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거장의 양자론은 물질은 관찰되기 전까지는 확률의 '파동'으로 존재하다가, 관찰되는 순간 비로소 위치를 가진 불연속 '입자'로 결정된다는,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말한다.(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퍼블릭 도메인, pages 제작)
20세기에 들어서 원자의 구조는 여러 실험을 통해 작은 태양계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져 있었다. 질량은 무거운 중심핵에 집중되어 있고 그 주위를 가벼운 전자들이 돌고 있는 것이 마치 태양 주위를 행성들이 공전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물질에 색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빛을 자세히 조사하면 물질들은 서로 다른 특정 색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맥스웰은 색이 빛의 진동수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물질에서 방출된 빛은 특정 진동수만을 갖고 있다. 어떤 물질을 특징짓는 진동수들의 집합을 물질의 ‘스펙트럼’이라고 부른다. 스펙트럼은 서로 다른 색깔의 가는 띠의 모음으로, 주어진 원소가 발산한 빛이 분해된 것이다.
그런데 스펙트럼은 연속적인 색이 아니라 몇 가지 분리된 선들로 이루어져 있다. 색은 진동수이고, 진동수는 물질 내부에서 전하들이 흔들리는 속도다. 이 전하들은 바로 원자의 내부를 돌고 있는 전자들이다. 그렇다면 왜 물질은 “모든 색을 조금씩” 방출하지 않고 오직 몇 가지 특정 색만을 방출하는가? 고전 물리학에 따르면 전자는 가속하는 전하이므로 끊임없이 모든 파장의 전자기파를 방출하며 에너지를 잃어야 하고, 결국 찰나적 시간 안에 원자핵으로 추락해야 한다. 그러나 자연은 그렇지 않다. 원자는 안정적이며, 빛은 불연속적인 선으로만 나온다.
양자화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닐스 보어(Niels Bohr)는 "원자 내 전자의 에너지는 양자화(quantized)되어 있다"는 대담한 가설을 내놓는다. 즉,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는 연속적인 값이 아니라, 오직 불연속적인 특정 값들만 허용된다는 것이다. 다시금 열쇠는 입자성이지만 앞선 장(8장: 양자의 세계을 연 첫 번째 식)에서 빛의 양자인 광자에 대한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원자 속 전자들의 에너지의 입자성이다. 자연의 입자성이 분명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어지는 두 단락(양자화: 파동성과 경계조건, 전자와 광자: 두 종류의 파동)은 카를로 로벨리의 서술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현대 물리학에서 설명하는 '전자와 광자의 양자화 조건'을 필자가 별도로 정리하여 보충한 내용입니다.
양자화: 파동성과 경계 조건
입자들이 원자핵에 묶인 전자처럼 특정 공간에 갇힌 '속박상태(bound state)'에 있을 때, 이들은 '양자화(quantized)'된다고 한다.
왜 하필 '속박상태'에 놓인 입자는 양자화되는 것일까? 그 현상의 핵심에는 입자의 파동성과 경계 조건(Boundary Conditions)이 있다.
모든 입자는 파동의 성질을 갖는다. 이 파동이 특정 공간 안에 갇히게 되면(속박되면), 그 파동은 스스로를 상쇄하지 않고 마치 양쪽 끝이 고정된 기타 줄처럼 안정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기타 줄을 튕기면, 줄은 '아무렇게나' 진동하지 않는다. 줄의 양쪽 끝이 고정되어 있다는 경계 조건 때문에, 줄의 길이에 정확히 들어맞는 파장(기본음, 2배 진동, 3배 진동...)의 정상파만이 허용된다. 이 외의 파동은 스스로 상쇄되어 사라진다.
