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은 자신의 방정식이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힘들을 기술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중력 말고도 물체에 작용하는 다른 힘들이 있는 것이다. 물체들은 낙하할 때에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뉴턴이 해결하지 못한 첫 번째 문제는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들을 규정하는 힘들1)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그 첫 번째가 오늘날 우리가 ‘전자기력’이라고 부르는 힘이다. 물질을 뭉치게 하여 고체가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이 힘이다.
전자기력과 장의 등장
전자기력은 분자 속의 원자들을 뭉치게 하고, 원자 속의 전자들을 뭉치게 하는 힘이다. 이것이 화학작용과 생체 작용을 일으킨다. 우리 뇌의 뉴런 속에서 작동하는 것도 이 힘이고, 우리가 지각하는 세계에 대한 정보처리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지배하는 것도 이 힘이다. 그리고 마찰을 일으켜 미끄러지는 물체를 정지시키고, 낙하산 착륙을 부드럽게 만들며, 전기 모터와 연소기관을 돌리고, 불을 켜고 라디오를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이 힘이다.
1860년대와 1870년대에 스코틀랜드 과학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은 전자기파를 설명하는 과학 이론을 개발했다. 그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결합되어 전자기파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기와 자기 사이의 이러한 관계를 오늘날 "맥스웰 방정식"이라고 부른다. (이미지 출처: https://science.nasa.gov/ems/02_anatomy )
뉴턴의 이론이 발표되고 약 200년이 지난 19세기 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과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는 전하들 사이의 전기력에 대한 연구로 공간에 대한 설명을 바꾸어놓았다.
이들은 공간, 입자와 함께 '전자기장(場)'이라는 제3의 요소를 찾아냈고, 새롭게 등장한 전자기장은 이후 물리학 전체에서 중대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패러데이 역선(力線)과 장(Field)
전자기장은 전기력과 자기력의 매개체이다. '장(Field)'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일종의 널리 퍼진 형태의 개체를 의미한다. 패러데이는 장이란 양전하에서 출발해 음전하에 이르는 '선'들의 집합이라고 생각했다. 공간에는 무형의 거미줄처럼 무한한 수의 아주 가는 선들이 공간 전체를 연속적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을 채우고 있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거미줄, 그는 이 선들을 패러데이 역선(力線, lines of force)이라고 부른다. 이 선들이 어떤 식으로 힘을 나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치 밀고 당기는 케이블처럼, 역선들은 전기력과 자기력을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로 전달한다.
하지만 패러데이 역선은 전하가 없어도 여전히 존재한다. 장이 전하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독립적 개체이기 때문이다. 전하가 없으면 이 선들은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 공간 내에서 '고리' 형태의 폐곡선을 그린다.
‘장’은, 떨어져 있는 물체들 사이에 작동하는 힘이라는 뉴턴적인 개념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아이디어다.
전자기장은 전하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전자기장은 항상 존재하는 독립적인 개체이며, 때때로 전하의 존재에 따라 변화할 수는 있지만 전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뉴턴은 “중력이 물질에 고유하게 내재하는 본질적인 것이어서 물체의 작용과 힘을 전달해줄 다른 어떤 것의 중개 없이도 한 물체가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물체에 진공을 통해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것, 중력은 어떤 법칙에 따라 항상 작용하는 동인에 의해 야기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동인이 물질적인지 비물질적인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즉, 그는 자신의 이론에 들어 있는 원거리 작용의 배후에 뭔가 다른 것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뭔지 모른다는 것이다.
뉴턴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패러데이가 풀었다. 패러데이는 어떻게 물체들이 원거리에서 서로 끌어당기고 밀어낼 수 있는지를 합리적인 방식으로 이해하는 열쇠, 즉 ‘장’을 찾아냈다. 패러데이는 우주가 단순히 입자들이 움직이는 텅 빈 공간이 아니라, 힘의 영향력이 스며들어 있는 보이지 않는 '장'으로 가득 차 있다고 선언했다. 패러데이의 혁명적인 통찰로 인해, 이제 세계는 더 이상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공간 속에서 움직이는 입자들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장이 추가되어 공간, 시간, 그리고 장과 입자들로 이루어진 것이다.
