⑯ 시공의 양자장: 입자

우주의 근본인 표준모형, 페르미온과 보손의 세계를 심층 분석합니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미스터리를 넘어, 왜 현대 물리학이 시공간 자체를 양자화하는 '루프양자중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카를로 로벨리의 통찰을 통해 만나보세요.

양성자는 Up 쿼크 2개와 Down 쿼크 1개로 +1의 전하를 형성하고, 중성자는 Up 1개와 Down 2개로 전하 0을 이룬다. 쿼크들은 글루온의 강한 상호작용으로 결합하며, 이 결합이 핵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이 핵자들이 모여 원자핵을 이루고, 전자는 바깥 궤도를 돌며 전기적 균형을 형성한다.(이미지 출처: pages 제작)

입자

138억 년 전 대폭발로 탄생한 시공은 여전히 팽창 중이다. 이 공간은 실재하는 대상으로, 아인슈타인 방정식에 의해 동역학적으로 기술되는 물리적 장이다. 공간은 물질의 질량에 의해 휘고 굽으며, 물질이 너무 집중될 때에는 블랙홀 속으로 꺼져든다.

우주에는 각각 천억 개의 별들로 이루어진 천억 개의 은하가 분포해1) 있으며, 근본적으로는 양자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양자장은 전자와 광자 같은 입자의 형태로 나타나거나, 텔레비전 영상과 태양빛, 별빛을 우리에게 전달하는 전자기파 같은 파동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양자장이 원자, 빛 그리고 우주의 모든 내용물을 형성한다. 하지만 양자장을 이루고 있는 입자는 다른 어떤 것과 상호작용할 때만 나타난다. 따로 있을 때는 ‘확률 구름’ 속으로 퍼져 있다. 세계는 파도처럼 출렁이는 커다란 역학적 공간의 바닷속에 잠겨 있는 기본적인 양자 사건들의 집합이다.

바다의 ‘물’은 양자장에 비유할 수 있다. 이 바다를 채우고 있는 물 자체가 바로 '양자장'이다. 양자장은 텅 빈 공간을 포함한 우주 모든 곳에 잔잔하게 깔려 있는 근본적인 실체이다. 중요한 것은, 바다에 종류가 있듯(짠물, 민물 등) 양자장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이다. '전자장', ‘전자기장' 등 각각의 입자마다 해당하는 자신의 '바다'가 있다.

잔잔한 바다에 에너지가 가해지면(예: 돌을 던지면) 그 지점이 출렁이며 '파도'가 생긴다. 이 파도가 바로 우리가 '입자(전자, 광자 등)'라고 부르는 것의 정체이다. 파도는 물과 별개의 존재가 아니다. 파도는 '물'이라는 장(field)이 특정 형태로 들뜬 상태(excitation)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전자라는 입자는 우주에 깔린 '전자장'이라는 바다가 한 지점에서 출렁이며 생긴 파도와 같다.

‘빛’을 구성하는 광자(photon) 역시 전자기장이라는 바다에서 생긴 파도이며, 전자기장이 흔들리는 현상이 곧 빛과 전파처럼 우리가 감지하는 전자기적 현상이다.

빛은 물질(Matter)이 아니다. 빛의 입자인 광자는 정지 질량이 '0'이다. 움직이는 동안에는 에너지를 가지지만, 멈추어 있는 상태의 고유 질량은 없다.

'물질'이라는 범주에는 원자만 포함된다. 원자, 전자, 쿼크 등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들은 고유한 정지 질량을 가진다. 이것이 우리가 '무게'나 '질량'으로 인지하는 것의 근원이다.

원자를 포함한 모든 물질은 페르미온(Fermion)이라는 계열의 입자들로 만들어진다. 페르미온은 동일한 상태로 중복될 수 없는 특성을 지니며, 같은 공간을 공유할 수 없어 부피와 형태를 가진다. 즉, '재료'의 역할을 한다.

반대로 빛은 보손(Boson)이라는 계열의 입자(광자)로 이루어져 있다. 보손은 힘을 매개하는 입자로, 같은 공간에 얼마든지 겹칠 수 있다. ‘상호작용’과 ‘정보 전달'의 역할을 한다. 수많은 광자를 한 자리에 모아 강렬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레이저(Laser)는 바로 이 성질을 활용한 장치이다.

