축적될 경우, 즉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여 지구가 더 많은 열을 저장하게 되고 온도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에너지 불균형 1 W/m²당 지구의 평균기온은 지금보다 더 상승할 것이다.

EEI가 양수라는 것은 지구가 우주로 방출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다는는 뜻이다. 그러니까 현재 복사에너지 불균형(EEI)은 양수 1.0 W/m²라는 것이다. 비록 현재 지구의 기온이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지구가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게 되어 기후 변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

복사 강제력은 지구의 에너지 균형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개념으로, 태양으로부터 유입되는 에너지와 지구에서 방출되는 에너지 간의 변화를 일으키는 다양한 요인들을 설명한다. 특히, 온실가스 증가와 같은 요인은 지구가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도록 만들어 복사 강제력을 증가시킨다.

이러한 복사 강제력은 결국 복사 에너지 불균형으로 이어지며, 지구가 실제로 흡수하고 방출하는 에너지 간의 차이를 나타낸다. 이제 복사 강제력과 복사 에너지 불균형 간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복사 강제력과과 복사 에너지 불균형의 관계MIT Climate Portal위키피디아

복사 강제력과 복사 에너지 불균형은 지구 기후 시스템에서 에너지가 어떻게 흡수되고 방출되는지에 대한 중요한 개념이다. 복사 강제력은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와 방출하는 에너지 간의 변화를 유발하는 요인들을 설명하며, 이는 궁극적으로 지구의 에너지 불균형을 초래한다. 복사 에너지 불균형은 이러한 강제력의 결과로, 지구가 에너지를 축적하거나 방출하는 차이를 나타낸다. 이 둘의 관계는 기후 변화의 핵심이며, 복사 강제력이 증가할수록 에너지 불균형이 심화되고, 이는 지구 온난화로 이어진다. 더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복사 강제력(Radiative Forcing)은 태양으로부터 지구로 유입되는 에너지와 지구에서 우주로 방출되는 에너지 간의 차이를 나타낸다. 이 값은 온실가스 증가나 태양 복사 변화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며, 이러한 변화가 지구의 에너지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한 것이다.

반면에, 복사에너지 불균형(Earth Energy Imbalance, EEI)은 실제로 지구가 흡수하고 방출하는 에너지 간의 차이를 의미한다. 즉, 지구가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고 덜 방출하면 양의 에너지 불균형이 발생하여, 지구가 에너지를 축적하고 기온이 상승하게 된다. 에너지 불균형은 복사 강제력으로 인해 나타나는 결과다.

예를 들어, 1 W/m²의 추가 복사 강제력은 지구가 더 많은 에너지를 축적하게 하여 에너지 불균형을 유발하고, 그 결과 지구 기온이 상승한다. 즉, 복사 강제력은 에너지 불균형의 원인이고, 에너지 불균형은 그 결과로 나타나는 상태다.

복사 강제력과 에너지 불균형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같은 개념은 아니다. 복사 강제력은 온실가스, 에어로졸 등 외부 요인들이 지구 에너지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며, 이론적으로 계산된 값이다. 반면, 복사에너지 불균형은 실제로 측정된 값으로, 지구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는지를 실질적으로 보여준다.

두 개념을 구분하는 중요한 이유는 시간적 차이와 물리적 차이에 있다. 복사 강제력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의 변화와 같은 즉각적인 변화를 설명하지만, 에너지 불균형은 시간이 지나면서 지구 시스템이 에너지를 어떻게 축적하는지를 측정한다. 복사 강제력은 에너지가 얼마나 더 유입되거나 덜 나가는지를 계산하는 반면, 에너지 불균형은 그 결과로 지구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남아 있는지를 설명한다.

두 개념은 모두 지구 에너지 시스템의 평균 기온 변화를 설명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적용 방식과 온도 상승을 계산하는 방법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복사 강제력은 온실가스 농도 증가, 에어로졸 변화, 태양 복사량 변화 등 외부 요인들이 지구의 에너지 흐름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이는 일종의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며, 단위 면적당 몇 와트의 에너지가 추가적으로 지구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수치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산업화 이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약 280ppm에서 420ppm으로 증가하면서 약 2.17W/m²의 복사 강제력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복사 강제력에 따른 온도 상승은, 본편 『지구온난화 메커니즘5: 복사 강제력』에서 설명한 것처럼 경험적으로 도출된 ‘기후 민감도 계수’를 사용하여 계산한다. 기후 민감도는 복사 강제력 1W/m²당 지구 평균 온도가 얼마나 상승하는지를 나타내는 값으로, 일반적으로 0.5~1.2°C/W/m²의 범위 내에서 설정된다. 이때 온도 상승량은 단순한 물리적 계산이 아니라, 수증기 피드백, 빙하 알베도 효과, 구름 변화 등 여러 복합적인 기후 반응을 포함하는 통계적 추정이다. 따라서 복사 강제력 기반의 온도 계산은 지구 시스템 전체가 장기적으로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예측하는 데 적합하다.

