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뇌에 새겨진 리듬의 유산

리듬, 혹은 음악이라 불리는 모든 형태―아리랑, 클래식, 팝송 또는 트로트 등―그 선율을 들으며 황홀경을 느끼는 뇌의 영역은 인종과 문화를 초월해 인간 모두에게 동일하다. 이는 fMRI 연구에서 음악 감상 시 활성화되는 보상 회로(ventral striatum, orbitofrontal cortex 등)가 전 인류에게 공통됨을 통해 확인된다.

피아노곡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를 연주하는 동안 청중중 이성간 입맛춤은 3번 있었고, 기쁨에 겨워 우는 사람 1명, “모야!”하며 연주 실력을 감탄하는 여인 1명, 따라 부르는 사람 1명 등 모든 청중은 황홀경에 빠졌다. 모든 청중이 보상회로가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소리의 본래적 기능은 진화 초기부터 생존을 위한 주요 신호 체계였다.  서로 위협을 경고하거나, 새끼를 부르거나, 짝을 유인하기 위해 소리를 사용했다. 협력을 위한 상호작용의 언어로서 생존 본능이다. 

처음에는 서로 무어라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르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고 이후 점차 다듬어지고 다듬어지면서 일정한 규칙이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어떤 것은 말과 문자로 어떤 것은 리듬이 있는 음악이 되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DNA는 ‘리듬’이 흘러나오면 기쁨에 빠지도록 염기서열의 한 분절에 기록함으로써 타인 또는 외집단의 공격본능을 약화시켰다. 

그래서 음악은 적대적 관계를 누그러뜨리는 ‘감정적 동기화'을 일으킨다. 영화 『피아니스트』에서처럼, 생존을 위협받던 상황에서도 음악은 일시적 평화와 인간애를 회복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것은 뇌의 편도체와 도파민 시스템이 음악적 감흥에 반응하며 방어적 긴장을 해소하는 생리적 메커니즘에 기반한다. 포크송의 여왕 존 바에즈가 베트남 전쟁의 한 가운데에서 노래로 평화를 외친 것, 그의 연인 밥 딜런이 ‘Blowin' In The Wind‘를 부르며 평화를 위해 ’얼마나 많은 포탄이, 죽음이 필요합니까‘를 외친 것은 음악이 주는 생존 본능 때문이다. 저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누가 다투겠는가!

그래서 사람이 모이는 곳마다 싸우지 말 것을 다짐하며 노래는 흘러나오고, 힘들고 외로울 때 언제나 음악은 당신을 황홀경에 빠뜨리며 위로해 주는 것이다.

동시에 당신을 기쁘게 해주었다는 것, 때문에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하는 사람‘은 늘 구애의 대상이 된다. 음악은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 ‘성 선택'의 도구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노래나 악기 연주는 잠재적 짝에게 자신의 창의성과 감성을 과시하는 수단이 되며, 이는 공작의 꼬리처럼 번식 적합도를 나타내는 신호로 작동한다.

그래서 음악처럼 다른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는 유전적 능력은 진화 과정에서 자연선택되며(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저작권으로 보호받는다) 그의 생존 능력은 단단해진다. 3~5분짜리 소리 하나로 수억을 버는 것은 음악이 유일하지 않은가!

하지만 세상 사람들에게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하고, 스트레스를 억제시켜 생존 본능을 강화시켜 준 것, 노래와 연주에 빠져 연인들끼리 자동적으로 입맛춤하게 함으로써 왕성한 번식 활동을 유도한 오랜 진화적 결과물치고는, 그래도 모자라다.(끝)

* 이 글은 2024.6.28. 대학교 밴드에 올렸던 것을 다시 이곳으로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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