입자(전자 또는 광자)는 파동(전자는 파동함수, 광자는 전자기파)으로 기술된다. 이 파동이 '속박상태'(원자핵 주변, 혹은 거울 사이)에 놓이면, 파동은 주어진 공간 안에 '갇혀야' 한다. 이 경계 조건은 파동이 가질 수 있는 파장($\lambda$)을 제한한다(예: 상자 길이에 딱 맞아야 한다). 파장이 제한되면, 그에 연결된 운동량과 진동수($\nu$)도 제한된다. 최종적으로 에너지 역시 연속적인 값이 아닌, 특정 허용된 값들만 가질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수소 원자에서 전자를 가두는 것은 전기력(쿨롱 힘)이다. 양성자와 전자 사이의 인력은 전자가 원자핵 주변을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이 ‘속박’은 전자를 파동으로 행동하도록 강제하며, 전자는 원자핵 주변에서 정상파 형태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보어는 이를 “전자의 궤도 둘레가 물질파 파장의 정수배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파동이 한 바퀴 돌고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위상이 일치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양성자는 (+)전하, 전자는 (-)전하를 띤다. 이 둘 사이의 강력한 인력은 전자가 원자핵 주변을 벗어나지 못하게 붙잡아 둔다. 이는 마치 행성이 태양의 중력에 묶여 궤도를 도는 것과 비슷하지만, 양자 세계에서는 이 '속박'이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전자 역시 입자인 동시에 파동(물질파)이다. 전자의 상태는 '파동함수'라는 파동으로 기술된다.
원자핵에 묶인 전자의 파동은 무한히 퍼져나갈 수 없다. 원자핵 주변의 특정 공간 안에 존재해야 하며, 그 파동은 스스로를 상쇄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유일한 해결책은 전자의 물질파가 원자핵 주변에서 '정상파'를 이루는 것이다.
기타 줄이 양 끝점에 고정되어 특정 진동수(음높이)의 정상파만 만들 수 있듯이, 전자의 물질파도 원자핵에 묶인 채로 스스로 파괴되지 않으려면 파장이 정확히 들어맞는 특정 형태의 정상파만 허용된다.
이 '정상파 조건'을 만족하는 전자의 상태를 슈뢰딩거 방정식으로 엄밀하게 계산하면, 파동의 비밀이 설명된다.
슈뢰딩거 방정식으로 이 조건을 풀면, 각 정상파는 고유한 3차원 형태를 갖는다. 이것이 바로 1s(공 모양), 2p(아령 모양) 등으로 알려진 ‘오비탈’이다. 전자는 이 오비탈이 제공하는 특정한 불연속적 에너지 값만 가질 수 있으며, 그 사이의 값은 가질 수 없다.
수소 원자를 예를 들면, 양자화란 전기력에 속박된 전자가 안정하게 존재하기 위해 특정한 정상파(오비탈) 형태만을 취해야 하고, 그 결과 특정한 에너지 값(준위)1)만을 갖게 되는 필연적 현상이다.
전자와 광자: 두 종류의 파동
전자와 광자는 현대 물리학의 두 가지 핵심적인 '흐름'을 대변한다. 전자는 질량을 가진 물질이 어떻게 파동처럼 퍼져나가는지를 보여주는 물질파이고, 광자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를 생성하며 나아가는 전자기파의 전형이다.
전자는 고전적인 입자처럼 궤도를 그리며 날아가지 않는다. 전자는 공간 전체로 자신의 '존재 가능성'을 타진하며 퍼져나간다.
전자가 움직일 때, 전자는 파동함수($\psi$)라는 수학적 실체를 통해 공간을 점유한다. 이 파동은 물리적인 매질의 진동이 아니라, 전자가 발견될 확률 진폭의 흐름이다.
전자는 출발할 때, 좁은 영역에 밀집된 파동 묶음의 형태를 띤다. 이 파동묶음은 시간 흐름에 따라 넓게 퍼져나간다. 슈뢰딩거 방정식의 분산 관계 때문에 파동 묶음을 이루는 각 성분이 서로 다른 위상 속도로 진화하고, 그 결과 전자의 위치 불확정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진다.
슈뢰딩거 방정식은 전자가 에너지를 보존하며 시간에 따라 어떻게 공간으로 스며드는지를 설명한다.
전자가 슬릿을 통과하거나 다른 원소의 원자에 부딪히면, 파동함수는 스스로 간섭을 일으킨다. 이는 마치 물결이 서로 겹쳐지듯, 전자가 '자기 자신'과 상호작용하여 확률이 높은 곳과 낮은 곳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여러 실험에서 전자는 표면에 회절 무늬를 만들며 입자가 아닌 파동으로서 흐른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반면 광자는 전자의 파동과는 달리, 물리적인 장(Field) 자체가 진동하며 나아간다. 광자는 전자기장 그 자체의 들뜸(Excitation)이다.
