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가장 오래된 빛: 138억 년 전 우주의 아기 사진]
미시 세계의 양자 역학적 떨림이 급팽창을 거쳐 거대한 우주의 중력 구조를 형성했음을 보여주는 플랑크(Planck) 우주배경복사 지도. (Image: ESA and the Planck Collaboration)
물리학의 두 기둥과 양자중력의 필요성
고대 원자론의 직관에서 출발하여 일반상대성이론의 거시 세계, 양자역학의 미시 세계, 그리고 이제 막 문을 열기 시작한 양자중력에 이르기까지, 카를로 로벨리가 안내하는 현대 물리학의 여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양자중력은 현대 물리학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를 해결하려는 이론 물리학 분야이다. 이 이론의 핵심 목표는 우주의 거시적인 세계를 설명하는 일반상대성이론과 미시적인 세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을 하나의 일관된 체계로 통합하는 것이다.
현재 물리학은 두 개의 위대한 이론 위에 세워져 있다. 하나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중력을 시공간의 휘어짐으로 설명하며 행성, 은하, 우주 전체의 운동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예측한다. 다른 하나는 양자역학으로, 원자와 아원자 입자들의 미시 세계를 지배하는 확률적이고 불확정적인 법칙들을 설명한다.
이 두 이론은 각자의 영역에서 눈부신 성공을 거두었지만, 블랙홀의 중심이나 우주가 탄생한 순간인 빅뱅과 같이 중력이 극도로 강하고 공간이 매우 작은 극한의 환경에서는 서로 충돌하며 모순을 일으킨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시공간을 부드럽고 연속적인 곡면으로 묘사한다. 이는 마치 잘 뻗은 고무판과 같다.
반면 양자역학은 에너지를 포함한 모든 것이 불연속적인 덩어리, 즉 '양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미시 세계는 불확정성의 원리가 지배하여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이처럼 거시 세계의 부드러운 시공간 개념과 미시 세계의 불확실하고 양자화된 현실은 서로 양립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의 중심에는 밀도가 무한대인 특이점이 존재해야 하지만,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는 무한히 작은 한 점에 무언가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양자중력 이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양자중력을 설명하려는 여러 이론이 경쟁하고 있지만, 아직 실험적으로 검증된 이론은 없다. 대표적인 후보 이론은 루프 양자중력 이론이다. 이 이론은 시공간 자체가 양자화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즉, 시공간이 연속적이지 않고, '루프(loop)'라고 불리는 매우 작은 고리 모양의 양자 단위들로 엮인 네트워크 구조라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확대해서 볼 수 없는 플랑크 길이(약 $1.6 \times 10^{-35}\text{m}$ ) 규모에서는 시공간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이산적 구조를 가진다. 이는 특이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양자중력 이론은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완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제이다. 이 이론이 완성된다면, 우리는 빅뱅의 순간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블랙홀 내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와 같은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자연의 모든 힘을 하나의 아름다운 방정식으로 설명하려는 과학자들의 오랜 꿈을 실현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 양자역학과 양자중력 비교 요약 표 🔘
공간의 양자
루프 양자중력(Loop Quantum Gravity, LQG)은 카를로 로벨리가 중력을 양자역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이론적 시도 중 하나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공간을 매끄럽게 휘어진 연속체로 설명하지만, 양자역학은 모든 물리량이 불연속적인 양자 단위로 존재한다고 말한다. 루프 양자중력은 이 두 세계관을 통합하여, 공간 자체를 양자화하려는 접근법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을 힘이 아니라 공간의 곡률로 보지만, 루프 양자중력은 이 중력장에 대해 양자화를 시도한다. 즉, 이 곡률을 이루는 공간 자체가 더는 연속적이지 않고 불연속적인 단위, 즉 양자화된 공간으로 가정한다. 공간은 물처럼 연속된 흐름이 아니라, 작은 입자 같은 “공간 원자”가 그물망처럼 엮여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는 공간을 미리 정해진 배경 무대로 보지 않고, 물질과 에너지가 상호작용하며 역동적으로 만들어내는 결과물로 간주한다는 의미이다.
