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무게, 말의 붕괴

인간을 이해하는 새로운 렌즈, 빅데이터

인간은 스스로 자신을 이해하려 애써왔다. 수천 년 전 철학자들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기 시작했고,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내면을 실험하고 해석했으며, 사회학자들은 제도와 문화 속의 인간을 분석했다. 그러나 인간은 늘 불확실하고 모순적이며 예측 불가능한 존재였다. 개별적 동기와 환경, 감정의 다양성이 인간 이해를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새로운 도구를 손에 쥐었다. 그것은 철학적 개념도, 실험도, 관찰도 아니다. 그것은 빅데이터다.

빅데이터는 말 그대로 ‘엄청난 양의 정보’다. 하루에도 수십억 건의 검색, 클릭, 구매, 이동, 대화, 심지어 망설임까지도 데이터로 저장된다. 개별 인간의 습관과 반응, 사회 전체의 흐름과 감정이 디지털 흔적 속에 남는다. 과거엔 "왜?"를 물었지만, 이제는 "무엇이 반복되는가?", "어떤 패턴이 존재하는가?"를 묻는다.

이성보다 패턴, 직관보다 상관관계를 중요시 하는 빅데이터는 인간을 ‘보는 방식’을 바꾸었다.

예를 들어보자. 한 도시에서 이혼율이 급증할 때, 전통적 관점은 ‘도덕 해이’나 ‘개인의 성향’을 의심할 것이다. 그러나 빅데이터는 그 도시에 밤 10시 이후 켜지는 배달앱 수가 급증하고, 주거 비용이 폭등하고, SNS상에서 불만이 특정 단어로 집중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혼의 도덕적 원인을 생활 패턴의 변화와 감정의 축적에서 읽어내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수치의 나열이 아니라, 행위의 지도다.

또 다른 예로, 인간이 언제 거짓말을 하는지를 알고 싶다면 굳이 거짓말탐지기를 붙일 필요도 없다. 수천만 개의 문자 메시지나 댓글, 고객 리뷰를 분석하면,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단어 조합과 타이밍으로 진실을 비트는지를 통계적으로 알 수 있다. 정직성이라는 윤리의 문제를 데이터 속 패턴에서 찾아낸다.

물론 빅데이터는 전능하지 않다. 수집되지 않은 감정, 분석되지 못한 침묵, 숫자 너머의 고통과 기쁨은 여전히 인간 이해의 ‘빈 칸’으로 남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빅데이터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개별적 이해’에서 ‘구조적 통찰’로 이동시키는 새로운 인식의 프레임이라는 점이다.

과거 우리는 인간을 텍스트로 읽었다. 종교, 철학, 문학, 심리학은 인간을 해석의 대상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인간을 코드로 읽고, 패턴으로 예측하며, 지표로 설명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빅데이터가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유용한 도구가 된 이유다.

말의 데이터 - 인간이 남기는 가장 일상적인 흔적 -

그렇다면 인간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남기는 데이터는 무엇일까? 그것은 ‘말’이다.

사람은 태어나 두 살 무렵부터 말을 시작한다. 그 순간부터 인생이 끝날 때까지, 우리는 쉬지 않고 말을 한다. 감정을 표현하고, 생각을 전하며, 서로를 위로하거나 상처 주며, 말은 우리 존재의 확장이다. 그렇다면, 한 인간이 평생 동안 뱉는 말의 총량은 어느 정도일까?

사람은 일반적으로 하루 평균 약 7,000~16,000 단어를 말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의 한 대학 연구팀은 전자 음성기록 장치(EAR)를 활용해 성인 396명의 일상 언어 사용을 추적한 결과, 참가자들은 하루 평균 약 16,000단어를 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 여성은 평균 16,215단어, 남성은 평균 15,669단어를 사용하는 등 성별 간 큰 차이는 없었다. 이러한 결과에 따르면 연구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하루 평균 10,000단어 이상을 말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Researchgate

이 수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우리는 연간 약 365만 단어(10,000 × 365)를 말하게 되며, 우리나라의 기대 수명을 기준으로 할 때 평생 말하는 단어 수는 약 3억 단어(3,650,000 × 81 = 295,650,000단어)에 달한다. 한국인의 평균 기대 수명은 83세 (2020년대 기준)이지만 앞서 소위 ‘옹알이’를 넘어 말을 시작하는 나이를 약 2세라고 했으니까 말을 하는 기간은 약 81년이 된다는 전제하에서 계산한 것이다.