맥스웰 방정식의 의미
맥스웰은 추상적이고 서술적이었던 패러데이의 통찰에 수학이라는 엄밀한 언어를 부여했다. 맥스웰은 패러데이 전자기장을 수학적 방정식으로 풀어냈다. 수학 버전으로 된 패러데이 역선이다. 오늘날 맥스웰 방정식은 모든 전기 현상과 자기 현상을 기술하고 안테나와 라디오, 전기 엔진, 컴퓨터 등을 설계하는 데에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원자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당연히 전기력에 의해 결합된다), 돌을 구성하는 물질의 입자들은 왜 붙어 있는지, 태양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도 맥스웰의 방정식은 필요하다.
그는 전기장과 자기장의 모든 움직임과 상호작용을 단 몇 개의 방정식으로 압축해냈다. 그러나 이 방정식들이 품고 있던 진정한 의미는 단순히 전기와 자기 현상을 기술하는 것을 넘어선다. 맥스웰의 방정식은 그 자체로 새로운 예측을 내놓았는데, 바로 전기장과 자기장의 교란이 파동의 형태로 공간 속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맥스웰 방정식은 패러데이 역선들이 마치 바다의 파도처럼 물결칠 수 있음을 예측한다. 그의 방정식은 역선들의 파동이 움직이는 속도를 계산하며, 그 속도가 빛의 속도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맥스웰은 빛이란 패러데이 선들의 빠른 진동에 다름 아니라고 이해한다.
또한 맥스웰의 방정식은 빛과 색의 본질도 설명한다. 색이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 빛이라는 전자기파의 주파수(진동의 속도)다. 만일 빛 파동이 더 빨리 진동하면 빛은 더 파랗게 되고, 조금 더 느리게 진동하면 빛은 더 붉게 된다. 우리가 지각하는 색은 다른 주파수의 전자기파를 식별하는 우리 눈의 수용체가 생성해낸 신경신호의 심리물리적 반응이다.
빛의 속도 계산
빛의 속도를 결정하는 맥스웰의 방정식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속도에 대한 맥스웰 방정식은 $C = \frac{1}{\sqrt{\epsilon_0 \mu_0}}$이다.
여기서 $\epsilon_0$은 ‘엡실론 제로’라고 읽으며 진공의 유전율(permittivity of free space)이라고 한다. 이 값은 전기장(전기력선)이 진공 속으로 얼마나 잘 퍼져나갈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상수로, 순수하게 '전기' 실험을 통해 측정된 값이다. $\mu_0$은 ‘뮤 제로’라고 읽으며 진공의 투자율(permeability of free space)이라고 한다. 이 값은 자기장(자기력선)이 진공 속에서 얼마나 잘 형성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상수로, 마찬가지 순수하게 '자기' 실험을 통해 측정된 값이다.
$C$ :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 (약 $3.0 \times 10^8 \, \text{m/s}$)
$\epsilon_0$ : 진공 유전율 (permittivity of free space, $8.854 \times 10^{-12} \, \text{F/m}$)
$\mu_0$ : 진공 투자율 (permeability of free space, $4\pi \times 10^{-7} \, \text{H/m}$)
👉 엑셀에서 위 방정식을 입력하면 빛의 속도가 계산되어 나온다.
“=1/SQRT(8.854*10^-12 * (4*PI()*10^-7))” → 299,795,638 m/s
실제 정의된 빛의 속도($299,792,458 m/s$)와 거의 일치하는 값이다.