광자의 흐름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가 서로를 낳는 완벽한 자가 발전 과정이다.
가속하는 전하가 전기장에 교란을 일으킨다. 변화하는 전기장은 즉시 자기장을 유도한다. 유도된 자기장은 다시 변화하며 새로운 전기장을 유도한다. 이 끊임없는 '원인과 결과'의 연쇄 반응이 빛의 속도($c$)로 공간을 뚫고 나아간다.
맥스웰 방정식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 수직을 이루며, 진행 방향에 대해서도 수직으로 진동하며 나아감을 보여준다.
전자의 파동이 '확률'을 매개로 한다면, 광자의 파동은 '진공' 그 자체를 무대로 삼는다. 광자는 매질 없이도 스스로를 지탱하며 우주 끝까지 나아갈 수 있다. 이상적인 진공에서는 특정 주파수의 광자가 매질에 에너지를 잃지 않고 전파되며, 맥스웰 방정식은 이 파동이 주파수에 상관없이 항상 같은 속도 $c$로 진행하는 비분산 파동임을 보여준다.
1887년 하인리히 헤르츠(Heinrich Hertz)는 맥스웰이 예견한 전자기파를 실험적으로 생성하고 검출했다. 그는 전기 불꽃 방전이 공간을 건너 수신 장치에 도달함을 보여줌으로써, 빛과 전자기파가 동일한 실체임을 증명했다.
결론적으로 전자와 광자의 파동은 본질과 흐름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전자의 파동은 물질이 공간에 존재할 확률 진폭($\Psi$)을 진동시킨다. 전자는 특정 시공간에서 '발견될 가능성'이라는 비물리적인 실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며 흐른다. 따라서 관측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전자는 어느 한 지점에 국한되지 않는 비국소적(Non-local)인 확률 구름으로 존재한다.
반면, 광자의 파동은 에너지를 가진 물리적인 장(Field)의 실체를 진동시킨다. 광자는 스스로 전기장과 자기장을 발생시키고, 이 두 벡터 장을 서로 수직으로 교차 진동시키며 공간을 직조해 나가는 동적인 실체이다.
전자의 파동과 광자의 파동은 공간을 이동하는 방식에서도 본질적인 차이를 보인다.
전자의 파동은 질량을 가진 물질의 흐름이므로, 그 속도($v$)는 항상 광속($c$)보다 느리다($v < c$). 또한 전자가 유영하는 파동 묶음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퍼져나가는 분산 현상을 겪는다. 이는 전자의 위치 불확정성이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함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광자의 파동은 질량이 없는 에너지 덩어리이므로, 진공 속에서는 언제나 일정한 광속($v=c$)을 유지한다. 이상적인 진공에서는 파동이 주파수에 따라 다른 속도로 퍼지지 않는 비분산 특성을 갖고, 흡수나 산란이 없다면 매우 먼 거리까지 에너지를 전파할 수 있다.
전자의 확률적 흐름은 양자역학의 핵심 방정식인 슈뢰딩거 방정식에 의해 완전히 지배된다. 이 방정식은 전자의 파동 함수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기술한다.
반면, 광자의 실체는 맥스웰 방정식의 장에 의해 규정된다. 이 방정식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를 어떻게 유도하고, 그 결과로 파동이 광속으로 전파되는지를 수학적으로 입증한다.
전자는 "나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는 확률의 안개를 공간에 흩뿌리며 나아가고, 광자는 "나는 스스로 존재한다"는 전기와 자기의 교차 짜임으로 공간을 직조하며 나아간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다른 방식의 양자화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1. 전자의 양자화 (상태의 양자화): 전자는 원자핵에 '속박'될 때 비로소 그 '상태'(에너지)가 양자화된다.