이를 단어 속의 글자 수로 변환하면 약 7억 3천8백만 글자가 된다. 한국어는 평균적으로 한 단어당 약 2~3글자로 이루어진다. 보수적으로 계산해서 그렇다. 단어당 평균 2.5글자로 계산하면 적절하다.koreascience

그러니까 우리는 하루 25,000글자, 연간 약 912만 5천 글자(25,000 × 365), 평생 약 7억 3천8백만 글자(9,125,000 × 81 = 738,125,000)를 사용한다. 성경(약 367만 글자)의 201배, 『토지』전권(약 800만 글자)의 약 92배, 『삼국지』(약 196만 글자)의 약 376배 넘게 말하는 양과 같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자 하는 것은 평생의 단어 수나 글자 수 자체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방대한 말 속에 얼마나 많은 거짓말이 섞여 있는가, 그리고 그 거짓말이 어떤 의도와 구조 속에서 작동하는가다.

이 질문은 곧 ‘기만’이라는 인간 행위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시도이며, 나아가 도덕과 윤리의 경계를 묻는 물음이다.

거짓말의 신경·진화론적 메커니즘

거짓말은 단순한 언어적 속임수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의 뇌가 만들어낸 고차원적 사고와 감정 조절의 결과물이며, 동시에 사회적 진화 과정에서 길러진 생존 전략이다.

신경학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순간, 뇌는 복잡한 작업을 수행한다.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사실을 억누르고(inhibition),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결과를 예측하는 역할을 맡는다. 전대상피질(ACC)은 ‘이 행동이 도덕적으로 옳은가?’라는 갈등을 감지하고, 편도체(Amygdala)는 죄책감·불안 같은 정서적 경보음을 울린다. 그리고 기저핵(Basal Ganglia)은 거짓말을 통해 얻을 보상을 계산해, 이 행동을 ‘할 만한가’ 판단한다. PFC-거짓말 메타분석 명성위험·불성실 의사결정 거짓 반복 → 뇌 둔감화 기저핵 보상 기능 리뷰 거짓말 뇌 네트워크 MACM

하지만 거짓말은 단발적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반복되면 뇌가 변한다. 처음 거짓말을 할 때는 편도체가 강하게 반응해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에 땀이 난다. 하지만 거짓말이 습관화되면 편도체 반응은 점점 둔화된다. 2017년 런던 UCL 연구는 반복 거짓말이 편도체의 죄책감 신호를 약화시키고, 전전두엽-기저핵의 보상 회로를 강화해 거짓말이 점점 쉬워지는 뇌로 바뀐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UCL News 보도자료

진화론적으로 보면, 거짓말은 인간의 사회적 두뇌가 낳은 산물이다. 인류는 집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대의 생각을 읽고, 때로는 속이는 능력을 발달시켰다. 사냥감을 몰래 챙기거나, 부족장의 눈을 피해 더 많은 음식을 얻는 행동은 생존을 돕는 전략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기만(deception)’은 사회적 지능(social intelligence)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1)

거짓말 총량

심리학자들과 커뮤니케이션 연구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보통사람’들은 하루 평균 1~2회 거짓말을 한다.2) 회피, 과장, 생략 같은 넓은 의미의 왜곡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하루 10회 이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의 하루 거짓말 횟수는 평균 2회로 보는 것이 경험적 추정치다.

따라서 거짓말 횟수는 연간 730회(하루 2회 × 365일) 평생 약 59,130회(730 × 81 )다. 평생 약 6만 번의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한 번의 거짓말에 사용되는 단어 수는 보통 8단어다. 이는 정량적 통계라기보다는 여러 연구에서 나타난 거짓말의 평균적 길이와 인지적 복잡성을 고려한 경험적 추정치다. 현실적으로는 5단어~20단어 사이일 수 있으나, 분석·모델링용 평균치로는 8단어가 합리적인 근사치다.세계일보

그러므로 평생 거짓말 단어수는 하루 2회, 연 730회, 평생 467,200단어, 1,168,000글자가 된다. 이는 『해리포터 시리즈 전체(약 325만 자)의 36%,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전권(약 800만 자)의 15% 분량에 해당한다.

종합하면 우리는 평생 약 3억 단어, 약 7억3천만 글자를 말하고 이 중 약 6만 번을 거짓말하고, 그 거짓말 속에는 약 46만 단어, 약 116만 글자가 있다. 하지만 협상가, 외교관, 정치인 같은 ‘전략적 거짓말’ 유형은 이보다 훨씬 많다.

연구에 따르면, 보통사람은 하루 1~2회, 많아야 5회 이하의 거짓말을 하지만, 상위 5%의 ‘전략적 거짓말’ 집단은 하루에 20~100회 이상의 거짓말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1기(2017~2021년) 임기 중 3만 건이 넘는 허위 발언을 남겼고,3) 이는 하루 평균 20회 이상의 수치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하 ‘윤석열’로 표기)도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게 대통령 재직 시절 많은 비판자들로부터 ‘입만 열면 거짓말한다’는 별명을 얻었다.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의 분석에 따르면 그의 발언 중 상당수가 허위 또는 왜곡된 내용으로 분류되었다. 이는 그의 언어가 단순한 풍자나 조롱이 아니라 아래와 같이 정치적 전략으로서 작동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1. 거짓말 빈도를 보면, 일반적인 사람은 하루 1~2회 거짓말을 하는 데 비해, 전략적 거짓말은 하루 10~100회 이상 반복된다. 윤석열의 경우, 공적 발언마다 사실관계가 왜곡된 사례가 자주 확인됐다.