정리하면, 원자를 이루는 전자장·쿼크장 같은 ‘물질장(Matter Field)’은 안정된 파동 형태를 만들어 물질을 구성하고, 빛은 전자기장처럼 ‘힘의 장(Force Field)’에서 만들어지는 파동이다. 그러나 우리가 관찰하는 순간 입자가 된다.

물리학의 표준모형은 이러한 세계를 크게 두 범주로 나눈다.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인 페르미온, 그리고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보손이다. 이 두 축이 현대 물리학이 이해하는 우주 구조의 근본을 이룬다.

우주의 벽돌: 페르미온 (Fermions)

우리가 만지고 보는 모든 물질의 실체이다.

쿼크(Quarks)

표준 모형은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근원적인 벽돌인 쿼크를 여섯 가지의 '향(Flavor)'으로 분류한다. 물리학자들은 이들을 질량과 성질에 따라 세대(Generation)라는 계층 구조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 여섯 쿼크는 마치 러시아 인형처럼, 세대가 올라갈수록 성질은 비슷하지만 질량은 급격히 무거워지는 독특한 패턴을 보인다.

(1) 업 쿼크(Up Quark)와 다운 쿼크(Down Quark)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물질은 오직 업 쿼크(Up Quark)와 다운 쿼크(Down Quark) 두 종류의 쿼크로만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가장 가볍고 안정적이다. 물질 세계의 건설자라 불리며 제1세대에 속한다.
업 쿼크(Up Quark, $u$)는 $+2/3$의 전하량을 가진다. 가장 가벼운 쿼크로, 질량은 약 $2.2 \text{ MeV}$이다.
다운 쿼크(Down Quark, $d$)는 $-1/3$의 전하량을 가진다. 질량은 약 $4.7 \text{ MeV}$로 업 쿼크보다 약간 더 무겁다.
양성자(Proton)는 업 쿼크 2개와 다운 쿼크 1개($uud$)가 강력하게 결합하여 $+1$의 전하($2/3 + 2/3 - 1/3$)를 형성한 것이다. 반대로 중성자(Neutron)는 업 쿼크 1개, 다운 쿼크 2개($udd$)가 모여 전하가 $0$이 된다.

(2) 참 쿼크(Charm Quark)와 스트레인지 쿼크(Strange Quark)

제2세대 쿼크인 참 쿼크(Charm Quark)와 스트레인지 쿼크(Strange Quark)는 에너지가 높은 환경에서만 잠시 모습을 드러내는 쿼크들이다. 1세대 쿼크들보다 훨씬 무거우며, 불안정하여 빠르게 붕괴한다.
참 쿼크(Charm Quark, $c$)는 업 쿼크의 사촌 격으로 전하는 $+2/3$이지만, 질량은 $1.27 \text{ GeV}$에 달해 양성자보다도 무겁다. 1974년, 이 쿼크의 발견은 물리학계에 큰 매혹(Charm)과 충격을 안겨주었다.
스트레인지 쿼크(Strange Quark, $s$)는 다운 쿼크와 같은 $-1/3$의 전하를 가진다. 우주선(Cosmic Rays) 관측 중 발견된 입자(K-중간자)가 예상보다 긴 수명을 가지는 '기묘한(Strange)'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3) 탑 쿼크(Top Quark)와 바텀 쿼크(Bottom Quark)

제3세대 쿼크로서 가장 나중에 발견되었으며,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질량을 가진 쿼크들이다.
탑 쿼크(Top Quark, $t$)는 6종의 쿼크 중 가장 무거운 '쿼크의 왕'이다. 질량은 약 $173 \text{ GeV}$로, 텅 빈 공간의 점 입자 하나가 금(Au) 원자 전체의 질량과 맞먹는다. 1995년 페르미 연구소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발견되었다.
바텀 쿼크(Bottom Quark, $b$)의 질량은 약 $4.18 \text{ GeV}$이다. 우주 초기에 물질이 반물질보다 더 많이 살아남게 된 이유(CP 대칭성 깨짐)를 연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처럼 쿼크는 3개의 세대를 이루고 있지만, 자연계는 수수께끼처럼 오직 제1세대(업, 다운) 쿼크만을 사용하여 현재의 우주를 구축했다. 나머지 무거운 쿼크들은 우주 탄생 직후의 고에너지 상태에서만 존재했다가, 식어가는 우주 속에서 붕괴하여 사라졌다.

