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이야기: 시련이 빚어낸 푸른 행성의 기록
지구의 역사는 단순히 흘러간 시간이 아니라, 거대한 충돌과 극한의 기후 변화 속에서도 끝내 생명을 꽃피워낸 '투쟁' 기록입니다. 우리는 로버트 M. 헤이즌의 통찰을 따라 이제 여정의 정점에 왔습니다.
1편: 대충돌에서 대륙까지
지구는 탄생 직후 '테이아'와 대충돌이라는 절멸의 위기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이 파괴적인 사건은 달을 만들고, 지구 지각의 성분을 재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잭 힐스의 지르콘 결정은 대충돌 후 불과 1억 년 만에 지구가 대양을 품었음을 입증하며, '검은 지구'가 식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증언했습니다. 현무암의 섭입과 화강암의 부상은 단순한 지질 변화를 넘어, 생명이 발을 디딜 '견고한 대륙이라는 무대'를 건설한 사건이었습니다.
2편: 생명·산소·광물의 공진화
두 번째 여정에서는 화강암 대륙에 응축된 필수 원소들이 어떻게 초기 생명과 조우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단순한 암석 덩어리였던 지구는 산소급증사건(GOE)을 기점으로 대전환을 맞이합니다. 시아노박테리아가 뿜어낸 산소는 대양의 철을 산화시켜 호상철광층을 남겼고, 이 과정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신종 광물들은 생명체가 다세포로 진화할 수 있는 화학적 에너지를 제공했습니다. 즉, 광물은 생명의 배경이 아니라 진화를 이끈 '공진화의 파트너'였습니다.
3편: 눈덩이 지구에서 인간의 시대까지
이제 마지막 3편에서는 지구사에서 가장 극적인 반전이 시작됩니다. 행성 전체가 1.5km 두께의 얼음으로 뒤덮였던 '눈덩이 지구'의 시련은, 역설적으로 가장 강력한 온실 효과를 불러일으키며 생명의 대폭발을 촉발했습니다. 최초의 다세포 에디아카라 생물군부터 캄브리아기 '대폭발', 육상을 에메랄드빛으로 물들인 식물의 상륙, 그리고 찰나의 시간 동안 지구를 재설계하고 있는 인간의 시대까지 이어집니다.
이후 헤이즌은 지구의 미래를 이야기하며 여러가지 시나리오("각본들")를 말합니다. 하지만 이번 글은 그 먼 미래 대신, 우리가 발을 딛고 선 인간의 시대까지만 다루고 마감합니다. 현재 인간이 지구를 "뜻대로 주물러" 초래한 엔트로피의 파동을 수습하기조차 벅차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류가 마주한'위태로운 공진화'의 지점에서 헤이즌의 『지구 이야기』를 마칩니다.
NASA Astrobiology
눈덩이 지구(Snowball Earth)와 온실 지구의 순환
25억 년 전부터 5억 4,100만 년 전까지, 지구사의 거의 절반을 가로지르는 원생이언은 뚜렷한 대조를 이루는 짧은 기간들을 망라하는 하나의 긴 시대였습니다.
처음 5억 년에는 대기 중 산소가 급증하고, 대양은 호상철광 퇴적에 의해 변형되고, 진핵세포는 DNA를 핵 안에 가두고 모든 식물과 동물의 전구체가 되었습니다.
원생이언 중간 흔히 '지루한 10억 년'이라고 부르는 동안에도 지구는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특히 마지막 3억 년은 아마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었을 것입니다. 대륙이 분해되었다 조립되고, 기후가 급격하게 흔들리고, 대양이 이동했습니다.
자연의 모든 계는 다양한 방법으로 상호간에 영향을 미친다는 작용과 반작용 법칙은 '지루한 10억 년' 동안 지구의 환경을 '생명이 살만한 조건'으로 만들어놓았습니다.
두 번에 걸친 초대륙 조립과 분해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기후는 꽤 안정적이었고, 큰 빙하기는 없었습니다. 황이 풍부한 무산소 대양의 화학작용도 그리 심하지 않았습니다. 생명체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하지 않았습니다. 공기, 땅, 바다를 바꿀 중요한 '정점'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초대륙 로디니아의 해체와 함께 지구는 변하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해체
그러나 약 8억 5,000만 년 전부터 몇 가지 중요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 '중요한 변화'는 바로 초대륙 로디니아의 해체였습니다.