맥스웰이 이 두 값을 공식에 대입하여 계산했을 때, 그 결과는 약 초속 30만 킬로미터라는 경이로운 값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시까지 알려진 빛의 속도와 오차 범위 내에서 정확히 일치하는 값이었다. 서로 다른 두 힘의 세계에서 얻어진 상수들이 빛의 속도를 예언한 것이다. 이 계산 하나로 전기와 자기, 그리고 빛은 '전자기장'이라는 단일한 실체의 다른 모습임이 증명되었고, 빛의 본질은 전자기장의 떨림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빛·색·주파수
맥스웰의 이론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색채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의 물리적 실체까지 파고들었다. 그의 방정식에 따르면, 빛의 색은 다름 아닌 전자기장 파동의 '주파수', 즉 1초당 진동 속도에 의해 결정된다. 빛의 속도($c$), 주파수($f$), 파장($\lambda$) 사이에는 $C=f\lambda$ 관계가 성립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붉은색'으로 인지하는 빛의 파장($\lambda$)은 약 700나노미터다. 빛의 속도라는 우주적 제한 속에서 이 파장의 파동이 1초에 몇 번이나 진동하는지 계산($f=C/\lambda$)해 보면, 그 결과는 약 428조 번(428 THz(테라헤르츠))에 이른다. 즉, 우리의 눈이 붉은색을 본다는 것은 1초에 428조 번 진동하는 전자기장의 파동을 뇌가 신경 신호로 변환하여 해석하는 과정인 것이다. 이보다 더 빠르게, 가령 1초에 670조 번 진동하는 파동은 우리에게 ‘푸른색(약 450나노미터)’으로 인식된다. 이처럼 빛과 색의 본질은, 장(Field)이라는 개념의 도입과 그것을 설명하는 방정식의 실제 계산을 통해 비로소 그 물리적 토대를 갖추게 된다.
빛은 이처럼 패러데이 선들이 만드는 거미줄의 빠른 진동일 뿐이다. 패러데이 역선들은 바람 불 때의 호수 수면처럼 물결친다.
그래서 우리가 패러데이 선들을 ‘못 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진동하는 패러데이 선들만 본다. ‘본다는 것’은 빛을 지각하는 것이고, 빛은 패러데이 선들의 움직임이니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맥스웰은 자신의 방정식을 통해 패러데이 선들이 훨씬 더 낮은 주파수로, 다시 말해 빛보다 긴 파장으로 진동할 수도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전하들의 운동에 의해서 발생하여 다른 전하들의 운동을 유도하는, 다른 파동들이 틀림없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서 전하를 흔들면 파동이 발생해 저기에서 전류를 흐르게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 파동은 몇 년 후 독일의 물리학자 하인리히 헤르츠(Heinrich Hertz, 1857~1894)가 밝혀낸다.
라디오, 텔레비전, 전화, 컴퓨터, 통신위성, 와이파이, 인터넷 등 현대의 모든 통신 기술은 맥스웰의 예측을 응용한 것이다. 패러데이 역선들의 파동이 맥스웰의 방정식을 통해 지구의 이편에서 저편으로 눈 깜짝할 새에 소식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 것이다.
우리의 모든 전기 기술은 전자기파라는 어떤 물리적인 존재자의 사용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것은 맥스웰의 방정식을 통해 예측해낸 것이다. 패러데이가 코일과 바늘로부터 얻은 직관을 설명할 수 있는 수학적 기술을 찾으면서 알아냈다.
이제 세계는 더 이상 공간 속의 입자들만이 아니라, 공간 속의 입자들과 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패러데이와 맥스웰의 업적들은 뉴턴의 세계관을 어느 정도 바꾸어놓았다. 그러나 근본적인 변화는 아니었다. 상자와 같은 공간 개념이 존재하며 그 공간 안에서 사물들이 움직이고 있다고 보는 관점은 여전했다. 단지 상자 공간과 입자라는 기본적인 개체에 전자기장이라는 제3의 요소가 추가되었을 뿐이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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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재는 로벨리 물리학을 소개하는 동심헌(童心軒)의 기획 시리즈입니다."