렙톤(Leptons)

렙톤(Leptons, 경입자)은 우리에게 친숙한 전자(Electron)가 여기에 속하며, 쿼크와 달리 내부에 하부 구조가 없는 진정한 기본 입자이다. 쿼크가 '강력'이라는 풀에 묶여 지내는 것과 달리, 이들은 그 어떤 곳에도 구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자유로운 영혼들이다.

이들은 질량의 크기에 따라 완벽한 계층 구조(1~3세대)를 이루고 있으며, 각 세대마다 전하를 띤 '무거운 입자(대전된 렙톤)'와 그에 대응하는 가벼운 '유령 파트너(중성미자)'가 짝을 이룬다.

(1) 전자($e^-$): 제1세대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우주의 겉모습을 담당하는 가장 가볍고 안정적인 입자들이다.
전자($e^-$)의 질량은 $0.511 \text{ MeV}$이다. 원자의 화학적 성질을 결정하고 전기를 흐르게 하는 주역이다. 붕괴하지 않고 영원히 사는(수명이 무한대인) 안정된 입자이다.
이에 대응하는 전자 중성미자($\nu_e$)는 전자가 탄생하거나 소멸할 때(베타 붕괴 등) 반드시 함께 나타나는 파트너이다.

(2) 뮤온($\mu^-$): 제2세대

1936년, 물리학자 이지도어 라비가 "도대체 저건 누가 주문한 거야?"라고 외쳤을 만큼, 자연계에 불필요해 보이는 입자였다. 전자의 성질을 완벽히 닮았지만 훨씬 무겁다.
뮤온($\mu^-$)의 질량은 $105.7 \text{ MeV}$ (전자의 약 207배)이다. '뚱뚱한 전자'라고도 불린다. 무거운 질량 때문에 불안정하여 생성된 지 약 2.2 마이크로초($10^{-6}$초) 만에 붕괴하여 전자로 변한다. 그 근거로는 우주에서 날아온 입자가 지구 대기와 충돌할 때 비처럼 쏟아지며, 손바닥을 펼치면 매초 1개꼴로 당신의 손을 통과하고 있다.
뮤온($\mu$)은 수명이 매우 짧음에도 불구하고, 빛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오기 때문에 특수 상대성 이론의 '시간 지연' 효과를 증명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이에 대응하는 뮤온 중성미자($\nu_\mu$)는 뮤온이 생성되거나 붕괴할 때 짝을 이루는 중성미자이다.

(3) 타우($\tau^-$): 제3세대

1975년에 발견된 가장 무거운 렙톤 형제이다. 렙톤(Lepton)이라는 이름이 '가볍다'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무색하게 만든다.
타우($\tau^-$)의 질량은 $1,776.8 \text{ MeV}$ (약 $1.78 \text{ GeV}$)이다. 무게는 전자의 약 3,477배에 달하며, 심지어 양성자($0.938 \text{ GeV}$)보다 2배 가까이 무겁다. 너무나 비대하여 태어나자마자 $2.9 \times 10^{-13}$초라는 찰나의 순간에 붕괴해버린다. 따라서 자연상태에서는 거의 볼 수 없고 입자 가속기에서만 관측된다.
이에 대응하는 타우 중성미자($\nu_\tau$)는 타우 입자와 짝을 이루는 가장 베일에 싸인 중성미자이다. 생성시키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발견하기 가장 어려웠던 입자이며, 2000년에 이르러서야 실험적으로 그 존재가 확증되었다.

한편 중성미자(Neutrino, 뉴트리노)는 쿼크와 달리 '강력(Strong Force)'에 반응하지 않고, 전하가 없어 '전자기력'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오직 자연계의 힘 중 가장 은밀한 '약력(Weak Force)'과 미세한 '중력'에만 반응한다.