초대륙 로디니아는 두 번에 걸쳐 해체가 진행되었는데 약 7억 5,000만 년 전 무렵 완전히 반으로 쪼개졌습니다.
그러자 쪼개진 사이로 수천km 길이의 해안선이 새로 생기며 해변은 급속하게 침식되었습니다. 그 쪼개져 가는 곳에는 조류가 흥청망청 융성했습니다. 조류는 전례 없는 속도로 퍼져나갔습니다.
헤이즌은 이 사건이 지구의 기후에 상당한 효과를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첫째, 조류가 급성장하는 동안 그 '탄소 소비력' 때문에 이산화탄소 수준이 떨어져 온실효과로 인한 온난화도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둘째, 이산화탄소 감소는 되먹임 고리로 인하여 지구의 냉각을 부추겼을 것입니다. 초대륙 로디니아의 균열 때문에 뜨거운 해양은 저밀도 지각을 제조하고, 그 가벼운 지각은 해양을 떠받치는 경향이 있으므로 해수면 상승을 일으켰고, 이는 곧 증발과 강우를 빈번하게 발생시켜 결국 암석의 풍화 속도가 빨라졌을 것입니다. 암석의 풍화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므로 이산화탄소 수준을 저하시키고 이는 지구의 냉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 되먹임 효과입니다.
셋째, 로디니아 해체기 동안 대양은 극지에 있었고, 대륙 로디니아는 적도에 있었습니다. 대륙은 건조하고 황량했습니다. 이 적도의 대륙은 극지보다 훨씬 더 많은 태양 에너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표면의 성질'상 입사하는 태양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다시 우주 공간으로 반사했습니다. 이는 알베도(albedo:햇빛을 반사하는 정도, 지구 표면에 유입된 복사량에 대한 반사량의 비율) 효과를 증폭시키며 역시나 냉각을 부풀렸을 겁니다.
날씨, 해류, 지각 변동은 각기 다른 시간 척도($10^{-1} \sim 10^8$ 년)를 가지지만, 본질적으로는 에너지와 물질을 교환하는 하나의 거대한 순환계입니다. 초대륙의 해체라는 지질학적 사건이 기후와 생태계의 대전환을 불러온 것은 지구 시스템의 '상호 연결성'을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사례입니다.
눈덩이 지구(Snowball Earth)와 온실 지구
이리하여 약 7억 5,000만 년 전, 지구에 빙하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빙하의 증거는 많습니다. 암석들이 두껍고 불규칙하게 쌓인 빙성층 (氷成層), 빙하에 의해 운반된 표석과 둑처럼 쌓인 빙퇴석(氷堆石)들이 발견되었습니다. 하버드 대학과 메릴랜드 대학의 지질학자 네 사람은 약 7억 4,000만 년 전과 5억 8,000만 년 전 사이 "극지부터 적도까지 완전히 얼어붙었다"는 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했습니다.
'눈덩이 지구' 동안 지구의 평균 온도는 섭씨 $-46\text{°C}$도로 뚝 떨어지면서, 두께 1.5km에 달하는 얼음 망토가 지구를 둘러쌌습니다.1)
수백만 년 동안, 지구는 얼음 안에 담겨 있었고, 그토록 풍부했던 지구의 미생물은 섬멸당하다시피 했습니다. 소수의 건강한 미생물만이 대양저 열수분출공의 영원한 어둠 속에서 목숨을 부지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얼어붙인 대륙의 깊은 지각에는 여전히 판 지구조운동은 지속되고 있었고, 그로 인한 화산 활동으로 분출되는 화산가스는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축적되기 시작합니다.
"햇빛은 지표면을 덮은 순백의 풍경을 때리고 산란하지만 곧바로 대기 중으로 튕겨 나갑니다. 대기 중으로 튕겨 나간 복사 에너지는 이번에는 이산화탄소에 맞고 다시 지표면으로 돌아와, 이제는 꼼짝없이 행성을 달구고 맙니다."
