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복사 강제력: 지구를 데우는 보이지 않는 열의 힘
현재 CO₂ 농도 420ppm에 해당하는 복사 강제력은 약 2.17W/m²이며, 이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약 1.5°C)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다.
복사 에너지의 불균형은 장기적으로 기후 시스템을 변화시키며,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의 물리적 증거이자 기후위기의 과학적 근거다.
복사 강제력

복사 에너지 예산은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와 우주로 방출하는 에너지 간의 흐름을 계량적으로 설명하는 틀이다. 그러나 이는 본질적으로 정상 상태, 즉 기후가 안정된 조건에서 에너지 순환 구조를 가정한다. 하지만 현실의 지구 시스템은 온실가스 증가와 같은 다양한 외부 요인에 의해 이 에너지 흐름의 균형이 흔들린다.
복사 강제력(Radiative Forcing)은 이러한 외부 요인들이 지구 복사 평형을 어떻게 교란시키는가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며, 이제 그것을 설명할 것이다.
나아가, 복사 강제력에 의해 발생한 실제 에너지 흐름의 불균형은 복사 에너지 불균형(Energy Imbalance)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며, 이는 이후 본편 시리즈 9편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복사 에너지 예산, 복사 강제력, 복사 에너지 불균형은 지구온난화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하나의 유기적 틀 속에 존재하며, 각 개념은 서로를 보완하고 확장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복사 강제력(Radiative Forcing)은 태양으로부터 지구로 들어오는 에너지와 지구에서 우주로 방출되는 에너지 사이의 불균형을 나타낸다. MIT Climate Portal(MIT기후포털)
이 불균형이 생기는 주요 원인은 대기 중 온실가스(특히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등)의 농도 증가로 인해 지구에서 방출되는 복사 에너지가 대기 중에 갇히면서 발생한다. 복사 강제력은 기후 시스템에 대한 에너지 변화를 수치로 표현 MIT News: Explained: Radiative Forcing하며, 이는 기후 변화의 방향성과 규모를 예측하는 데 사용되는 핵심 지표일 뿐, 기후 변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IPCC에서는 복사 강제력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온실가스 농도의 변화와 같은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 지표-대류권 시스템의 복사 강제력은 성층권 온도가 방사 평형에 도달한 후의 순 복사 강제력(하향 방사 에너지에서 상향 방사 에너지를 뺀 값) 변화로 측정된다.”IPCC
여기서 방사 평형이란 성층권이 흡수하는 에너지와 방출하는 에너지가 균형을 이루는 상태를 말한다. 성층권 온도가 평형 상태에 도달한 후 복사 강제력(RF)의 변화는 측정된다. 하향 방사 에너지는 태양 복사 에너지가 지구 지표면에 도달하거나 대기 중 온실가스가 흡수한 에너지를 다시 지표면으로 방출하는 에너지이고, 상향 방사 에너지는 지구 지표면과 대기가 우주로 방출하는 복사 에너지를 의미한다. 순 복사 강제력 값이 양수이면, 지구가 흡수하는 에너지가 방출하는 에너지보다 많아져 온도가 상승하게 되고, 음수이면 지구가 더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여 온도가 낮아지게 된다. 이를 통해 지구 시스템의 에너지 흐름 변화를 측정하고,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수 있다.
복사 강제력 개념은 기후 변화 연구에서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며, 다양한 자연적 및 인위적 복사 요인이 지표면-대류권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상대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제공한다. 1750년(산업화 이후)부터 현재까지 변화를 주로 평가한다.IPCC
복사 강제력이라는 용어는 IPCC 평가 보고서에서 지구 기후 시스템의 복사 에너지 예산에 외부적으로 가해진 교란을 나타내는 데 사용된다. 이러한 교란은 CO₂ 및 에어로졸과 같은 복사 활성 물질의 농도 변화, 태양 복사 에너지의 변화, 또는 지표면 반사 특성의 변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복사 강제력이란 복사 에너지 예산의 변화를 초래하는 외부 요인을 의미한다. 온실가스의 증가, 에어로졸의 변화, 태양 복사 변화 등이 복사 에너지 예산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기후 변화를 가속하거나 완화시킬 수 있다.