이로 인해 중성미자는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는다. 물리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중성미자가 물질에 부딪혀 멈추게 하려면 두께가 1광년(약 9조 4600억 km)에 달하는 납(Pb) 벽이 필요하다. 사실상 우주 만물을 아무런 저항 없이 통과하는 셈이다.

과거 물리학자들은 이 입자의 질량이 0일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최근의 관측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세 가지 중성미자는 고정된 정체성을 가지지 않는다. 우주 공간을 날아가는 도중 전자 중성미자가 뮤온 중성미자로, 또 타우 중성미자로 스스로 변신한다. 이는 마치 날아가던 야구공이 갑자기 축구공으로 변하는 것과 같다.

이 '중성미자 진동' 현상은 중성미자가 찰나의 순간이라도 시간의 흐름을 경험한다는 증거이며, 이는 곧 "중성미자에게 미세하지만 분명한 질량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201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업적)

힘의 전령: 보손 (Bosons)

페르미온이 우주를 이루는 벽돌이라면, 보손은 이 벽돌들을 서로 붙이거나 밀어내며 우주의 법칙을 집행하는 '접착제'이자 '전령'이다.

게이지 보손 (Gauge Bosons)

자연계에 존재하는 기본 힘을 매개하는 입자들이다. 물질 입자(페르미온)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힘을 전달한다. 이들은 힘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명확하게 구분된다.

(1) 광자(Photon, $\gamma$): 전자기력의 매개자

우주에 펼쳐진 전자기장(Electromagnetic Field)의 파동이자, 우리가 '빛'이라 부르는 존재의 실체이다.
광자($\gamma$)는 질량이 $0$이며, 전하도 $0$이다. 질량이 없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라 우주에서 가장 빠른 속도인 광속($c$)으로 영원히 움직인다. 수명이 무한대이며, 도달 거리 또한 무한하여 수십억 광년 떨어진 별빛이 우리 눈에 도달할 수 있게 한다. 전자기력은 원자핵과 전자를 묶어 원자를 형성하게 하고, 원자와 원자를 결합해 분자를 만드는 화학 반응의 주역이다.

(2) 글루온(Gluon, $g$): 강력의 매개자

이름 그대로 입자들을 '풀(Glue)'처럼 강력하게 붙여주는 입자이다. 쿼크 사이를 오가며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힘인 '강력(Strong Force)'을 전달한다.
글루온($g$) 역시 질량은 $0$이지만, 광자와 달리 쿼크처럼 '색전하(Color Charge)'를 띠고 있다. 이 때문에 글루온은 쿼크뿐만 아니라 글루온끼리도 서로를 끌어당긴다. 이 독특한 성질은 쿼크가 단독으로 존재하지 못하게 가두는 '쿼크 가둠' 현상의 원인이 되며, 양성자와 중성자가 흩어지지 않고 원자핵을 유지하게 하는 근원적인 힘이다.

(3) W 보손과 Z 보손 ($W^{\pm}, Z^0$): 약력의 매개자

핵융합 반응이나 방사성 붕괴(베타 붕괴)를 일으키는 '약력(Weak Force)'을 전달하는 입자들이다. 힘을 전달하는 입자는 가벼울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거대한 질량을 가진다.
$W$ 보손의 질량은 약 $80.4 \text{ GeV}$, $Z$ 보손은 약 $91.2 \text{ GeV}$이다. 이는 양성자 질량의 약 80~90배에 달하는 육중한 무게이다.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매개 입자의 질량이 무거울수록 힘이 도달할 수 있는 거리는 짧아진다. 따라서 약력은 원자핵 내부라는 극도로 짧은 거리($10^{-18}m$)에서만 작용한다. 이들이 없다면 태양은 타오르지 못하고, 지구의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다.

스칼라 보손 (Scalar Bosons)

방향성이 없는 물리량(스칼라)을 갖는 입자로, 표준 모형에서는 힉스 입자가 유일하다.

