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동시성의 붕괴: 공간과 시간의 개념

빛의 속도 불변성이 뉴턴 역학을 흔들고, 절대적 동시성이 무너진 자리에서 ‘연장된 현재’와 시공 개념이 탄생하는 과정을 맥스웰에서 아인슈타인까지 과학적으로 해설합니다.

맥스웰의 방정식은 빛의 속도를 결정한다. 그러나 뉴턴 역학은 고정된 속도가 존재한다는 것과 양립할 수 없다. 뉴턴의 방정식에 들어 있는 것은 가속도이지 속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뉴턴 물리학에서 속도란 오직 어떤 것이 다른 어떤 것에 대해서 갖는 속도일 뿐이다.

우리가 말하는 속도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물체 자체의 속도라는 말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속도라고 하는 것은 한 물체가 다른 물체에 대해 갖는 속도일 뿐이다. 이것이 19세기까지 물리학이었다.

그렇다면 맥스웰 방정식이 결정한 빛의 속도는 무엇에 대한 속도일까?

연장된 현재

어떤 사건의 과거와 미래 사이에는, 예를 들어, 당신이 있는 곳을 기준으로 당신의 과거와 미래 사이, 그리고 당신이 이 책을 읽고 있는 바로 이 순간에는 어떤 ‘중간 지대’, 어떤 ‘연장된 현재’가 존재한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대 말이다. 이것이 특수상대성이론을 통해 발견된 사실이다.

당신의 과거 속에도 미래 속에도 있지 않은 이 중간지대의 지속 시간은 아주 짧고, 당신을 기준으로 어디에서 사건이 발생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사건이 당신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연장된 현재의 지속 시간은 더 길어진다.

내 코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과거도 미래도 아닌 중간 지대의 지속 시간은 기껏해야 몇 나노초 정도로, 거의 없는 것과 다름이 없다. 1나노초가 1초에 들어가는 횟수는, 1초가 30년에 들어가는 횟수와 맞먹는다. 이것은 우리가 도저히 알아차릴 수 없는 찰나의 시간이다.

바다 건너편에서는, 이 중간 지대의 지속 시간이 천 분의 1초이지만, 여전히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시간은 아니다.

우리가 감각으로 지각하는 최소 시간은 약 1/10초다.

그러나 달에서는 연장된 현재의 지속 시간은 몇 초 정도이고, 화성에서는 약 12분 30초 정도이다. 이는 지금 이 순간에 화성에서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이 있고 일어날 사건들도 있지만, 또한 우리의 과거에도 우리의 미래에도 있지 않은 일들이 발생하는 12분 30초도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내가 질문을 던지고 난 뒤 최소 12분이 지나서야 나는 화성에 있는 당신의 대답을 듣게 된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것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으로 이루어진 사건들의 짜임 속에 엮여 있는 것이다. 우리가 과거로 편지를 보낼 수 없는 것처럼 그것을 단축할 수 없다.

이는 화성에서 일어난 사건을 두고서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지금’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절대적 동시성’이 존재하지 않음을 이해했던 것이다.

동시성의 상대성 그래프

그래프는 한 관측자가 위치한 시공간의 원점을 중심으로, 빛의 세계선(검은 점선), 뉴턴 물리학에서의 절대적 현재(파란 선), 그리고 특수상대성이론에서 등장하는 연장된 현재(주황색 띠)를 함께 보여준다.
수평선은 모든 사건이 ‘지금’을 공유한다고 가정한 뉴턴적 시간 개념을 나타내지만, 주황색 띠는 관측자가 운동할 때 ‘현재’가 기울어지며 서로 다른 시공간 지점을 포함한다는 상대론적 효과를 나타낸다.
이는 빛의 속도가 모든 관성계에서 일정하다는 사실과, 동시에 관측된다고 믿었던 사건들이 실제로는 관측자의 운동 상태에 따라 서로 다른 시간 좌표를 갖게 된다는 동시성의 상대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도식이다.(이미지 출처: AI 생성)


동시성의 상대성

아인슈타인 이전(뉴턴 시대)에는 시간과 공간이 따로 놀고, 모든 사람에게 ‘현재’라는 순간이 똑같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서울과 뉴욕에 있는 시계를 동시에 봤다면, 그 둘은 절대적으로 같은 시간을 가리킨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림에 ‘현재’가 평평한 하나의 직선(위 파란선)으로 나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 이후는 빛의 속도는 한계가 있어서, 멀리 있는 사건의 ‘지금’을 정확히 동시에 알 수 없다. 게다가 내가 움직이고 있다면, ‘지금’이라고 느끼는 순간이 다른 사람에게는 ‘과거’나 ‘미래’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현재’가 한 줄이 아니라, 약간 과거까지, 약간 미래까지 퍼져 있는 영역(연장된 현재)이 된다. 즉, 내가 ‘지금’이라고 부르는 범위가 과거와 미래를 조금씩 포함하는 띠 모양(위 그림 주황색 부분)이 되는 것이다.

마치 멀리 떨어진 친구와 영상통화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인터넷 지연 때문에 친구의 ‘지금 모습’은 실제로는 1~2초 전 모습일 수 있다. 이렇게 거리가 멀고, 신호가 한계 속도로 전달되면, 서로의 ‘지금’은 완벽히 일치하지 않고 퍼져 있다. 상대성이론에서는 이 현상이 우주 전체에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다.