복사 강제력 메커니즘1)
복사 강제력을 설명하기 전 복사 에너지 흐름을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복사 에너지 예산은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복사 에너지와 우주로 방출하는 복사 에너지 간의 균형 상태를 뜻한다. 이는 기후 안정성을 설명하는 가장 기본적인 틀이며, 지구 평균 기온이 오랜 기간 14~15°C로 유지되어 온 이유를 설명해준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매초 평균 약 340W/m²의 복사 에너지를 받는다. 이 중 일부는 대기와 구름, 밝은 지표면에 반사되어 우주로 되돌아가고, 나머지는 대기와 지표면에 흡수되어 지구를 따뜻하게 한다. 이 과정은 과거 수백만 년 동안 지속되었고 마침내 지구의 평균 기온이 14~15°C되었고 이제 지표면은 대기로 약 390W/m² 의 열적외선 복사 에너지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이리하여 지구의 지표면은 흡수한 에너지를 장파 복사 형태(열적외선)로 발생시켜 약 390W/m²를 대기로 방출하며, 대기는 이 중 일부는 우주로 방출하고 약 324~340W/m²는 다시 지표면으로 역방사(back radiation)하는 순환구조를 만든다. 이 메커니즘, 즉 복사 에너지가 지표면과 대기 사이를 오가며 순환하는 구조는 산업화 이전 수백만 년 동안 지구의 평균 기온을 유지해온 지구 시스템의 본질이다.
이러한 점에서 만약 지구에 대기가 존재하지 않았다면,(이 가정은 본편 『지구온난화 2: 온실가스』편에서 설명) 태양으로부터 받은 복사 에너지는 그대로 우주로 방출되었을 것이며, 이 경우 지구의 평균 기온은 약 –18°C가 되어 생명체는 존재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구는 약 45억 년 전 형성된 이후, 수십억 년에 걸쳐 대기를 진화시켜 왔다. 초기에는 화산활동을 통해 수증기, 이산화탄소(CO₂), 질소(N₂) 등이 방출되었고, 이러한 기체들이 대기에 축적되며 2차 대기를 형성하였다(약 44~25억 년 전). 이 시기부터 대기 중의 온실기체는 지표면에서 방출되는 적외선 복사 에너지의 일부를 흡수하고, 다시 지표 방향으로 재방출하는 초기 온실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어 약 23억 년 전, 시아노박테리아의 광합성 활동을 통해 산소(O₂)가 대기 중에 축적되기 시작했고, 산소 대재앙(Great Oxidation Event)을 통해 대기 조성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후 수십억 년에 걸쳐 온실기체 농도와 기후 시스템이 조절되면서 이후 수백만 년 동안 지구는 평균 기온 약 14~15°C를 유지하게 되었고, 약 15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 무렵에는 이미 생명이 살기 적합한 기후 조건이 갖춰져 있었다.
이와 같이 지구는 화산과 생물, 해양, 암석권이 상호작용하는 복합적인 탄소 순환 시스템 속에서 대기와 기후를 형성해 왔으며, 그 결과 지표면에서 방출된 수증기와 CO₂ 등의 기체는 대기 중에 머물며 복사 에너지를 흡수하고, 다시 지표면으로 역방사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살 만한 행성’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들어오는 에너지와 나가는 에너지가 장기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느냐"가 에너지 흐름의 중요한 지표고, 이 균형이 바로 지구의 평균 기온을 14~15°C로 유지시켜 주었다.
그런데 2023년 말 기준 지구의 평균 기온은 14.98°C다. 그래서 사람들은 “과거 수백만 년 동안 유지해 온 그 평균 기온 아닌가", "이것은 지구 온난화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지구 기후의 동적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장이다. 과거에는 이 정도 상승이 수천 년에 걸쳐 진행되었지만, 지금은 불과 100년 남짓한 시간에 1.5°C 상승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지구 생태계와 기후 시스템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며, 이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와 해수면 상승, 극한 기상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을 제외한 우리들은 복사 에너지 균형은 이제 유지되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다. 최근 100년 동안 인류가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함으로써 지구의 복사 에너지 흐름은 점점 더 불균형해지고 있다.