2. 광자의 양자화 (존재의 양자화): 반면 광자(빛)는 어딘가에 속박되지 않아도, 그 존재 자체가 이미 양자화되어 있다. 빛 에너지는 $E=h\nu$라는 기본 단위를 가진 '알갱이'로 구성된다. 광전효과는 '이미 양자화된' 광자 알갱이 하나가 가진 에너지($h\nu$)가 금속이 전자를 묶어두는 최소 에너지(일함수)보다 커야만 일어난다. 광자가 이미 불연속적인 알갱이이기 때문에 이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양자도약
보어의 모델은 이러한 전자와 광자의 스펙트럼을 완벽하게 설명해냈지만, 동시에 훨씬 더 기괴한 문제를 남겼다. 그는 전자가 핵으로부터 어떤 '특별한' 거리에서만, 다시 말해 어떤 특정한 궤도에서만 존재할 수 있으며, 그 척도는 플랑크 상수 $h$ 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가정한다. 그리고 전자들은 허용된 에너지를 갖는 한 원자 궤도와 다른 원자 궤도 사이에서 ‘점프’한다고 아무 근거 없이 가정한다. 이것이 그 유명한 양자도약(Quantum Leap)이다.
전자는 $E_3$ 상태에서 $E_2$ 상태로 떨어지며 빛을 방출한다. 그런데 이 '도약'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n=3$ 궤도와 $n=2$ 궤도 '사이'의 공간을 통과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그 중간 상태는 허용되지 않는 에너지이므로 존재할 수 없다.
전자는 말 그대로 한 궤도에서 '사라졌다가' 다른 궤도에 '나타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왜?
어떤 미지의 힘이 전자가 이 말도 안 되는 점프를 하도록 강제하는 것일까? 20세기 초 보어와 그의 동료들은 10년 이상 이 '전자의 기괴한 행동을 유발할 수 있는 힘'에 대해 고민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관측 가능한 것만 남긴 혁명: 하이젠베르크
그러던 중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 1901~1976)가 단순하면서 대담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그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전자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바꿀 것을 제안했다. 그의 제안은 전자의 움직임을 기술하는 것 대신,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것(즉, 전자가 방출하는 빛의 강도와 진동수)만 기술하자는 것이었다.
그의 대담한 아이디어의 핵심은 "물리학은 오직 관측 가능한 것만을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이젠베르크는 관찰되는 양, 즉 방출되는 빛의 진동수와 진폭만을 사용하여 전자의 행동을 다시 계산했다. 전자가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도약할 때 그 효과를 관찰할 수 있다. 전자는 더 이상 궤도를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변수는 숫자표, 이른바 '행렬'로 대체된다. 전자의 출발 궤도가 행에 있고, 도착 궤도가 열에 있는 표이다. 이 표는 각 행과 열의 교차점에 있는 항목이 특정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의 도약을 기술한다.
전자에 대해 관찰할 수 있는 것은 전자가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도약할 때 방출되는 빛이다.
하이젠베르크의 아이디어는 전자의 운동을 기술하는 모든 물리량(위치, 속도, 에너지)을 숫자가 아닌 숫자 표들로 단순히 대체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약할 때 방출되는 빛의 강도와 진동수는 표의 해당 항에 의해 결정된다. 또한 에너지에 해당하는 표에는 대각선 항들(1행 1열, 2행 2열 등)에만 숫자가 있으며, 이것이 보어 궤도의 에너지를 나타낸다.
변수를 숫자 표로 대체하자는 이 이론으로 계산하면 올바른 결과가 나온다. 하이젠베르크의 행렬 이론으로 계산된 에너지값은 보어의 가설과 정확히 일치했다. 방출되는 빛의 세기도 계산할 수 있었다. 이 이론에서는 입자들의 위치는 모든 순간 기술되지 않고, 오직 특정 순간의 위치만 기술된다. 이것이 바로 양자역학의 첫 번째 기본 방정식이다. 하이젠베르크가 알레르기 증상을 없애려고 잠시 휴양을 떠났던 '신성한 땅' 헬골란트 섬에서 돌아온 해 1925년의 일이다.
'오직 관찰 가능한 것에만 국한'하고 물리적 변수를 행렬로 대체한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는 아직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이 이론은 미시 세계를 설명하는 이론들 가운데, 지금까지 실험과의 불일치가 발견되지 않은 가장 성공적인 이론 중 하나다.
파동함수: 슈뢰딩거의 해석
하지만 이듬해인 1926년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ödinger, 1887~1961)가 하이젠베르크의 이론과 수학적 관점에서 실질적으로 동등하며 동일한 값을 예측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성공한다. 슈뢰딩거는 입자의 궤적도 그 기저에 있는 파동의 움직임에 대한 근사치일 뿐이라는 생각에 매료되어 파동방정식을 만들어 보어 에너지를 정확히 추출해낸다.