노드와 링크
로벨리의 물리학에 대한 글 제3편에서 '패러데이 선'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이는 전기력을 전달하고 공간을 채우는 선으로, 장(fields) 개념의 기원이 되는 선이다.
그러나 루프 양자중력에서의 패러데이 선은 두 가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첫 번째, 양자론에서는 모든 것이 불연속적이고 양자화되듯, 이 패러데이 선들도 무한히 가늘고 연속적인 흐름이 아니라 유한한 수의 별개의 가닥들을 가진 실제 거미줄과 비슷해진다. 두 번째는 이것이 '공간 속의 장'들이 아니라 공간 자체의 구조, 즉 공간 자체를 짜고 있는 실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공간을 만드는 것은 단순한 선(실)이 아니다. 핵심 열쇠는 이 선들이 만나는 점에 있다. 이 점들을 노드(node)라고 부르고, 노드 사이를 잇는 선을 링크(link)라고 부른다. 이 선들의 집합은 그래프를 형성하는데, 이는 링크에 의해 연결된 노드의 집합이다.
그래프의 물리학적 의미를 밝히는 기술적인 결과는 부피, 즉 공간의 크기이다. 우리는 앞에서 공간을 중력장으로 전제했으므로 여기서 공간은 곧 중력장이고 부피는 결국 중력장의 크기이다. 부피 역시 불연속적인 값, 즉 부피 알갱이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이것을 계산하기 위해 로벨리는 영국의 수학자 로저 펜로즈의 도움을 받았는데, 그것이 바로 스핀 네트워크라는 수학적 구조이다.
스핀 네트워크(Spin Network)
루프 양자중력의 핵심은 스핀 네트워크(Spin Network)라는 수학적 구조이다.
루프 양자중력은 공간을 매끄러운 천이 아니라, 아주 작은 그물망처럼 생각한다. 그물망이 바로 스핀 네트워크다. 스핀 네트워크는 중력장의 양자적 상태를 나타내는 '지도' 또는 '설계도'와 같다. 이 지도는 점(node)과 그 점들을 잇는 선(link)으로 구성된 그래프이다.
이 그물망의 선(link)과 점(node)이 바로 기본 단위이다. 점(Node)은 공간의 양자화된 '부피'를 나타낸다. 이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소 부피 단위를 의미한다.
여기서 루프의 개념이 등장한다.
루프 양자중력 이론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루프'(Loop, 고리)는 이론의 출발점이자 가장 근본적인 개념이다. 스핀 네트워크는 이 루프들이 서로 얽히고 교차하면서 만들어진 전체적인 연결망 구조를 말한다.
이 관계를 옷감에 비유할 수 있다. 루프(Loop)는 닫혀 있는 '하나의 완전한 실 가닥'이다. 즉, 천의 재료이다.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개념이다. 노드(Node)와 링크(Link)는 이 재료(실 가닥)들로 옷감을 짰을 때 나타나는 '구조적 요소’이다. 링크(Link)는 실이 교차하는 지점과 다음 교차점 사이의 '실 부분’이고, 노드(Node)는 여러 가닥의 실들이 서로 만나는 ‘교차점'이다.
'루프'는 스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근본적인 연결고리다. 독립적인 루프들이 모여 서로 관계를 맺고 교차할 때, 비로소 공간의 양자적 구조를 나타내는 스핀 네트워크라는 더 큰 그림이 완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스핀 네트워크는 루프 개념이 더욱 발전하고 정교화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스핀 네트워크는 루프(loop) 형태로 연결되며, 각각의 루프가 만나는 점(노드)이 공간의 최소 면적·부피 같은 물리량을 결정한다. 따라서 “루프 양자중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스핀 네트워크는 물리적인 공간(Space) 그 자체를 나타낸다. 공간이 텅 빈 상자가 아니라, 관계의 그물망으로 짜여 있음을 알 수 있다.