이러한 복사 에너지 유입과 방출 사이의 불균형, 즉 기후 시스템에 가해진 에너지 교란의 크기와 방향을 수치로 정량화한 것이 바로 복사 강제력(Radiative Forcing)이다.
복사 강제력은 기후 시스템의 복사 에너지 예산에 인위적 또는 자연적 요인이 가하는 변화량, 즉 에너지 흐름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외부 요인의 영향력을 정량화한 개념이며, 그 측정 결과로 나타나는 값으로 기후 변화를 설명한다. 주로 산업화 이전(1750년)을 기준으로 이후 변화량을 측정하며 단위는 W/m² (와트/제곱미터)다. 복사 강제력의 값이 양수일 경우 지구가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게 되어 온도가 상승하고, 음수일 경우 지구가 더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여 온도가 낮아지게 된다.
양의 복사 강제력과 음의 복사 강제력
양의 복사 강제력(Positive Radiative Forcing)과 음의 복사 강제력(Negative Radiative Forcing)2)은 기후 시스템에서 에너지 불균형을 유발하는 두 가지 주요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이들은 지구의 온난화 또는 냉각에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개념이다.
양의 복사 강제력 (Positive Radiative Forcing)
양의 복사 강제력은 지구가 흡수하는 에너지가 방출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을 때 발생합니다. 이는 지구의 온난화를 유발한다.온실가스(예: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의 농도 증가가 원인이다. 이들 기체는 지구에서 방출되는 장파 복사를 흡수하여 다시 지표면으로 재방출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더 많이 가두게 된다. CO₂ 농도 증가로 인해 복사 강제력이 증가하면, 지구는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여 기온이 상승하게 된다.
음의 복사 강제력 (Negative Radiative Forcing)
음의 복사 강제력은 지구가 흡수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방출할 때 발생한다. 이는 지구의 냉각을 유발한다.에어로졸 같은 물질은 태양 복사를 반사하거나 대기에서 흡수되는 태양 에너지를 줄여 지구를 냉각시킨다. 예를 들어, 화산 활동으로 대기 중에 에어로졸 입자가 증가하면, 태양 에너지가 더 많이 반사되어 냉각 효과를 가져온다.3)
대기 중 에어로졸의 증가로 태양 에너지가 반사되면, 지구는 흡수하는 에너지가 줄어들어 기온이 내려간다.
양의 복사 강제력과 음의 복사 강제력의 비교
양의 복사 강제력은 지구 기온을 상승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온실가스가 주된 역할을 한다. 음의 복사 강제력은 대기 중 에어로졸 입자가 태양 복사를 반사하거나 흡수하여 냉각 효과를 가져오는 역할을 한다.복사 강제력의 총합이 양수이면 지구가 온난화되고, 음수이면 지구가 냉각된다.
복사 강제력 계산식
복사 강제력을 계산하는 공식은 주로 이산화탄소(CO₂) 농도의 변화를 바탕으로 에너지 불균형을 추정하는 데 사용된다. 이 공식은 기후 모델에서 온실가스가 기후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나타내기 위해 개발되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공식 중 하나는 Myhre et al. (1998)가 제안한 공식으로, 이는 IPCC에서 여러 보고서를 통해 사용되었다.ClimateXam
계산 공식은 다음과 같다.
ΔF=5.35⋅ln(C÷ C0)
ΔF(델타 에프)는 복사 강제력의 변화량 (W/m²), 즉 복사 강제력(ΔF)은 지구 에너지 균형의 변화를 나타내는 물리량으로서 산업화 이후의 변화량을 말한다. 이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변화로 인해 지구가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에너지 양의 차이를 나타낸다. 단위는 W/m² (제곱미터당 와트)을 사용하며 1초 동안 1㎡의 면적에 가해지는 에너지의 양을 말한다. 여기서 Δ (델타)는 변화량을 나타내는 기호로, "기존 상태와 새로운 상태 간의 차이"를 의미한다.