그런데 왜 우리는 전자에서 관찰 가능한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해야 할까? 전자는 더 이상 궤도를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슈뢰딩거 방정식의 해(解)를 파동 함수 $\psi$(프사이)라고 부른다. 그의 놀라운 계산은 미시 세계가 입자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psi$ 파동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원자핵 주변에는 점 같은 물질이 돌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람에 물결치는 작은 호수의 파도처럼 슈뢰딩거 파동의 연속적인 출렁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20세기 전반의 물리학자들은 행렬에는 익숙하지 않고 파동방정식에는 익숙하여 슈뢰딩거의 이론이 훨씬 설득력 있어 보였다. 즉, 하이젠베르크가 없애고자 했던 '전자의 궤적'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 궤적은 전자가 퍼져나가는 파동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다. 슈뢰딩거가 옳은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전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전자는 항상 온전하게 한 지점에 도달한다. 슈뢰딩거 방정식에 따르면, $\psi$ 파동은 초기 조건에 따라 공간 전체에 다양한 방식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전자가 입자 검출기나 텔레비전 화면 등에서 감지될 때, 전자는 공간에 퍼져 있지 않고 한 지점에 도달한다.
파동역학도 하이젠베르크의 행렬만큼 모호하다. 슈뢰딩거는 불연속성을 제거했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이 불연속성은 우리가 관찰할 때 다시 나타난다. 또다시 우리가 관찰하는 것이 등장한다.
결국 슈뢰딩거의 파동함수 값의 제곱($|\psi|^2$)이 공간의 한 지점에서 전자가 관측될 확률(정확히는 확률 밀도)을 결정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원자가 전자를 방출하는 경우, 검출기가 있는 지점에서 $\psi$ 값에 따라 그 검출기가 전자를 감지할 확률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슈뢰딩거의 $\psi$는 실재하는 실체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을 알려주는 계산 도구이다.
슈뢰딩거의 양자론도 하이젠베르크의 양자론도 모두 확실성이 아니라 확률을 예측한다.
그런데 왜 확률일까?
이것은 글자 그대로 '자연의 법칙'은 결정론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앞에서도 보았듯이 양자론의 명칭은 '알갱이'를 뜻하는 'quanta'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양자 현상은 세계가 아주 작은 규모에서는 입자적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플랑크 상수가 암시하듯, 원자 내 전자의 궤도는 에너지가 꾸러미로 된 입자인 것처럼, 특정 에너지만 가질 수 있다. 전자가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도약하면 에너지 꾸러미가 방출되는데 그것이 빛의 양자가 된다. 더더구나 원자의 회전속도조차 연속이 아니고 특정한 불연속적인 값만을 취한다.
양자론에 따르면, 전자기파는 그 진동수($\nu$)에 정비례하는 고유한 에너지($E=h\nu$)를 가진 '광자'라는 불연속적인 입자로 구성된다. 이 빛이 물질과 상호작용할 때, 대상 물질의 전자는 자신을 묶어두는 최소한의 에너지 문턱인 '일함수($\phi$)'에 의해 속박되어 있다. 오직 물질 표면에 부딪히는 광자 1개의 에너지가 이 일함수보다 크거나 같을 경우($E \ge W$)에만 그 전자를 방출시킬 수 있으며, 만약 광자의 에너지가 이 문턱값에 미치지 못한다면, 아무리 빛의 세기(광자의 수)를 강하게 해도 전자는 방출되지 않는다.
이러한 입자성은 관찰, 확률과 함께 양자론의 핵심 개념이다.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의 행과 열은 에너지가 취하는 개별 입자적인 혹은 불연속적인 값에 직접 대응하는 것이다.
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는 전자는 우리가 보지 않을 때 어디에 있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그저 우리가 그 전자를 관찰하면 그 전자를 어떤 지점에서 찾을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말해줄 뿐이다. 이때 양자도약은 전자들이 존재하는 방식이다.