반면 복사 에너지 불균형은 지구가 실제로 흡수한 에너지와 방출한 에너지 간의 차이를 직접 측정한 값이다. EEI 수치 약 1.0W/m²은 현재 지구가 방출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다는 뜻이며, 지구 시스템은 그만큼의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때 지구가 복사 평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초과된 에너지만큼을 더 방출할 수 있도록 표면 온도를 높여야 한다. 이 온도 상승은 앞서 설명한대로 스테판-볼츠만 법칙을 기반으로 한 물리학적 계산을 통해 구할 수 있고, 단위 면적당 1.0W/m²의 초과 에너지를 방출하기 위해서는 지표 온도는 약 0.18°C 상승해야 한다는 계산이 도출되었다.

그런데 “복사 에너지 불균형(EEI)은 1.0 W/m²이고, 이로 인한 즉각적인 온도 상승은 계산상 0.18°C 정도인데, 실제로는 어떻게 해서 1.5°C나 상승한 걸까?”

하지만 지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복사 에너지 불균형(약 1.0 W/m²)은 이 온도 상승의 전체 원인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값은 아니다. EEI는 지금 이 순간 지구가 추가로 축적하고 있는 에너지의 양을 나타내며, 말하자면 지구가 아직 방출하지 못한 ‘열의 잔고’를 의미한다.

반면, 지금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했다는 사실은 지난 150년간 축적된 복사 강제력의 누적 효과와 그에 대한 지구 시스템의 응답을 반영한 결과이다. 산업화 이후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에서 420ppm으로 증가했고, 이 변화는 약 2.17 W/m²의 복사 강제력을 만들어냈다. 이 복사 강제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구 기온을 점진적으로 상승시켜 왔으며, 수십 년에 걸쳐 해양, 대기, 빙하, 육지 생태계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에너지가 축적되었다.

기온 1.5도 상승은 단순히 ‘EEI로 인한 직접적 반응’이 아니라, 복사 강제력과 그로 인한 피드백이 오랜 시간 누적된 결과이다. 반면, 현재 EEI 1.0 W/m²는 지금 이 순간 지구가 여전히 방출하지 못하고 계속 흡수하고 있는 초과 에너지를 나타낸다. 쉽게 말해, 1.5도는 지금까지 벌어진 '사건'(에너지 축적)의 총합, 1.0 W/m²는 앞으로 벌어질 일의 예고편인 셈이다.

더욱이 EEI는 해양이 대부분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지표 온도로 반영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에너지는 결국 지표로 전달되며, 해양이 더는 흡수를 감당하지 못하는 순간에는 지표 온도는 더 빠르게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EEI는 기온 상승을 “즉각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지구가 아직 방출하지 못한 미래의 온도 상승 가능성, 한번 더 강조하자면 '열의 미래 예약'을 나타내는 물리적 지표로 이해해야 한다.

요약하자면, 기온 1.5도 상승은 복사 강제력의 장기 누적 효과이며, EEI 1.0 W/m²는 아직 반영되지 않은 남은 열의 크기다. 따라서 EEI가 양수인 한, 지구는 아직 덜 뜨거워졌을 뿐이며, 더 뜨거워질 운명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복사 강제력은 미래 기후변화를 유도하는 원인으로, 복합적인 기후 반응을 반영한 경험적 예측을 통해 온도 상승을 계산하는 데 사용되며, EEI는 현재 지구가 물리적으로 축적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복사 평형 회복에 필요한 즉각적인 온도 보정을 계산하는 데 사용된다. 두 개념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지만, 함께 해석할 때 지구가 에너지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변화해가는지를 보다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결론