5.35은 CO₂의 민감도 상수를 나타낸다. CO₂ 농도의 로그 변화에 대해 복사 강제력이 나타내는 민감도는 여러 기후 모델 및 대기 복사 계산 결과를 바탕으로 추정된 경험적 값이며, 대표적으로 위에서 말한 Myhre et al. (1998)의 연구에서 제안된 수치다.4) 민감도 계수 5.35는 이산화탄소에 특화된 값이며, 메탄(CH₄,: 민감도 계수=0.036), 아산화질소(N₂O,: 민감도 계수=0.12) 등 다른 온실가스에는 각각 다른 민감도 상수가 존재한다.
ln(C / C₀)은 자연로그 항을 말한다. ln은 자연 로그 (logₑ), 즉 밑이 'e'인 로그. 지수적 성장을 설명하는 데 자주 사용한다. C / C₀ 에서 C는 현재의 CO₂ 농도 (예: 420 ppm), C₀는 기준이 되는 농도, 즉 산업화 이전 CO₂ 농도 약 280 ppm이다. 현재 CO₂ 농도가 기준 CO₂ 농도, 그러니까 산업화 이전 농도 보다 몇 배 증가했는지를 비율로 측정하고, 이를 자연 로그로 표현한다. 로그 함수는 "같은 배수 증가에 대해 같은 양의 효과"를 갖는 특성이 있어,CO₂가 증가할수록 그 효과는 점점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280 → 560ppm의 효과와 560 → 1120ppm의 효과는 비슷하다.
복사 강제력 수치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 420ppm을 기준으로 산업화 이후 복사 강제력을 계산하면 ΔF=5.35⋅ln(420÷280 ) = 5.35⋅ln(1.5) = 5.35⋅0.4055(엑셀에서 “=in(1.5)”를 입력) ≈ 2.17W/m²다.
2.17 W/m²는 CO₂만 고려한 값이고, CO₂ 외의 다른 온실가스(메탄, 아산화질소 등)와 에어로졸 및 기타 요인들을 함께 고려한 종합적인 수치는 이들 주요 온실가스 농도의 급격히 증가로 산업화 이전 대비 현재의 복사 강제력은 약 3.0 W/m²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IPCC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총 복사 강제력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약 2.7~3.0 W/m²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5)
CO₂ 만 고려하면 이는 지구 표면의 단위 면적(m²)마다 초당 2.17W/m²의 에너지가 더 축적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수치는 겉보기에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지구 전체 면적으로 환산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AI에게 불어봤더니, 지구의 표면적은 약 5.1억 km², 즉 510조 m²이다. 이 면적에 2.17W/m²를 곱하면, 지구 전체에 약 1,100테라와트(TW)의 에너지가 추가로 유입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현재 전 세계 인류가 사용하는 총 전력의 50배 이상에 해당하는 엄청난 에너지 양이다. 매초마다 36억 개의 전기밥솥이 동시에 작동하는 셈이고, 또는 매년 히로시마급 원자폭탄 수억 개가 지구 대기 중에 퍼붓는 것과 같은 에너지량이 조용히 축적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유입된 초과 에너지는 대부분 해양에 저장되며, 일부는 지표면과 대기를 데우고 극지방의 빙하를 녹이고 있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오늘날 관측되고 있는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 해수면 상승, 극지방 해빙, 폭염과 가뭄, 태풍의 강도 증가 등 기후 재난이다. 기후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CO₂ 농도가 2배 증가할 경우(280ppm → 560ppm), 복사 강제력이 약 3.7W/m²에 도달한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지구 평균기온이 약 2.5~4.5°C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본다. 이 기준에 비추어볼 때, 현재 2.17W/m²의 복사 강제력은 기후민감도 계수에 의하면 이미 지구가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74°C 정도 더워졌다는 것을 설명해주는 수치다.
기후 민감도6)
복사 에너지의 증가는 지구 평균 기온을 상승시키는 원인이 되며, 그 상승 정도는 기후 민감도 계수(climate sensitivity)에 따라 달라진다. 기후 민감도 계수(λ)는 복사 강제력 1W/m²당 평균 기온이 얼마나 상승하는지를 나타내는 값으로, IPCC는 그 범위를 대략 0.4°C에서 1.2°C로 추정한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중앙값은 0.8°C/W/m²이다.
이를 적용하면, ΔT=0.8×2.17≈1.74°C다.