양자도약의 시간: 아토초 물리학의 통찰
이 대목에서 로벨리의 서술을 잠시 벗어나, 최근 물리학계의 가장 뜨거운 성과인 아토초 과학(Attosecond Science)의 통찰을 빌려와 봅시다. 과연 양자 도약은 정말로 시간조차 걸리지 않는 마법 같은 순간이동일까요?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양자 도약을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 즉각적인 사건'으로 간주했습니다. 당시의 기술로는 그 찰나를 들여다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23년 노벨 물리학상이 밝혀낸 최신 연구 결과는 다릅니다. 현대 과학은 그 '불연속의 틈'조차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전자가 에너지를 흡수하여 궤도를 옮기거나 원자를 탈출하는 그 찰나, 양자 도약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고전 역학에서 우리가 사다리를 오를 때는 반드시 칸과 칸 사이의 허공을 지나야 한다. 하지만 양자 세계의 전자는 다르다.
전자는 낮은 에너지 궤도($E_1$)에서 높은 에너지 궤도($E_2$)로 이동할 때, 그 사이 공간을 지나가지 않는다. 전자는 $E_1$에서 사라지는 동시에 $E_2$에서 나타난다. 이것은 마치 순간 이동과 같다. 전통적인 코펜하겐 해석에서 이 현상은 마치 시간 소모 없는 순간 이동처럼 여겨졌다.
전자는 궤도 사이의 금지된 구역을 건너뛰는 것이 아니라, 그 구간에서의 존재 확률 자체가 '0'인 상태로 건너편에 실체화된다.
앞에서 묘사한 '이탈(Escape)' 단계가 바로 양자 도약의 가장 극적인 형태이다.
보통의 양자 도약은 $n=1$층에서 $n=2, 3$층으로 가는 층간 이동이다. 하지만 빛이 충분히 강력한 에너지(수소의 경우 $13.6\,\text{eV}$ 이상)를 주면, 전자는 $n=\infty$라는 궤도, 즉 '원자 밖'으로 도약해 버린다.
이 도약은 단순한 위치 이동을 넘어, 전자의 신분을 바꾼다. 핵에 묶인 '구속 상태'였던 전자가, 이 한 번의 도약으로 자유롭게 파동 치는 '산란 상태'로 위상 전이를 일으키는 것이다.
오랫동안 물리학자들은 양자 도약이 '즉시' 일어난다고 믿어왔다. 시간조차 걸리지 않는 사건이라고 생각했으나, 현대 과학은 이 틈새를 엿보고 있다.
최근의 아토초 물리학(Attosecond Physics) 연구들은 양자 도약에도 극히 짧지만 '시간'이 소요됨을 밝혀냈다. 전자가 빛을 머금고 들떠서 궤도를 박차고 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수십~수백 아토초($10^{-18}$초) 수준이다. 구체적인 값은 원자 종류와 상호작용의 방식에 따라 달라지지만, 공통적으로 이 과정이 유한한 시간 동안 진행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전자는 아래 궤도에도 있고, 위 궤도에도 있는 '중첩 상태'로 존재하며 에너지를 조율한다. 즉, 완벽한 단절처럼 보이는 도약도 초고속 카메라로 들여다보면 파동이 출렁이며 위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연속적인 과정이 숨어 있다.
2023년 노벨 물리학상은 바로 이 전자의 움직임을 찰나의 시간 단위로 포착해 낸 피에르 아고스티니, 페렌츠 크라우스, 안 륄리에에게 수여되었다. 그들은 빛의 파동을 이용하여 전자가 궤도를 뛰어넘는 그 미세한 순간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양자화의 여행: 수소 원자
빛이 원자를 때리고, 그 충격으로 전자가 튕겨 나가는 순간부터 종착지에 닿는 순간까지, 수소 전자는 입자가 아닌 '확률의 구름'으로서 공간을 여행한다.
광자에 의해 해방된 수소 원자의 전자가 공간을 가로질러 검출기(종착지)에 안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세 단계의 여정으로 묘사할 수 있다.
1. 이탈 (Escape): 속박을 끊고 파동으로 피어나다
광자가 수소 원자의 심장에 충돌하는 순간, 전자는 핵이 부여한 궤도라는 감옥을 부수고 나온다. 이때 전자는 더 이상 특정 위치에 고정된 점이 아니다. 전자는 구면파(Spherical Wave)의 형태를 띠며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가능성 그 자체'로 변모한다.
예를 들어 $13.6\,\text{eV}$ 이상의 에너지를 가진 광자가 전자를 때리면, 전자는 원자핵의 인력을 이겨내고 '산란 상태'로 전이한다. 이때 전자의 파동함수는 좁은 원자 내부에서 벗어나 무한한 공간으로 그 영역을 확장한다.