검은 점(Nodes, $v_1, v_2, \dots$)은 '공간의 알갱이'로서 부피(Volume)를 나타낸다. 링크가 만나는 교차점인 노드가 바로 공간 알갱이의 실체이다. 이것은 공간 속에 찍힌 점이 아니다. 이 점 하나하나가 바로 '공간의 최소 단위(양자)'이다. 마치 모래알이나 거품 덩어리처럼, 공간은 이 점들이 모여서 형성된다. 점 하나는 아주 미세한 부피를 가진 '공간의 원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점과 점을 잇는 선(link)은 두 공간 알갱이가 맞닿아 있는 '경계면의 면적(Area)'을 나타낸다. 두 점이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두 공간 알갱이가 서로 '이웃하고 있다'는 뜻이다. 연결되지 않은 점들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거나 접촉하지 않은 상태다. 즉, 이 선들이 서로를 엮어서 우리가 아는 3차원 공간의 구조를 만든다.
선 위의 숫자($\frac{1}{2}, \frac{3}{2}, \frac{5}{2}$)는 "스핀(Spin) 값"이다. 양자역학에서 에너지가 불연속적인 값을 가지듯, 공간의 면적도 불연속적인 값을 가진다. 이를 위해 반정수(半整數)를 사용한다. 이 숫자는 해당 선(면적)의 크기를 결정한다. 즉, 스핀값은 반정수에 대응하는 최소 넓이의 값을 가진다. 숫자가 클수록($5/2$), 두 공간 알갱이가 맞닿은 면적이 더 넓다는 뜻이다. 숫자가 작을수록($1/2$), 면적이 작다는 뜻이다. $\frac{1}{2}$은 자연계에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면적 단위(플랑크 규모)를 상징한다.
루프 양자중력 이론에서 스핀 $\frac{1}{2}$이 가리키는, 자연계에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면적 단위는 '플랑크 면적' 단위로 기술된다.
스핀 $\frac{1}{2}$에 해당하는 가장 작은 면적은 대략 $10^{-70} \text{ m}^2$ ($10^{-66} \text{ cm}^2$) 수준이다.
※ 플랑크 면적 계산 과정
1. 플랑크 길이 ($l_P$): 우주의 최소 길이 단위
$l_P \approx 1.616 \times 10^{-35} \text{ m}$
2. 플랑크 면적 ($A_P$): 플랑크 길이를 제곱한 값
$A_P = l_P^2 \approx 2.612 \times 10^{-70} \text{ m}^2$
3. 스핀 네트워크의 면적 공식 ($j = \frac{1}{2}$ 대입)
$A = 8\pi \gamma l_P^2 \sqrt{j(j+1)}$
($\gamma$: 임미르지 상수)
즉, 스핀 $\frac{1}{2}$은 이 공식에 넣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양의 값이므로, 우주에서 물리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최소한의 면적'을 만들어낸다.
$\approx 2.612 \times 10^{-70}\,\text{m}^2$ 이라는 숫자는 인간의 상상력을 초월할 정도로 작다. 로벨리와 물리학자들은 이를 다음과 같이 비유한다.
"만약 호두알 하나를 관측 가능한 우주 전체의 크기만큼 확대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래도 플랑크 길이는 여전히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또는, "원자핵을 지구 크기만큼 확대했을 때, 플랑크 길이는 그 지구 위의 먼지 한 톨보다도 훨씬 작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림 속의 $\frac{1}{2}$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우주라는 거대한 건축물을 떠받치고 있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가장 근원적인 벽돌의 크기($\approx 2.612 \times 10^{-70}\,\text{m}^2$)를 의미한다.
스핀 네트워크가 말하는 것은 이 네트워크 바깥에는 물리적으로 의미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 그물망 자체가 우주이자 공간이다. 숫자가 $\frac{1}{2}, 1, \frac{3}{2}$ 처럼 뚝뚝 끊어져 있듯이, 공간의 크기(면적, 부피)도 불연속으로 양자화되어 있다. 공간은 무한히 매끄러운 고무판이 아니라, 극도로 작은 알갱이들이 서로 손을 잡고 있는 거품과 같은 구조다.