즉, 산업화 이후 현재까지 CO₂ 농도 증가만으로 이론적으로 약 1.74°C의 평균 기온 상승이 유도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 값은 지구 시스템이 복사 에너지 불균형에 완전히 반응해 도달할 장기적인 평형 상태(Equilibrium Climate Sensitivity)를 가정한 수치이며, 실제로는 해양의 열 흡수, 대기 순환, 에어로졸에 의한 냉각 효과 등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아직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관측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은 약 1.2~1.5°C 수준이며, 이는 장기적인 온도 상승의 일부가 아직 미래에 실현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장기적인 평형 상태(Equilibrium Climate Sensitivity)
지구의 기후 시스템은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이 에너지를 지표와 대기를 통해 우주로 방출함으로써 균형을 유지한다. 이러한 에너지의 유입과 방출이 서로 같아지는 상태를 우리는 기후 시스템의 ‘평형 상태’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산화탄소(CO₂)와 같은 온실가스의 농도가 증가하면, 대기 중의 복사 에너지가 지표면에 더 많이 머무르게 되고, 그 결과 지구는 일정 기간 동안 에너지를 과잉 흡수하게 된다. 이로 인해 지표면의 온도는 점진적으로 상승하게 되며, 결국 에너지 방출량도 함께 증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구는 새로운 열적 균형점으로 서서히 이동하게 되는데, 이때 도달하게 되는 최종적인 상태를 ‘장기적인 평형 상태(long-term equilibrium state)’라고 한다. 이 상태는 단기간 내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해양과 육지의 열 흡수, 대기권의 복잡한 반응 메커니즘 등으로 인해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형성된다. 특히 해양은 지구 표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막대한 열을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복사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일시적으로 해수에 축적되어 지표의 온도 상승을 지연시키는 경향이 있다.
기후과학에서는 이 장기적 평형 상태에서 도달할 지구 평균 온도의 변화를 ‘기후 민감도(Equilibrium Climate Sensitivity, ECS)’라고 부른다. 이는 CO₂ 농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두 배로 증가했을 때, 지구가 최종적으로 얼마나 더워질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IPCC를 비롯한 주요 과학기관들은 이 값을 일반적으로 2.5°C에서 4°C 사이로 추정하고 있으며, 많은 모델에서 중앙값은 약 3°C로 계산된다.
기후 민감 계수(λ)와 기후 민감도(ECS)
여기서 잠깐 기후 민감도 계수와 기후 민감도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기후 민감도 계수(λ:"람다"라고 읽는다.) 계산 때 나온 “0.8°C/W/m²”와 기후 민감도(ECS) “3°C”라는 두 수치는 서로 다른 개념을 설명하는 것으로, 겉보기에 혼동을 줄 수 있지만 실제로는 과학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둘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후 민감도(climate sensitivity)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측정되는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먼저, "0.8°C/W/m²"는 기후 민감도 계수를 의미한다. 이는 지구가 추가로 받는 복사 에너지 1와트당, 지구 평균 기온이 얼마나 상승하는지를 나타내는 값으로, 단위는 °C/W/m²다. 예컨대, 어떤 요인에 의해 지구 대기 시스템에 복사 강제력(radiative forcing)이 1W/m²만큼 증가한다면, 기후 민감도가 0.8°C/W/m²일 경우 지구 평균 기온은 이론적으로 0.8°C 상승하게 된다. IPCC는 기후 민감도 계수의 범위를, 앞서 말한바대로, 약 0.4에서 1.2°C/W/m² 사이로 제시하며, 가장 널리 사용되는 중앙값은 약 0.8°C/W/m²다.
반면, “3°C”는 CO₂ 농도가 두 배로 증가했을 때 지구가 장기적인 평형 상태에서 도달하게 되는 평균 기온 상승량을 뜻하며, 일반적으로 기후 민감도(Equilibrium Climate Sensitivity, ECS)라고 부른다. 이는 시간 단위의 개념이 아니라 상태 단위의 개념으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화 이전의 280ppm에서 560ppm으로 두 배 증가할 경우, 모든 에너지 불균형이 해소된 뒤 도달하게 될 최종 기온 상승값이다. IPCC를 비롯한 주요 기후 과학 기관들은 이 값을 대개 2.5°C에서 4.0°C 사이로 추정하며, 그 중앙값은 약 3.0°C이다.