아인슈타인의 광전 효과는 빛이 에너지를 가진 입자(광자)처럼 행동하여 전자를 쳐낸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때 튀어 나가는 전자의 운동 에너지는 빛의 진동수에 비례한다.2)
2. 전파 (Propagation): 공간을 탐색하는 확률의 춤
공간으로 풀려난 전자는 총알처럼 직선으로 날아가지 않는다. 전자는 파동 묶음이 되어 마치 연못에 던져진 돌이 만드는 물결처럼 공간 전체로 넓게 퍼져 나간다.
슈뢰딩거 방정식에 따라 전자의 파동함수($\Psi$)는 시간이 지날수록 넓게 퍼지는 분산 과정을 겪는다. 파동의 중심부는 빠르게 이동하지만, 주변부는 서서히 퍼지며 전자가 존재할 수 있는 공간적 범위를 넓힌다. 전자는 동시에 여러 경로를 탐색하며, 장애물이 있다면 회절하고 간섭하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다.
3. 안착 (Arrival): 파동함수의 붕괴와 실체화
전자의 파동이 종착지인 스크린이나 검출기에 닿는 순간,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공간 전체에 안개처럼 퍼져 있던 전자의 확률은 순식간에 한 점으로 수축한다. 이를 파동함수의 붕괴라고 한다.
넓게 퍼져 있던 파동이 검출기라는 거시적 물체와 상호작용하는 즉시, 전자는 "나 여기 있다"라고 외치듯 하나의 픽셀, 하나의 점으로 자신의 위치를 결정한다. 파동으로서의 흐릿한 가능성은 사라지고, 입자로서의 명확한 실체가 드러난다.
이중 슬릿 실험에서 전자를 하나씩 쏘아 보내면, 전자는 스크린에 닿는 순간 오직 하나의 점으로만 기록된다. 하지만 이 점들이 모이면 결국 파동의 간섭 무늬를 형성한다. 이는 전자가 이동할 때는 파동이었으나, 도착하는 순간 입자로 관측됨을 증명한다(코펜하겐 해석).
결국 전자는 광자의 에너지를 받아 파동으로 깨어났고, 확률의 구름이 되어 공간을 유영했으며, 종착지와의 만남을 통해 비로소 하나의 입자로 결실을 맺는다.
이 과정에서 양자화는 '시작'과 '끝', 그리고 '거래의 순간'에 일어난다. 그 사이의 '과정'은 역설적이게도 지극히 아날로그적(연속적)이다.
가장 먼저 양자화가 일어나는 곳은 빛과 전자가 만나는 순간이다. 에너지는 물처럼 줄줄 흐르는 것이 아니라, 동전처럼 딱 떨어지는 단위로만 거래된다.
수소 원자에 빛을 비출 때, 에너지는 연속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빛은 $E=h\nu$ (플랑크 상수 $\times$ 진동수)라는 덩어리로만 전자에 흡수된다. 0.5개의 광자나 1.2개의 광자는 없다. 전자는 광자 1개를 통째로 삼키거나, 아예 무시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광자는 이미 그 자체가 양자화된 상태이다.
전자는 원자핵 주변의 아무 곳에나 있을 수 없다. $n=1, 2, 3...$과 같이 허용된 궤도(에너지 계단)에만 존재할 수 있다. 전자가 탈출하려면, 이 '계단'을 뛰어넘을 만큼의 정확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즉, 출발지 자체가 불연속적인 주소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에너지 준위가 바로 양자화된 지점이다. 앞서 말했던, 전기력에 속박된 전자가 안정하게 존재하기 위해 특정한 정상파(오비탈) 형태만을 취해야 하고, 그 결과 특정한 에너지 값(준위)만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흥미롭게도, 전자가 원자를 탈출하여 자유 전자가 되는 순간부터는 에너지 준위의 불연속성이 사라지고,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운동 에너지가 연속적인 값들을 이룬다(연속 스펙트럼). 이때부터 전자는 매끄러운 파동함수로 공간을 유영한다.
공간에 안개처럼 퍼져 있던 전자가 검출기에 닿는 순간, 다시 한번 강력한 양자화가 일어난다.