물리학자들은 이 그림을 3차원으로 해석할 때, 점(Node)을 '다면체(Polyhedron)'로, 선(Link)을 다면체의 '면(Face)'으로 해석한다. 즉, 우주는 무수히 많은 미세한 다면체들이 면을 맞대고 빽빽하게 붙어 있는 구조라는 뜻이다.
공간의 양자(Quantum of Space)
공간은 진짜로 알갱이로 되어 있다. 이것이 양자역학의 핵심이다.
전자기장의 양자인 광자와, ‘공간의 양자’인 그래프(그물망)의 노드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광자는 공간 속에 존재하는 반면, 공간의 양자는 공간 자체를 구성한다. 광자는 ‘그것이 있는 곳’에 의해 특징지어진다. 반면 공간의 양자는 그 자체가 ‘공간’이기 때문에 그것이 있을 장소가 따로 없다. 이 공간의 양자들은 그것들을 공간적으로 특징짓는 오직 하나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어느 공간의 양자들과 인접해 있는지', 즉 어느 것이 어느 것 옆에 있는지에 대한 정보이다. 이 정보는 그래프(그물망)의 링크들로 표현된다. 링크로 연결된 두 노드는 인접한 두 공간의 양자이다.
노드와 링크가 나타내는 이러한 중력의 양자들은, 다시금 말하지만, 공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 그 자체이다. 중력장의 양자 구조를 기술하는 스핀 네트워크는 공간 속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공간을 차지하고 있지도 않다. 개별 공간 양자의 위치는 다른 어떤 것과 관련해서 정의되지 않고, 오직 링크들에 의해, 그리고 공간 양자들 사이의 관계로만 정의된다.
우리는 사물이 ‘어떠한지’가 아니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것은 스핀 네트워크를 고정된 실체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핀 네트워크는 사물에 미친 공간의 효과로 생각해야 한다. 전자가 한 상호작용과 다른 상호작용 사이에는 마치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확률의 구름 속에 퍼져 있듯이, 공간도 특정한 하나의 스핀 네트워크가 아니라 모든 가능한 스핀 네트워크들의 전 영역에 걸쳐 있는 확률의 구름이다.
매우 작은 규모에서 보면, 공간은 중력의 양자들의 요동치는 무더기로서, 이 양자들은 서로에게 작용하고 함께 사물에 작용하며 이러한 상호작용 속에서 스핀 네트워크로, 서로 연결된 입자들로 나타난다.
물리적 공간은 이러한 관계들의 망이 끊임없이 맞물리는 결과로 생겨난 조직이다. 이 선들은 그 자체로는 어디에도, 어느 장소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선들은 서로 간의 상호작용에서 장소를 만들어낸다. 공간은 개개 중력 양자들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스핀 네트워크는 공간 자체의 양자적 구조이므로, 핵심은 '물질을 이루는 입자들이 이 공간 구조와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이다. 이는 루프 양자중력 이론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현재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입자들은 스핀 네트워크라는 배경에 떠 있는 존재가 아니라, 네트워크의 특정 위치에 추가적인 정보(양자수)가 부여된 상태로 기술된다. 즉, 입자는 공간 구조의 일부로서 존재한다.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들(페르미온: 전자, 쿼크 등)은 주로 스핀 네트워크의 '노드(node)'에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앞에서 보았듯이 스핀 네트워크에서 노드는 양자화된 '부피'의 최소 단위를 나타내는 교차점이다. 루프 양자중력 이론에서는 바로 이 노드에 입자의 정보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스핀 네트워크를 거대한 거미줄이라고 상상해보자. 이 거미줄(그래프) 자체가 공간이다. 이때 전자와 같은 물질 입자는 거미줄의 줄들이 만나는 교차점(노드)에 맺힌 '물방울'과 같다. 이 물방울은 거미줄의 일부이며, 거미줄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즉, 입자는 공간의 특정 지점에 존재하는 '속성' 또는 '들뜬 상태'인 셈이다.