🔖 주(註)
1)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현상은 근본적으로 4가지 힘(상호작용)에 의해 지배된다. 이 힘들은 거시적인 천체의 움직임부터 미시적인 입자의 붕괴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리적 과정을 설명하는 핵심 원리다. 현대 물리학의 표준모형은 이 네 가지 힘을 전자기력(Electromagnetic force), 약한 상호작용(Weak interaction, 약력), 강한 상호작용(Strong interaction, 강력), 중력(Gravitational force)으로 규정한다.
이 4가지 힘은 각각 고유한 특징과 작용 범위, 그리고 힘을 매개하는 입자를 가진다.
1. 강한 상호작용(강력, Strong Interaction)
자연계의 4가지 힘 중 가장 강력한 힘이다. 원자핵 내에서 양성자와 중성자를 단단하게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양성자들은 모두 양(+)전하를 띠고 있어 강력한 전자기적 척력(서로 밀어내는 힘)이 작용하지만, 강력이 이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에 원자핵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양성자와 중성자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인 '쿼크(quark)'들을 결합시키는 힘이다.
작용범위는 $10^{-15}m$ 수준으로, 원자핵 크기 정도로 매우 짧다. 이 범위를 벗어나면 힘이 급격히 약해진다. 매개 입자는 글루온(gluon)이 쿼크들 사이를 오가며 강력을 매개한다.
수소보다 무거운 모든 원소가 안정적인 핵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강력의 존재를 증명한다. 또한, 핵융합이나 핵분열 과정에서 방출되는 막대한 에너지는 이 강력의 일부가 다른 형태로 전환된 것이다.
2. 전자기력(Electromagnetic Force)
전하를 띤 입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으로, 전기력과 자기력을 통합한 개념이다.
원자핵의 양전하와 전자의 음전하를 결합시켜 원자를 형성한다. 분자 간의 화학 결합, 빛, 마찰력, 탄성력 등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대부분의 힘이 근본적으로 전자기력에 해당한다. 인력과 척력이 모두 존재한다.
작용 범위는 무한대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 세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여 약해진다.
광자(photon)가 힘을 매개한다. 우리가 '빛'으로 인지하는 것이 바로 이 광자이다. 자석이 서로 밀고 당기는 현상, 정전기,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전자기기는 전자기력의 원리를 이용한 명백한 증거다. 우리 몸을 포함한 모든 물질이 형태를 유지하는 것 또한 원자와 분자 수준에서 작용하는 전자기력 덕분이다.
3. 약한 상호작용(약력, Weak Interaction)
입자의 종류를 바꾸는, 즉 방사성 붕괴에 관여하는 독특한 힘이다.
원자핵 속의 중성자가 양성자로 변하거나(베타 붕괴), 그 반대의 과정이 일어날 때 작용한다. 태양이 빛과 열을 내는 핵융합 반응의 초기 단계(양성자가 중성자로 변하며 중수소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작용 범위는 $10^{-18}m$ 수준으로, 강력보다도 훨씬 짧은 거리에서만 작용한다. W 보손(W boson)과 Z 보손(Z boson)이라는 무거운 입자가 매개한다.
방사성 동위원소의 붕괴 현상이 약력의 존재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지구 내부의 열 또한 방사성 원소의 붕괴열에서 비롯되는데, 이는 약력이 지구의 지질 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4. 중력(Gravitational Force)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으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힘이다.
사과를 땅으로 떨어지게 하고, 달이 지구 주위를 돌게 하며, 태양계를 비롯한 은하의 구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항상 서로 끌어당기는 인력으로만 작용한다.
작용 범위는 전자기력과 마찬가지로 무한대이며,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여 약해진다.
중력자(graviton)가 매개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아직 실험적으로 발견되지는 않았다.
행성들의 공전, 조수 간만의 차, 그리고 우리가 땅에 발을 딛고 서 있을 수 있는 모든 현상이 중력의 작용을 증명한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은 중력을 시공간의 휘어짐으로 설명하며, 중력 렌즈 효과나 중력파의 관측을 통해 그 정확성이 입증되었다.
🔅 자연계의 근본적인 4가지 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