이 두 개념은 다음의 공식으로 연결된다.
ECS=λ×ΔF
여기서 λ는 기후 민감도 계수(°C/W/m²), ΔF는 CO₂ 농도가 두 배가 되었을 때의 복사 강제력이다. 복사 강제력은 이론적으로 약 3.7W/m²로 계산되며, 여기에 0.8°C/W/m²를 곱하면 약 2.96°C, 즉 3°C에 가까운 값이 도출된다.
결론적으로, "0.8°C/W/m²"와 "3°C"는 서로 다른 단위를 가진 개념이지만, 동일한 기후 반응 과정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전자는 단위 복사 에너지에 대한 온도 반응률, 즉 복사 강제력 1 W/m²당 예상되는 온도 상승값이고, 후자는 CO₂ 농도가 2배가 되었을 때 장기 평형 상태에서의 전체 온도 상승값을 말한다. 이 두 값은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혼동 없이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돌아와 장기적인 평형 상태를 요약하자면, 온실가스 증가로 인해 발생한 에너지 불균형이 지구 전체 시스템에 완전히 반영되어, 유입과 방출이 다시 균형을 이루게 된 이후의 새로운 기온 상태를 말한다. 이는 현재의 일시적 기온 상승보다 훨씬 더 높은 온도로 수렴할 가능성이 있으며,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이 중단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형성된 복사 강제력의 영향으로 몇 세기 동안은 온도가 계속 상승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2.17W/m²라는 복사 강제력은 단순한 물리량이 아니라, 지구가 흡수하는 에너지가 방출하는 에너지보다 많다는 경고 신호이며,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를 가열하고 있다는 확실한 과학적 증거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온실효과가 현재와 미래의 기후위기에서 핵심 개념으로 다루어지는 이유다.
복사 강제력은 지구의 에너지 흐름에 변화를 일으키는 핵심 메커니즘으로, 온실가스 농도 증가로 인해 지구가 더 많은 에너지를 축적하게 되어 기온이 상승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온실효과는 복사 강제력의 결과로 나타나며, 이는 지구의 온도를 상승시키고 에너지 불균형을 초래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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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글 👉 6.자연적 온실효과 - 생명에 필요한 메커니즘
📌 주(註)
1) 복사강제력에 대한 설명은 아래 사이트를 참고하였다.
IPCCIPCC AR6 제6차 평가보고서 (Chapter 7: Radiative Forcing)NASAWhat is the Greenhouse Effect?
NASA Climate Change: Evidence
NOAA Climate.govClimate Change and Atmospheric CO₂
NOAA ResearchUnderstanding the Basics of Carbon Dioxide (2024-06-28)↩
2) CMIP6 모델에서의 유효 복사강제력과 조정 효과Atmospheric Chemistry and Physics (ACP)↩
3) 냉각 효과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에어로졸로는 황산염, 질산염, 유기탄소, 해염 입자, 광물 먼지 등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냉각성 에어로졸은 황산염(Sulfate aerosol)이다. 황산염은 주로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연료의 연소, 특히 황을 포함한 연료의 연소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황(SO₂)이 대기 중에서 산화되어 생성된다. 이 입자들은 태양 복사를 강하게 산란시키며, 동시에 구름 응결핵(CCN) 역할을 하여 더 밝고 오래 지속되는 구름을 생성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태양 복사의 상당 부분이 우주로 반사되어 지표면의 에너지 유입이 줄어들게 된다.
질산염(Nitrate aerosol) 역시 냉각 효과를 가진다. 질산염은 주로 자동차나 산업시설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과 대기 중 암모니아(NH₃)가 반응하여 생성되며, 황산염과 유사하게 복사를 산란시키고 구름 형성에 영향을 준다.
유기탄소(Organic Carbon)는 산불이나 바이오매스 연소, 식물 휘발성 유기화합물 방출 등에서 유래하며, 그 중 일부 수용성 유기물들은 태양 복사를 산란시켜 냉각 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유기탄소는 성분에 따라 복사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전체적인 영향은 지역과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해염 에어로졸(Sea salt aerosol)은 해수면 위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이 바닷물을 증발시키면서 발생하는 소금 입자이다. 이 입자들은 크고 밝은 성질을 가지고 있어 태양 복사를 반사하고, 동시에 구름 응결핵으로 작용하여 냉각 효과를 증대시킨다.