힘을 매개하는 입자(보손: 광자 등)들은 스핀 네트워크의 '링크(link)'와 관련이 있다. 링크는 노드와 노드를 연결하는 '선'이며, 두 노드 사이의 양자화된 '넓이' 정보를 담고 있다. 힘의 상호작용은 한 노드(입자)에서 다른 노드(입자)로 링크를 따라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거미줄 비유를 사용하면, 한 교차점(노드)에 있는 물방울이 다른 교차점으로 영향을 미치는 과정은 두 교차점을 잇는 거미줄(링크)을 타고 진동이 전달되는 것과 유사하다. 이 '진동'이 바로 광자와 같은 힘 매개 입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스핀 네트워크 모델에서 입자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개체가 아니다. 그것들은 공간이라는 근본적인 네트워크의 특정 지점(노드)에 나타나는 속성이거나, 그 네트워크를 통해 전파되는 상호작용(링크)이다. 이는 '모든 것은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루프 양자중력 이론의 관계적 세계관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며, 물질과 공간이 분리될 수 없는 하나임을 시사한다.
고전 물리학은 공간을 아무리 확대해도 연속적인 직물처럼 이어져 있다고 본다. 하지만 루프 양자중력 이론은 공간이 플랑크 길이 크기의 불연속적인 조각들로 짜여 있다고 본다. 스핀 네트워크는 “공간이 원자처럼 양자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도구이다.
정리하면, 노드(Node)는 여러 선이 만나는 교차점으로서 작은 부피 단위를 뜻한다. 선(Link)은 노드를 연결하고 선마다 “스핀”이라는 숫자가 붙어 있고, 이것이 면적 단위를 결정한다. 여러 노드가 선으로 연결되어 그물망(graph)을 이루면 이것이 바로 스핀 네트워크이다. 이 네트워크의 구조와 각 선에 붙은 스핀 값이 모여서 “공간의 기하학적 구조”를 만들어 냅니다. 즉, 스핀 네트워크 자체가 공간의 양자 단위라 할 수 있다.
루프 양자중력에서 말하는 스핀 네트워크는 공간의 기본 구조이고, 그 구조의 최소 크기는 플랑크 면적($\approx 10^{-70} \text{ m}^2$)이다. 즉, 우리가 사는 우주의 바탕(빅뱅, 블랙홀의 특이점)은 플랑크 크기의 “양자화된 공간 알갱이”들이 모여 이뤄진 거대한 그물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거시 세계에서 경험하는 부드러운 공간은 이러한 이산적인 스핀 네트워크가 거대한 규모로 얽혀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다.
플랑크 밀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거시 세계를 놀랍도록 잘 설명하지만, 빅뱅의 시작점이나 블랙홀의 중심에서는 예측이 무너진다. 이 두 경우 모두, 물질과 에너지가 무한히 작은 한 점에 압축되어 밀도와 시공간의 곡률이 무한대(∞)가 되는 '특이점(singularity)'이 존재한다고 예측한다. 하지만 '무한대'라는 값은 물리학적으로 실재하는 현상이라기보다는, 그 지점에서 현재의 이론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루프 양자중력은 이 특이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첫째, 공간은 연속적이지 않다. 우리가 느끼기에 공간은 부드럽고 무한히 쪼갤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플랑크 길이라는 극도로 작은 규모로 내려가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소 단위, 즉 ‘공간의 원자' 또는 '공간 알갱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둘째, 최소 부피와 최소 넓이의 존재다. 이 '공간 알갱이'는 스핀 네트워크의 노드(node)에 해당하며, 이보다 더 작은 공간은 존재할 수 없다. 즉, 우주에는 '최소 부피'와 '최소 넓이'의 기본 단위가 있는 셈이다.