파동함수는 공간 전체에 $\Psi$(프사이) 값으로 퍼져 있지만, 우리가 관측하는 그 순간 전자는 "딱 한 점"에서 발견된다. 0.3은 A지점에, 0.7은 B지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자는 100%의 확률로 한 좌표에 찍힌다. 흐릿한 파동이 하나의 '알갱이'로 수렴하는 사건이다.
전자는 광자라는 데이터 패킷 1개를 받고 그 거래의 순간 양자화된다. 전자는 확률 파동이 되어 부드럽게 공간을 퍼져 나간다. 이때는 에너지 준위의 양자화가 풀려 연속적인 운동 에너지를 가진 파동으로 유영한다. 검출기에 닿는 순간 스크린 위의 픽셀 하나가 반짝 켜지며 위치가 다시 한 번 입자처럼 양자화된다.
양자 세계의 기묘함
우리가 '양자 도약'이라고 부르는 이러한 현상은, 부드러운 파동의 자연을 불연속적인 사건(Event)으로 번역할 때 발생하는 필연적인 결과이다.
양자 도약은 앞서 설명한 '이탈'의 순간, 즉 전자가 속박을 끊거나 궤도를 바꿀 때 일어나는 기묘함이다. 이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존재의 단절과 재구성"이다.
양자 도약은 전자가 빛을 만나 겪는 '신분 세탁'의 순간이다.
전자는 궤도 사이를 비행하는 것이 아니라, 낮은 곳에서의 존재를 지우고 높은 곳(혹은 원자 밖)에서 다시 태어난다. 우리가 앞서 본 '수소 전자의 파동 여행'은 이 극적인 도약이 성공한 직후에 펼쳐지는 자유로운 비행이다.
양자역학의 핵심 원리는 전자가 고전적인 입자가 아니라, 측정되기 전까지는 공간을 탐색하며 퍼져나가는 가능성의 물결이라는 점이다. 전자는 광자에 의해 양자 도약을 일으켜 핵으로부터 해방된 후, 다시 파동의 형태로 전파되고 최종 목적지(검출기, 또는 스크린)에 하나의 점으로 안착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양자 현상에서 뭐가 그렇게 이상한 걸까? 전자가 특정 궤도에 있다가 이리저리 도약한다고 세상이 끝나는 것도 아닌데...
양자 세계의 기묘함은 '양자 중첩'이라고 불리는 현상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끝)
🔖 주(註)
1) 아서 바이저(Arthur Beiser), 코크 와이 치아(Kok Wai Cheah) 공저 『현대물리학』(이석주 외 옮김, McGraw Hill, 2025) 제1장 158쪽.
수소 원자의 에너지 준위는 다음과 같이 주어진다.
\[
E_n = -\frac{13.6\,\text{eV}}{n^2} \quad (n = 1,2,3,\dots)
\]
이 공식을 바탕으로 계산한 주요 에너지 준위는 다음과 같다.
$n=1$ (바닥상태):
$E_1 = -\dfrac{13.6\,\text{eV}}{1^2} = \mathbf{-13.6\,\text{eV}}$
(전자를 $n=1$ 상태에서 떼어내는 데 $13.6\,\text{eV}$의 에너지가 필요하며, 이를 수소의 이온화 에너지라고 한다.)
$n=2$ (첫 번째 들뜬상태):
$E_2 = -\dfrac{13.6\,\text{eV}}{2^2} = \mathbf{-3.4\,\text{eV}}$
$n=3$ (두 번째 들뜬상태):
$E_3 = -\dfrac{13.6\,\text{eV}}{3^2} \approx \mathbf{-1.51\,\text{eV}}$
$n=4$ (세 번째 들뜬상태):
$E_4 = -\dfrac{13.6\,\text{eV}}{4^2} = \mathbf{-0.85\,\text{eV}}$
$n\to\infty$ (이온화 상태):
$E_\infty = \lim_{n\to\infty} -\dfrac{13.6\,\text{eV}}{n^2} = \mathbf{0\,\text{eV}}$
↩
2) 양자의 세계를 연 첫 번째 식: $E = h\nu$ — 광전효과에서, 입사 광자의 에너지가 $E = h\nu$로 전자에 전달되고, 일함수 $W$를 넘는 부분이 튀어나온 전자의 운동 에너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