마지막으로, 광물성 먼지(Mineral Dust) 중에서도 밝은 색을 띠는 입자들은 태양광을 반사하여 냉각에 기여한다. 이는 사막 지역의 강한 바람에 의해 발생하는 먼지 입자들로, 입자의 크기와 색상에 따라 냉각 또는 온난화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밝고 미세한 광물 먼지는 복사를 반사하여 냉각 효과를 유도한다.
요약하면, 냉각 효과를 일으키는 에어로졸들은 주로 복사 산란(scattering) 또는 구름 밝기 증가를 통해 지구의 복사 에너지 예산을 변화시키며, 이러한 작용은 지구 온난화를 일정 부분 상쇄하는 자연적 또는 인위적 조절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에어로졸은 대기 중에서 머무는 시간이 짧고 지역적 분포가 비균일하여, 장기적이고 전 지구적인 기후 영향은 온실가스보다 제한적이다.NASA Earth Observatory ↩
4)온실가스별 복사 강제력 계산식에는 각각 고유한 상수가 사용되며, 이 상수는 온실가스의 물리적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대표적으로 이산화탄소(CO₂)는 5.35, 메탄(CH₄)은 0.036, 아산화질소(N₂O)는 0.12의 상수를 가진다. 이처럼 상수가 서로 다른 이유는 각 기체가 갖는 분자당 복사 에너지(특히 적외선) 흡수 능력의 차이 때문이다.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단위 분자당 에너지 흡수력이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크며, 이로 인해 농도가 훨씬 낮음에도 강력한 복사 강제력을 유발할 수 있다.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420 ppm이며, 메탄은 수백 ppb(대표적으로 약 1,800 ppb), 아산화질소는 약 330 ppb 수준이다. 이때 사용되는 ppm(parts per million)과 ppb(parts per billion)는 각각 100만 분의 1과 10억 분의 1을 의미하는 혼합비 단위이다. ppm은 주로 상대적으로 고농도의 기체(예: CO₂)에, ppb는 극소량의 기체(예: CH₄, N₂O) 측정에 사용된다.
예를 들어, "메탄 농도 1,800 ppb"는 대기 중 10억 개의 기체 분자 중 약 1,800개가 메탄 분자임을 의미하며, 이는 1.8 ppm에 해당한다. 같은 방식으로 "N₂O 농도 330 ppb"는 기체 분자 10억 개 중 330개가 아산화질소라는 뜻이다.
비록 메탄과 아산화질소의 농도는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낮지만, 이들은 분자당 복사 흡수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복사 강제력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메탄은 약 12년, 아산화질소는 약 114년의 대기 중 수명을 갖고 있으며, 이산화탄소는 그보다 훨씬 긴 수백 년 이상의 수명을 가진다. 이로 인해 각 온실가스는 농도, 수명, 복사 효율이라는 세 가지 요소의 복합 작용을 통해 지구 에너지 균형과 기후 시스템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기여하게 된다.
참고로 Myhre et al. (1998)는 학술지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25권 14호, 2715–2718, 1998"를 말하는 것으로 다양한 온실가스에 대한 복사 강제력을 복사 전달 모델(RT model)을 통해 수치화하고, 이를 로그 함수 형태로 단순화한 공식이 소개되었다. Thundersaid Energy↩
5)"CO₂ 단독 복사 강제력(1750 → 2019 = 2.16 W m⁻²)메탄, 질소 포함 복사 강제력(2019 대 1750 = 2.72 W m⁻², 범위 1.96–3.48 W m⁻²)"12~16쪽IPCC ↩
6) 기후 민감도에 관한 내용은 아래 사이트 참고
PMC (PubMed Central)Astrophysics-Based Climate Sensitivity ConceptWikipedia기후 민감도 (Climate Sensitivity)
UNT Digital LibraryIPCC 기후 민감도 워크숍 보고서 (파리,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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