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공지영이 쓴 소설 <해리>(전 2권, 해냄)에는 주인공 이해리가 사교계 모임인 타이거스 클럽 총재로부터 외제 승용차 안에서 성추행 당했다고 폭로하는 대목이 나온다. 총재는 그런 적 없다고 하였지만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라는 점에서 성추행은 사실인 것으로 소설은 전개되었다. 여기서 ‘구체적 사실’이란 총재의 성기 끝에 검은 점이 있다는 것이다. 부부가 아닌 이상 남자의 성기 모양과 특징을 알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검은 점이 있는 것’을 안다는 것은 누가 봐도 더 이상 반박할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중에 알게되지만 소설은 여러 가지 정황을 통해 타이거스 클럽 총재가 이해리를 성추행 하지 않은 것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추정하게 한다. 그렇다면 이해리는 타이거스 클럽 총재의 성기에 검은 점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소설을 읽어본 사람이면 다 알지만, 이해리는 ‘봉침’이라는 성애적 기술로 소설 속 가상의 도시인 무진시 권력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그들을 등에 업고 장애인 시설사업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봉침이란 남자의 성기에 벌을 이용해 침을 놓는 것을 말한다.(그러면 남자의 그것이 굉장히 강해진다나 뭐라나!!) 이런 봉침 사건을 알게 된 소설 속 또 한 명의 주인공 인터넷 신문기사 한이나는 타이거스 클럽총재가 타고 다니는 외제 승용차 안은 넓기 때문에 달리는 차안에서 남자가 손을 뻗어 여자를 강제 추행할 수 있는 구조가 되지 못한다 점을 알고 성추행 사실을 의심하고 있던 터에, 이해리가 총재의 성기에 검은 점이 있는 것을 알게 된 것도 그의 성기에 이런 봉침을 놓으면서 발견하였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충분하고도 넘쳐나는 합리적 의심이다.
이후 한이나는 이해리가 ‘봉침’을 무기로 무진시에서 벌이는 갖은 악행을 알고 타이거스 클럽 총재가 이해리를 성추행 했을 리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그렇다한들 이제 어쩌랴. 여론은 들끓어 할 수 없이 이미 총재직을 사퇴하였고, 이미지는 끝없이 추락하고 만 것을. 이해리는 타이거스 클럽 총재에게 장애용 소형 버스를 사달라고 부탁했으나 거절당하자 이런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소설가 공지영과 영화 배우 김부선 간에 오간 얘기의 녹취록 중 경기도지사 이재명의 몸에 ‘검은 점이 있다’는 내용이 공개되어 파장이 일고 있다. 사실여부에 따라 소위 ‘이재명 스캔들’(아니면 여배우스캔들)의 진실이 가려질 것처럼 보인다.
김부선은 정말로 이재명과 둘이 그렇고 그런 관계여서 몸의 어떤 곳에 검은 점이 있음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그런 말을 한 것일까? 아니면 공지영의 소설 <해리>를 읽었을까? ‘이재명 스캔들’로 불리워지는 이 사건이 어쩌면 그렇게도 소설과 많이 닮았을까. 김부선은 아파트 ‘난방열사’ 이미지를 이용하여 피해자인 척 약자인 척 인터넷 상을 통해 자신의 은행계좌로 성금을 부탁하고, 이재명은 권력자다. ‘몸의 어떤 곳에 점이 있다’는 얘기는 또 뭔가. 참으로 가관일세!!
일단은 현재까지 이재명의 몸에는 검은 점이 없고, 점을 제거한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는 아주대학교 의사진의 진단 결과를 언론이 보도한 것으로 봐서, 김부선은 소설 <해리>을 읽었던가 아니면 소설을 읽은 누군가로부터 소설 속 그 내용을 들었을 것으로 감히 짐작해보지만, 나는 알 수 없고, 알 이유도 없고, 알아야 할 의무도 없고, 남녀관계라서 그냥 재미삼아 한번 관심가져 본 것 뿐이니, 제발 나를 욕하지 말아다오!! (끝)
*이 글은 2018년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과 김부선의 '스캔들 보도'에 대하여 공지영의 소설과 연관시켜 대학교 밴드에 올렸던 글을 다시 이곳으로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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