지구 시스템에서 복사 에너지 불균형(EEI)이 지속되면, 지구는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내부에 축적하게 된다. 그 결과 지표와 대기의 온도는 상승하고, 이는 폭염, 가뭄, 홍수와 같은 극단적인 기후 현상의 빈도와 강도를 증가시킨다. 해양은 높은 비열(比熱, Specific Heat Capacity)8)로 인해 대부분의 초과 에너지를 흡수하지만, 이 과정에서 해수 온도가 점차 상승하고, 열팽창과 극지방 빙하의 해빙(解氷)으로 인해 해수면 상승이 가속화된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기후의 물리적 양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해양 산성화, 수온 변화, 기후대의 이동 등은 생물의 서식지와 생존 조건을 변화시키며, 궁극적으로는 생물 다양성 감소, 종의 멸종, 먹이사슬의 붕괴와 같은 생태계 전반의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복사에너지 불균형은 지구가 흡수하는 열 복사 에너지는 증가하는 반면, 우주로 방출하는 에너지는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지구 시스템의 에너지 흐름에 구조적인 불균형을 초래한다. 이러한 불균형은 단순히 온도 변화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전체 시스템의 에너지 순환을 왜곡시키는 근본적인 동력이다.

결국, 지구 온난화는 복사에너지 불균형으로 인해 강화된 온실효과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온실가스가 증가하면서 대기는 더 많은 열을 가두고, 역방사는 강화되며, 이로 인해 지구는 흡수한 에너지를 충분히 방출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스스로를 증폭시키는 양의 피드백 고리를 형성하며, 점점 더 큰 온도 상승과 기후 불안을 유발하게 된다.

따라서 복사 에너지 불균형은 오늘날 지구온난화의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원인이며, 그 영향은 단순한 기온 상승을 넘어 기후 시스템, 해양, 생태계, 인간 사회 전반에 걸쳐 장기적이고 심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끝)

📌 주(註)

1) 알베도는 지표면이나 대기에서 반사되는 태양 복사의 비율을 의미한다. 눈, 얼음, 구름은 태양 복사를 많이 반사하여 알베도를 높이지만, 삼림이나 도시 지역은 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하여 알베도를 낮춘다. 빙하가 녹으면 반사되는 에너지가 줄어들고, 지구는 더 많은 태양 복사를 흡수해 기온이 상승할 수 있다.

2) 에어로졸 입자는 구름 형성에 기여하며, 일부는 태양 복사에너지를 반사하여 지구를 냉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검은 탄소 입자와 같은 에어로졸은 태양 에너지를 흡수해 지역적 온난화를 유발할 수 있다.

3)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CO₂)는 장파 복사인 적외선을 포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4) NOAA와 NASA 연구원들은 2005년에서 2019년까지 지구의 에너지 불균형이 약 두 배로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이 연구는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와 우주로 방출하는 에너지 사이의 불균형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 기간 동안 지구가 흡수하는 에너지가 방출되는 에너지보다 많아지면서 지구는 더 많은 열을 저장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에너지 불균형을 측정하는 데 사용된 주요 도구는 NASA의 CERES(Clouds and the Earth's Radiant Energy System) 위성 센서다. 이 센서는 지구의 복사 에너지 흐름을 감지하고, Argo 해양 부표 시스템은 전 세계 바다의 온도 변화를 추적합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90% 이상의 잉여 에너지가 해양에 흡수되며, 이는 지구 온난화의 중요한 지표면로 사용된다.

에너지 불균형의 증가는 주로 온실가스 배출과 물 증기 증가, 구름 감소, 해빙 감소 등으로 인해 발생했다. 온실가스는 지구 대기에서 열을 가두어 더 많은 복사 에너지를 방출하지 못하게 만들고, 해양의 따뜻한 물이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함으로써 불균형을 악화시켰다.RealClimateNASA (Langley Research Center)

5)"해양은 지구 에너지 불균형(EEI)의 90% 이상을 저장하며, 이로 인해 해양 열함유량(OHC)이 증가하게 된다. 현재 OHC는 EEI를 추정하는 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지표로 간주된다"(s00376-022-1461-3.pdf 다운로드, 374page "The oceans store over 90% of EEI, leading to an increase of ocean heat content (OHC), which currently provides the best estimate for EEI" Springer Nature

6) 흑체란, 모든 파장의 복사 에너지를 전혀 반사하거나 투과하지 않고 100% 흡수하는 이상적인 물체를 말한다. 이 물체는 또한 자신이 흡수한 에너지를 열적 복사 형태로 최대한 방출하며, 이러한 성질 때문에 ‘완전한 방출체’로 간주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검은 물체는 단지 가시광선을 잘 흡수하는 정도이지만, 물리학에서 말하는 흑체는 전자기 스펙트럼 전 영역에 걸쳐 에너지를 완전 흡수·방출하는 이론적 존재다.