이 "공간 알갱이" 개념을 적용하면 블랙홀의 특이점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물질이 블랙홀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도, 무한히 작은 한 점으로 압축될 수 없다. 가장 작게 압축될 수 있는 크기는 '공간 알갱이'의 크기까지이다. 따라서 블랙홀 중심에는 무한대 밀도의 특이점 대신, 플랑크 밀도라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높지만 유한한 밀도를 가진 초고밀도 물질이 존재하게 된다.
플랑크 밀도(Planck Density, $\rho_P$)란, 현재 우리가 아는 물리 법칙이 의미를 갖는 이론상의 최대 밀도이다. 이는 자연의 근본 상수들(중력 상수, 플랑크 상수, 빛의 속도)만으로 정의된 플랑크 단위계의 일부로,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통합되어야만 설명할 수 있는 극한의 상태를 나타낸다. 과학자들이 계산한 플랑크 밀도는 $\rho_P \approx 5.155 \times 10^{96} \text{ kg/m}^3$이다. 이는 1세제곱미터($\text{m}^3$)당 약 5155억 x 1조 x 1조 x 1조 x 1조 x 1조 x 1조 킬로그램에 해당하는 밀도이다. 우리 은하 전체의 질량을 원자핵 하나 크기의 공간에 압축한 것보다도 훨씬 더 높다.
루프 양자중력에서는 공간의 최소 단위가 존재하므로 부피가 '0'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중력장(시공간의 알갱이)의 양자적 특성으로 별의 내부 폭발이 무한정 진행될 수 없다. 폭발로 물질의 밀도가 점점 높아지며 양자중력의 척력(양자중력의 압력)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특정 크기 미만에서는 공간의 양자적 특성이 거시적 특성에 우선하는데, 이 상태에서는 척력이 별의 붕괴를 막는 효과를 일으키고 결국 물질은 한계밀도인 플랑크 밀도에 이르게 된다.
플랑크 밀도가 최대 한계이기 때문에 별의 크기는 그보다 더 작아질 수는 없다. 이러한 상태에 이른 별을 '플랑크 별'이라고 부른다.
플랑크 밀도의 가장 중요한 물리적 의미는, '특이점(singularity)'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는 점이다.
첫째, 어떤 물질의 밀도가 플랑크 밀도에 도달하면, 그 엄청난 질량과 극도로 작은 공간 때문에 공간의 휘어짐(중력)이 극심해져 양자역학적 효과가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즉, 일반상대성이론만으로는 더 이상 현상을 기술할 수 없으며, 양자중력 이론이 반드시 필요해지는 영역이다.
둘째,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의 중심에는 밀도가 무한대인 특이점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양자중력 이론(특히 루프 양자중력)의 관점에서 보면, 물질은 무한히 압축되지 않고 플랑크 밀도에 도달하면 붕괴를 멈춘다. 즉, 블랙홀의 중심에는 특이점이 아닌, 플랑크 밀도를 가진 초고밀도 영역이 존재하게 된다.
셋째, 우주의 시작(빅뱅)을 설명한다. 빅뱅 이론 역시 우주가 무한대 밀도의 특이점에서 시작되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또한 플랑크 밀도의 개념을 도입하면 '빅 바운스(Big Bounce)'로 설명이 가능해진다. 빅 바운스 우주는 밀도가 플랑크 밀도에 도달할 때까지 수축했다가, 더 이상 압축되지 않고 다시 반동하고 팽창하여 특이점이 사라지고 우주의 역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플랑크 밀도는 현재의 물리 법칙이 붕괴하는 지점이자, 미지의 양자중력 현상이 지배하는 세계의 문턱이다. 이는 우주의 기원과 블랙홀의 비밀을 푸는 데 있어 '무한대'라는 장벽을 허물고 구체적인 물리량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적인 개념이다.
빅 바운스 가설 (Big Bounce)
양자중력에서는 빅뱅(Big Bang)을 단순히 "시간과 공간의 시작점에서 무한히 작은 특이점"으로 보지 않고, 양자적인 구조 덕분에 특이점이 사라진다고 설명한다. 이를 흔히 빅 바운스(Big Bounce) 시나리오라고 한다.