힉스 입자(Higgs Boson, $H$)는 질량의 부여자이다. 표준 모형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자 '신의 입자'라 불리는 입자이다. 우주 탄생 직후, 질량이 없던 소립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하여 물질이 형성되게 한 장본인이다.
힉스 입자($H$)의 질량은 약 $125.1 \text{ GeV}$이다. 이는 양성자의 약 133배에 해당한다. 우주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힉스장(Higgs Field)과 입자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질량이 발생한다. 만약 힉스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았다면, 전자는 빛의 속도로 날아가 버려 원자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고, 우주는 텅 빈 빛의 세계로 남았을 것이다. 2012년 CERN(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거대 강입자 가속기(LHC) 실험을 통해 그 존재가 최종 확인되었다.

이처럼 표준 모형은 12종의 페르미온(물질)과 5종의 보손(힘)이 엮어내는 우주의 가장 정밀한 설계도이다. 그러나 이 완벽해 보이는 표에도 거시 세계를 지배하는 '중력(Gravity)'과 그 매개 입자인 '중력자(Graviton)'는 포함되지 못했다. 이는 현대 물리학이 해결해야 할 가장 거대한 숙제로 남아있다.

전자와 힉스 입자의 질량에 대한 설명은 아래 주2)참조

표준모형과 양자역학, 그리고 '루프 양자중력'

표준모형 이론과 관련하여, 카를로 로벨리는 최근 인류가 관측한 세 가지 실험적 결과가 우리에게 "자연이 주는 명확한 신호"라고 말한다.

첫 번째는 힉스 보손의 발견, 두 번째는 플랑크 인공위성의 관측 자료, 세 번째는 중력파의 직접 검출이다. 로벨리는 이 세 가지 결과가 가리키는 방향이 일치한다고 강조한다.

"힉스 보손의 발견은 양자역학에 기초한 기본 입자 표준모형의 확증이다. 플랑크 인공위성의 측정 결과는 우주상수가 있는 일반상대성이론에 기초한 표준 우주 모형에 대한 확증이다. 그리고 2016년 중력파의 직접 검출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블랙홀이라는 극한의 우주 환경에서도 붕괴하지 않고 완벽하게 작동함을 증명한 결정적 사건이다."

관측된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의 예측과 정확히 일치했다. 하지만 로벨리는 이를 단순한 증명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으로 해석한다. 중력파가 있다는 것은 시공간이 고정된 무대가 아니라, 실제로 출렁이는 '물리적 실체(Field)'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현대 물리학에서 전자기장을 포함한 모든 '장(Field)'은 알갱이(양자)로 이루어져 있다. 시공간이 물리적 실체라면, 이것 역시 아주 작은 알갱이 구조로 되어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공간을 양자화하는 '루프 양자중력'으로 나아가는 논리적 첫걸음이다.

로벨리는 "자연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신호는 호의적이다"라고 말한다. 굳이 평행우주나 끈 이론 같은 복잡한 가설을 가져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표준모형을 올바르게 합치기만 해도 우주의 비밀을 풀 수 있으며, 그는 그 방향이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루프양자중력이론이 될 것이라 믿는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Dark Matter • Dark Energy)

우주는 텅 빈 공간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그것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그것이 행사하는 거대한 중력적 영향력을 통해 그 존재를 알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자, 쿼크, 빛 등 '보통의 물질'은 우주 전체의 겨우 $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95\%$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플랑크 위성(Planck Satellite)의 정밀 관측 데이터에 따르면, '보통(Ordinary)' 물질은 우주 전체 에너지-질량의 약 $4.9\%$에 불과하다. 나머지 $95\%$는 빛을 내지도 않고 원자로 이루어지지 않은 미지의 존재(암흑 물질, 암흑 에너지)이다. '보통(Ordinary)'이라고 부르는 가장 큰 이유는 빛(전자기파)과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다.(이미지 출처: AI 생성 후 pages 제작)
암흑 물질 (Dark Matter): 우주의 투명한 뼈대

전체 우주의 약 $27\%$를 차지하며, 빛(전자기파)과 상호작용하지 않아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이다. 오직 중력을 통해서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1) 은하를 붙잡는 접착제

1970년대 베라 루빈(Vera Rubin)은 은하의 회전 속도를 관측하던 중 기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은하의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별의 회전 속도가 느려져야 한다는 케플러의 법칙과 달리, 외곽의 별들이 중심부만큼이나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속도라면 은하는 산산조각 흩어졌어야 했다. 하지만 은하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는 눈에 보이는 별들의 질량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강력한 중력원이 은하 전체를 감싸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리학자들은 은하가 붕괴하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이 보이지 않는 질량을 '암흑 물질'이라 명명했다.