이때 흑체가 방출하는 복사 에너지는 오직 자신 물체의 온도에만 의존하며, 그 분포와 총량은 물리 법칙으로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플랑크의 복사 법칙은 흑체가 주어진 온도에서 방출하는 파장별 에너지 분포를 설명하며, 빈의 법칙은 온도가 올라갈수록 방출 에너지의 주파수가 높아지고 파장이 짧아짐을 보여준다. 그리고 스테판-볼츠만 법칙은 흑체가 방출하는 복사 에너지의 총량이 절대온도의 4제곱에 비례한다는 관계를 나타낸다.

현실 세계에는 완전한 흑체는 존재하지 않지만, 일부 물체는 특정 파장에서 흑체에 매우 가깝게 행동한다. 지구 역시 완전한 흑체는 아니지만, 복사 특성상 '근사 흑체(near-blackbody)'로 간주할 수 있다. 지구 표면과 대기 시스템은 열에너지를 흡수하고 방출하는 능력이 높아, 전체 복사 스펙트럼을 보면 평균 온도 약 288K의 흑체와 유사한 형태를 보인다. 따라서 기후 과학에서는 지구를 근사 흑체로 보고 스테판-볼츠만 법칙을 적용하여 에너지 흐름을 계산하고, 복사에너지 불균형이나 온실효과와 같은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요컨대, 흑체란 물리학적 이상 개념이지만, 실제 지구 시스템은 이에 근접한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지구 에너지 균형을 분석할 때 흑체 모델이 매우 유용하게 사용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지구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고, 얼마나 방출하는지를 정량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위키피디아

7) '열의 미래 예약(thermal commitment)'은 석탄·가스 등 열발전기의 출력을 결정하는 알고리즘을 말한다. 관련 사이트에는 바다의 열 관성 때문에 “추가 온난화가 수십 년 지연될 수 있다”고 지연·예약된 미래의 열을 설명한다. “warming in the pipeline”, “climate response time”, “Earth’s energy imbalance persists for decades” 등으로 설명한다(PDF 2–4쪽 Climate response time 절).Columbia University

8) 비열(比熱, Specific Heat Capacity)은 어떤 물질이 열을 얼마나 잘 저장하고 버티는지를 나타내는 물리량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단위 질량의 물질이 1°C(또는 1K) 만큼 온도 변화가 일어날 때 필요한 열 에너지의 양을 의미한다. 단위는 주로 줄 퍼 킬로그램 켈빈(J/kg·K) 또는 줄 퍼 그램 켈빈(J/g·K)으로 표현된다.

예를 들어, 물의 비열은 약 4,186 J/kg·K로, 이는 물 1kg의 온도를 1°C 높이기 위해 약 4,186줄(J, Joule)의 열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4,186줄은 겉보기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열이나 전력량과 비교해 보면 제법 큰 수치이다. 예컨대 100와트 전구를 약 40초 정도 켤 수 있는 에너지이며, 한 사람이 계단을 한 층 오르거나, 작은 물건을 들어올릴 때 사용하는 에너지보다 훨씬 크다. 이처럼 줄(J)은 에너지의 절대량을 비교할 수 있게 해 주는 중요한 물리 단위이며, 비열이나 전기소비량, 기계적 일의 크기를 계량화하는 데 필수적인 개념이다.

이는 다른 대부분의 자연 물질보다 훨씬 큰 값이다. 반면, 금속이나 바위, 공기와 같은 물질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열을 가지며, 이는 동일한 양의 열로도 더 빠르게 온도가 변함을 뜻한다.

비열이 큰 물질은 열을 많이 흡수해도 온도가 쉽게 오르지 않으며, 반대로 비열이 작은 물질은 소량의 열로도 쉽게 온도가 상승하거나 하강한다. 따라서 비열은 단순히 ‘물질이 얼마나 빨리 뜨거워지는가’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열 저장 능력, 열 전달 과정, 그리고 에너지 변화에 대한 반응 속도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척도이다.

지구 시스템에서 가장 대표적인 고비열 물질은 바로 물이다. 해양은 지구 표면의 약 71%를 덮고 있으며, 엄청난 양의 열을 흡수하고도 비교적 천천히 온도를 변화시킨다. 이는 지구의 기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대기 중 온실가스로 인해 복사 에너지 불균형이 발생하더라도, 해양은 이 초과 에너지를 대부분 흡수하며 단기적인 지표 온도 상승을 완충(buffer)하는 작용을 한다.

결론적으로, 비열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물질이 열에 어떻게 반응하고, 그 열을 어떻게 저장하며, 나아가 지구 기후 시스템이 어떻게 안정성을 유지해왔는지를 이해하는 데 핵심이 되는 물리 개념이다.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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