당신이 있는 이 자리와 이 순간을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모든 사건은 세 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하나는 이미 당신에게 영향을 준 과거, 다른 하나는 아직 당신이 도달할 수 없는 미래, 그리고 그 둘 사이에 위치한 아주 얇은 층, 이른바 ‘연장된 현재’다. 이 ‘연장된 현재’는 과거도 미래도 아닌 시간대이며, 특수상대성이론이 밝혀낸 절대적 동시성의 부재 속에서만 정의되는 영역이다.

빛은 유한한 속도(약 $30\text{만 km/s}$)로 이동한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이라고 부르는 순간은 사실 절대적인 동시가 아니라, 빛이 이동하는 데 필요한 시간만큼 뒤섞인 모자이크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는 이 차이가 너무 미세해 우리의 감각이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예를 들어, 나의 코에서 몇 미터 떨어진 물체는 과거도 미래도 아닌 중간 지대를 기껏해야 몇 나노초 동안만 점유한다. 1나노초는 1초의 10억 분의 1로, 1초를 세는 횟수와 30년($9억4,672만 초$)을 세는 횟수가 같을 만큼 짧다. 조금 멀어지면 이 중간 지대는 늘어난다. 바다 건너편, 예컨대 한국에서 미국 서부 해안까지의 거리는 약 $9,600\text{ km}$, 빛이 도달하는 데 0.032초가 걸린다. 가까운 거리에 따라 지연 시간은 1/1,000초(1밀리초) 정도까지 짧아질 수 있다. 이 시간은 우리의 지각 한계(약 0.1초)보다 훨씬 짧아 ‘동시에’ 보이는 것처럼 느끼지만, 물리적으로는 이미 같은 순간이 아니다.

그러나 거리가 충분히 멀어지면, 이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진다. 달에서 지구까지는 약 1.28초가 걸린다. 태양에서 지구까지는 약 8분 20초다. 그리고 화성의 경우, 지구와의 평균 거리가 약 $2억 2,500만\text{ km}$ 이므로 빛이 도달하는 데 약 12분 30초가 걸린다. 지구와 화성이 가까워질 때는 약 3분, 멀어질 때는 22분 이상 걸리지만, 평균적으로 편도 약 12분 30초의 지연이 발생한다. 이 말은 화성에서 본 지구는 항상 최소 3분에서 최대 22분 전의 모습이라는 뜻이며, 지구에서 본 화성도 마찬가지다.

🔅 거리별 ‘연장된 현재’ 지속 시간 🔅

거리별 연장된 현재 그래프

참고로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오는 빛은 약 252만 년 전에 출발한 것이므로,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안드로메다의 252만 년 전 과거다. 빛이 1년 동안 이동하는 거리를 1광년이라고 하며 약 9.46조 km다. (초당 빛의 속도 $c=299,792 \text{ km/s}$, 1년은 $31,557,600$초)

이렇게 먼 거리는 연장된 현재라는 개념이 무의미하다. 관측 가능한 건 전적으로 ‘과거’뿐이다. 태양계 내부(달, 화성)는 초~분 단위 지연이므로 통신 지연 문제는 있지만, 여전히 현재 상태에 가깝게 알 수 있다. 지구 표면에서의 거리(수천 km)는 밀리초($ms$) 단위이므로 완전히 동시처럼 느껴진다.

이처럼 ‘바로 지금’이라는 개념은 거리와 무관하게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어떤 사건의 ‘현재’는 그 사건과 광속으로 연결될 수 있는 영역, 즉 나의 현재 위치로부터 빛이 도달할 수 있는 범위와 빛이 나로부터 도달할 수 있는 범위의 경계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그 경계 너머의 사건은 설령 우리가 ‘지금’이라 불러도, 실은 과거에 일어났거나 미래에 일어날 일일 뿐이다.

결국, 지구 건너편의 1/1,000초 지연이든, 달의 1.28초 지연이든, 화성의 12분 30초 지연이든, 모두 우리가 절대적인 동시성을 가질 수 없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서로 다른 위치에서 경험하는 ‘지금’은 동일한 것이 아니라, 빛이 전달되는 한계 속에서 정의된 상대적 현재, 즉 ‘연장된 현재’일 뿐이다.

‘연장된 현재’는 물리적으로 존재하지만, 그 폭은 거리에 따라 극적으로 변하며, 우리의 감각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에서부터 우주적 통신 지연을 결정하는 수준까지 확장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세상을 ‘동시적 현재’로 경험한다고 믿는 감각이 얼마나 지역적이고 제한적인지를 보여준다. 빛의 유한한 속도와 시공간의 구조가 바로 그 한계를 결정한다. 따라서 ‘동시성’이란 두 사건 사이의 보편적 관계가 아니라, 관찰자의 운동 상태에 따라 상대적으로 정의되는 개념이다.

이처럼 아인슈타인은 ‘절대적 동시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출발하여, 모든 물체의 운동 법칙이 관찰자의 속도에 관계없이 동일하다는 상대성 원리를 세웠고, 그로부터 특수상대성이론이 탄생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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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재는 로벨리 물리학을 소개하는 동심헌(童心軒)의 기획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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