로벨리는 자신의 저서(번역서 6권)에서 빅 바운스 가설을 두 번 언급한다.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 따르면 우주는 무한히 붕괴하고, 어떤 시점이 되면 핵으로 떨어지는 전자처럼 사라져버릴 것이다. 이것이 양자역학을 무시할 경우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이 예측하는 빅뱅의 형태이다.
그러나 양자역학을 고려하면 우주는 한없이 붕괴할 수는 없다. 마치 그런 일을 막는 양자의 반발력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수축하는 우주는 어떤 한 점으로 내려앉지 않고 되튀어 마치 우주 폭발이 일어난 것처럼 팽창하기 시작한다. 로벨리는 그 거대한 되튐을 빅뱅이 아니라 빅 바운스라고 명명한다.(로벨리,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 205쪽)
루프 양자중력에 따르면 블랙홀의 붕괴가 진행될수록 이는 빅뱅에서 일어난 일과 유사하다. 빅뱅은 우주가 양자가 허용하는 최대 밀도에 도달할 때까지 수축한 후 다시 튕겨 나와 팽창하기 시작하는 거대한 우주적 반등이었을 수도 있다. 극도로 높은 밀도에서 양자들이 분리되어 있으면서 압력을 생성하여 더 이상의 압축을 방지하고 반등을 유발하는 것이다. 두 경우 모두 붕괴를 반등으로 바꾸는 압력을 유발하는 것은 양자중력 현상이다.
최대 압축 순간에 극도로 압축된 별을 '플랑크 별'이라고 한다. 양자중력의 척력인 플랑크 크기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플랑크 별이라는 이름은 별이 블랙홀로 붕괴하고 반등하여 화이트홀이 되어, 모든 것이 다시 나올 때까지의 전체 현상을 가리키기도 한다.(로벨리, 『화이트홀』 , 105쪽)
우주는 과거에 한 번 수축기를 겪었고, 플랑크 밀도($\approx 10^{96} \text{ kg/m}^3$) 근처에서 반발력이 생긴다. 이 반발력은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양자 기하학적 효과에서 기인한다.
그 결과, 우주는 붕괴하지 않고 "튕겨" 올라오듯이 새로운 팽창기를 시작한다. 즉, 현재의 빅뱅은 "절대적 시작"이 아니라, "이전 우주의 수축 → 반전 → 새로운 팽창" 과정의 한 부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빅 바운스의 물리적 의미는 첫째, 특이점 회피이다. 무한대 물리량을 제거하고, 유한한 최소 부피와 밀도를 가정한다. 둘째, 시간 루프 양자중력은 빅뱅을 "시작"이 아닌 "전환점"으로 바라본다. 즉, 우리가 사는 우주는 "영원한 팽창과 수축의 순환" 속 한 국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로벨리는 우주가 수축 국면으로부터 팽창 국면으로 옮겨가 빅 바운스를 거쳐 생성되었을 확률은, '스핀 거품'이라는 또 다른 수학적 도구를 사용하여 가능한 모든 경로 적분(역사들의 합)을 수행함으로써 계산된다고 설명한다. 이것은 이제 물리학에서 고전적인 배경 공간은 사라지고, 양자중력이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양자화함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는 공간이 연속적인 배경 무대(background)가 아니라 알갱이로 이루어진 물리적 실체임을 이해했다. 이는 스핀 네트워크라는 수학적 도구를 통해 명확해졌다.
그렇다면 이 알갱이들의 변화는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시간이다. 다음 편 [루프 양자중력: 스핀 거품과 시간의 탄생]에서는 스핀 네트워크의 변화 과정인 '스핀 거품'을 통해, 시간이 절대적인 변수가 아니라 양자적 사건들의 관계 속에서 솟아난 결과물임을 로벨리의 시선을 통해 소개하겠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