2. ‘이중 거짓말’의 빈도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평범한 사람은 같은 거짓을 반복적으로 덮는 경우가 드물지만, 전략적 거짓말은 상황을 은폐하기 위해 또 다른 허위를 덧붙이는 경우가 많다. 윤석열의 언어에서도 허위 위에 다른 허위를 얹는 구조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3. 거짓말의 목적 역시 다르다. 일반인은 자기 방어나 관계 회피를 위해 거짓을 말하지만, 전략적 거짓말은 이익을 추구하거나 상대를 조종하기 위해 쓰인다. 윤석열의 발언은 정치적 목적과 직결되며, 주로 책임 회피, 정책 실패 은폐, 또는 특정 프레임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윤석열의 언어는 때때로 사실을 삭제하거나 치환하는 방식으로 현실을 단순화했다. 그는 정책 실패의 원인을 ‘전 정부 탓’으로 돌리거나, 경제·사회적 갈등을 노조의 도덕성 문제로 치환했다. 또한 “공산전체주의”, “좌파 카르텔” 같은 도식적 표현을 반복해 복잡한 사회 현실을 단순한 이분법으로 몰아갔다.

결국 그의 발언은 허위 위에 감정을 덧입히는 방식으로 청중의 감정을 먼저 자극했고, 이는 비판적 사고를 방해했다. 많은 발언들이 통계나 사실과 맞지 않거나 맥락이 생략된 경우였다는 점에서 ‘왜곡된 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을 구체화해보자. 즉, 윤석열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했을까?하는 질문 말이다.

우선 윤석열을 트럼프와 같이 '전략적 거짓말 유형'에 포함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여기에 윤석열이 1960년생 (현재 만 64세)이고, 말을 시작한 시점은 앞서 말한 바대로 평균 2세부터라고 가정하면, 그의 인생에서 말한 기간은 62년, 하루 평균 거짓말 수는 20회, 한 번의 거짓말에 포함된 평균 단어 수는 8단어이고 한 단어당 평균 글자 수는 한국어 기준 2.5자다. 계산을 하면 아래와 같이 산출된다.

  1. 평생 거짓말 수 : 20회/일 × 365일 × 62년 = 452,600회
  2. 평생 거짓말에 사용한 단어 수 : 452,600회 × 8단어 = 약 3,620,800단어
  3. 평생 거짓말에 사용한 글자 수 : 3,620,800단어 × 2.5글자 = 약 9,052,000글자

'보통사람'과 비교하면 단지 “그가 거짓말을 많이 했다”는 추상를 넘어, 좀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거짓말 총량 요약 표 ⊙

이 데이터를 보면, 윤석열의 거짓말 총량은 단순한 수사학적 비판이 아니라 수치적으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윤석열은 보통사람의 평생 거짓말 횟수 6만 번에 비하여 8배 이상 많고, 윤석열이 평균 기대수명인 83세까지 생존한다면 총 60만 번 가까운 거짓말을 하게 되어, 그 차이는 10배에 육박하게 된다.


결론

말은 단지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곧 세계를 구성하는 방식이며,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며 공동체를 유지하는 보이지 않는 질서의 기반이다. 그러므로 말이 무너질 때, 그 사회의 신뢰도 함께 무너진다. 언어의 윤리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이며, 민주주의의 뿌리이기도 하다.

우리는 데이터를 통해 거짓말을 수량화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이 얼마나 자주, 어떤 구조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사용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데이터만으로는 말의 무게를 회복할 수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숫자를 넘어, 공적 담론을 지키고 언어의 윤리를 복원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다.

거짓말을 정치적 도구로 쓰는 문화를 견제하는 제도, 언어의 진실성을 높이는 교육, 미디어 리터러시의 확산이 그 첫걸음이다. 결국 말의 신뢰를 되찾는 일은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일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작업이다.

거짓이 공기를 더럽히면, 깨끗한 공기를 먹고 사는 신뢰는 부식된다. 거짓말의 총량은 공동체의 붕괴를 가늠하는 척도다. 말의 무게를 되찾는 것은 단순한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윤리와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끝)


🔖 주(註)

1) 『왜 우리는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 (로버트 트리버스 지음, 이한음 옮김, 살림, 2013)

2) "Most people lie once or twice a day—almost as often as they snack from the refrigerator or brush their teeth"Psychologytoday

3)"Trump’s false or misleading claims total 30,573 over 4 years" Washington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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