(2) 정체불명의 입자

암흑 물질은 우리가 아는 양성자나 중성자(바리온)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빛을 가리거나 반사했을 것이다. 학계에서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윔프(WIMP,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라는 가상의 입자를 유력한 후보로 꼽고 있다. 이는 초기 우주의 거대 구조를 형성하는 씨앗이 되었으며, 암흑 물질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은하도, 태양계도, 생명체도 탄생할 수 없었다.

암흑 에너지 (Dark Energy): 공간을 찢는 침묵의 힘

전체 우주의 약 $68\%$를 차지하는 가장 거대하고 미스터리한 구성 요소이다. 암흑 물질이 우주를 끌어당겨 뭉치게 한다면, 암흑 에너지는 우주를 밀어내어 팽창시키는 척력(Repulsive Force)으로 작용한다.

(1) 가속 팽창의 엔진

1998년, 두 팀의 천문학자들이 먼 초신성을 관측하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빅뱅 이후 중력에 의해 감속될 것이라 믿었던 우주의 팽창 속도가 오히려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이 '우주 가속 팽창'의 발견은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 '가속 팽창'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중력을 이겨내고 공간 자체를 끊임없이 밀어내는 미지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에너지는 우주가 팽창한다고 해서 옅어지지 않는다. 공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더 생겨나 밀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묘한 성질을 가진다.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에 도입했다가 "내 인생 최대의 실수"라며 철회했던 '우주 상수($\Lambda$)'가 바로 이 암흑 에너지를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모델로 부활했다.

(2) 우주의 운명

우주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줄다리기 속에 있다. 암흑 물질은 "뭉쳐라"라고 중력으로 당기고, 암흑 에너지는 "흩어져라"라고 공간을 밀어낸다.

현재의 관측 결과는 암흑 에너지의 승리를 가리킨다. 암흑 에너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주를 더욱 가속 팽창시킬 것이다. 먼 미래에는 모든 은하들이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서로 멀어져, 밤하늘에서 우리 은하 밖의 다른 천체는 영원히 볼 수 없는 고립된 암흑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연구팀이 기존 우주론에 반기를 드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우주는 더 이상 가속 팽창하지 않으며 오히려 감속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내용이다. 이는 아직 학계의 정설로 굳어진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믿고 있는 암흑 에너지 모델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594472

Note
이 글은 표준 모형(Standard Model)에 대한 위키피디아 등에서 제공하는 자료들들 모아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도표는 본문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필자가 직접 제작하였습니다.

이 글에서 서술한 표준모형의 내용은 물질의 구성, 질량 등을 표기한 개념적 기술이고, 입자들 간 힘의 상호작용을 수학적으로 기술하는 '라그랑지안 밀도'는 비전문가가 이해하기에는 난해하여 생략하였습니다.
라그랑지안 밀도는 대칭성(Symmetry)이라는 언어로 쓰인 우주를 구성하는 근본 입자들과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수학적으로 기술하는 방정식입니다. 라그랑지안 밀도에 대해서는, 오선근 교수님의 『표준모형의 이해 2판』(북스힐, 2011)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시공간의 양자화

양자역학에서의 양자는 물리량이 불연속적인 단위를 가진다는 의미이며, 위에서 설명한 전자·광자·글루온·보손들은 모두 해당 장의 양자화된 최소 단위이다. 이 표준모형은 미시 세계를 정교한 양자적 구조로 설명한다.

그러나 로벨리는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이 서로의 영역을 설명하지 못하는 물리적 상황이 존재한다고 지적하며,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시공간 자체의 구조를 다시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던지는 물음의 핵심은 “시공간은 어떤 구조를 지니는가?”이다.

로벨리는 거시적 세계는 너무 커서 미세한 양자의 입자성에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달과 같은 커다란 물체의 움직임을 기술할 때 양자는 필요하지 않은 반면, 원자는 너무 가벼워 공간을 유의미한 정도로 구부리지 못하기 때문에 원자를 기술할 때에는 공간의 곡률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블랙홀처럼 공간의 곡률과 양자의 입자성이 동시에 중요한 물리적 상황이 있을 수 있고, 현재 우리는 이 경우에서 작동하는 이론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한다. 양자역학은 시공의 곡률을 다룰 수 없고, 일반상대성이론은 양자를 고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양자중력 문제는 이러한 근본적 제한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즉, '아인슈타인은 공간과 시간이 중력장의 발현임을 이해했다. 보어·하이젠베르크·디랙은 모든 물리적 장이 양자적 특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이 두 이론을 결합하면 공간과 시간 역시 이러한 특성을 지닌 양자적 대상이라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따라나온다'는 것이 로벨리의 논리다.

이를 위하여 로벨리는 양자 공간과 양자 시간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계를 이해하는 기본 문법을 다시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지구가 공간 속에 떠 있다거나, 우주에는 ‘위’와 ‘아래’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던 아낙시만드로스, 지구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이해했던 코페르니쿠스, 시공이 구부러지고 시간은 장소마다 다르게 흐른다는 사실을 밝혀낸 아인슈타인처럼, 우리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사실들과 정합적인 새로운 세계상을 찾기 위해 실재에 대한 관념을 다시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로벨리,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147~150쪽)

이러한 문제의식은 자연스럽게 로벨리의 양자중력 이론, 즉 루프 양자중력으로 이어진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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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재는 로벨리 물리학을 소개하는 동심헌(童心軒)의 기획 시리즈입니다."

🔖 주(註)

1) 칼 세이건은 자신의 저서 『코스모스』 에서 "우주에는 은하가 대략 $1,000$억($10^{11}$) 개 있고 각각의 은하에는 저마다 평균 $1,000$ 억 개의 별이 있다. 모든 은하를 다 합치면 별의 수는 약 $10^{11} \times 10^{11} = 10^{22}$ 개나 된다."고 했다.(칼 세이건, 『코스모스』, 홍승수 역, 사이언스북스, 2004, 26쪽.) 이 수치는 현대 천문학이 우주의 거대 구조를 설명하는 표준적인 자릿수(Order of Magnitude) 추정과 일치한다.

2)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 중 가장 가벼운 대전 입자인 전자는 $0.511 \text{ MeV}$ 라는 미세한 에너지를 가진다. 이는 우리가 사용하는 거시 세계의 저울로 환산했을 때 $9.11 \times 10^{-31} \text{ kg}$ 에 불과하여, 원자의 껍질을 부유하듯 감싸는 가벼운 성질을 잘 보여준다.

반면, 원자의 중심에서 묵직하게 핵을 지탱하는 양성자는 전자와는 차원이 다른 무게감을 드러낸다. 양성자는 $938.27 \text{ MeV}$, 즉 약 $0.938 \text{ GeV}$ 의 에너지를 응축하고 있다. 이를 킬로그램으로 환산하면 $1.67 \times 10^{-27} \text{ kg}$ 이 되며, 이는 전자가 가진 질량보다 약 1,800배 이상 무거운 수치이다.

마지막으로, 우주 만물에 질량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여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Higgs)는 그 명성에 걸맞은 거대한 에너지를 품고 있다. 힉스 입자는 $125.1 \text{ GeV}$ 라는 막대한 질량 에너지를 가지며, 이는 $2.23 \times 10^{-25} \text{ kg}$ 에 해당한다. 이는 양성자 하나가 가진 무게의 약 133배에 달하는 육중한 질량이다.

이처럼 소립자들은 $10^{-31} \text{ kg}$ 에서 $10^{-25} \text{ kg}$ 에 이르는 찰나의 질량 속에 우주를 구성하는 거대한 에너지를 숨기고 있다. (출처: https://pdg.lbl.gov (Particle Data Group (PDG). 단, kg 단위 변환은 AI가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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