지구가 따뜻해진 것입니다. 그러나 지구는 태양과 표면 사이의 양의 되먹임 고리 덕분에 지구는 따뜻함을 넘어 점점 더 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변화의 순환
약 7억 년 전, 지구는 눈덩이 지구가 온실지구로 탈바꿈하면서 온도가 임계점을 넘어 치솟았습니다. 약 3,000만 년 쯤 따뜻한 기후가 이어졌지만 온실기체가 암석과 반응해 제거되었고 폭발적으로 늘어난 조류가 온실기체를 먹어치웠습니다.
이후 1억 5,000만 년 동안, 지구는 빙하와 온난화의 양극단 사이를 맴돌았습니다. 세 번은 얼음이 뭉쳤다가 물러났고, 지구의 기후는 술에 취한 듯 극한에서 열대로 고꾸라졌다가 되돌아왔습니다. 첫 번째 사건은 스터트 빙기라 불리는 약 7억 2,000만 년 전에 극대점에 도달했습니다. 그 뒤 6억 5,000만 년 전에 마리노 빙기가 뒤따랐고, 5억 8,000만 년 전에는 개스키어스 빙기가 일어났습니다.
얼음이 물러나면, 탄산염 광물로 이루어진 두꺼운 결정성 퇴적물이 빙성층을 덮습니다. 이는 대양이 따뜻해지고 있다는 징후입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대양으로 급격히 녹아들어 해수가 탄산염으로 과포화되면 수십cm 길이의 거대한 탄산염 결정들이 대양저를 뒤덮습니다. 이때 지구 표면은 화학적 평형을 잃고 대기와 대양 간 이산화탄소 이동 평형이 깨져 탄소 순환은 또다시 붕괴됩니다. 그렇게 기후변화는 빙하와 온난화를 반복 순환하고 있습니다.
제2차 산소급증사건
신원생대(약 10억 년 전부터 5억 4,100만 년 전)에 지구가 뜨거운 극단과 차가운 극단을 반복하고 있는 동안 강렬한 풍화 작용이 일어났습니다. 이때 빙하가 암석을 깎아내며 만든 광물 가루에는 생명 활동의 필수 영양소인 인($P$)이 풍부했습니다. 빙하가 녹으면서 이 광물들이 바다로 대량 유입되었고, 이를 양분 삼아 광합성 조류가 폭발적으로 증식했습니다.
본래 광합성은 산소를 배출하지만, 평소에는 죽은 유기물이 부패하는 과정에서 다시 산소를 소모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폭발적으로 늘어난 "조류 덩어리"가 대양저에 가라앉으면서 미처 산소와 반응하기 전에 퇴적물 속에 묻혀버렸습니다. 죽은 조류가 산소를 소비하지 못하고 격리되자, 대기 중에는 쓰이지 않고 남은 산소가 층층이 쌓여 농도가 15%(일부에서는 대략 10–20% PAL로 추정)까지 치솟게 되었습니다.
이는 표면 근처와 대양의 환경에 양면성을 보여줍니다. 즉, 쏟아져 내려오는 조류 사체를 분해하느라 심해의 산소는 바닥났고, 반면 광합성이 활발한 표면 근처(바다 표층)은 산소가 넘쳐나 동물이 진화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되었습니다.
약 6억 5,000만 년 전, 대기 중 산소는 현대의 수준에 근접하면서 마침내 생명의 대도약을 위한 준비가 끝났습니다.
동물의 발명
산소의 증가는 차례로 복잡한 다세포 생명체의 증가를 낳았습니다. 산소가 동물 진화의 키였던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알려진 초기의 다세포 유기체들은 약 6억 3,000만 년 전, 그러니까 두 번째 빙하기 직후의 화석기록에서 출현하였습니다.
그러나 다세포의 출현은 20억 전 한 통큰 단세포가 작은 단세포를 집어삼키고 이를 소화하는 대신 작은 세포를 "제멋대로 징용해서" 공생관계를 맺고 다세포로 진화했다는 이른바 세포내공생(내부공생)론이 출발점이었습니다. 이는 그 유명한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가 처음 상술한 "혁명적 발상"으로 다윈의 정통적 자연선택의 관점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서 논란이 없지 않았으나 오늘날 거의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통념'이 되었습니다.
이제 단세포 유기체들이 협력하고, 모이고, 특화하고, 집단으로 성장하고 움직이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동물이 법을 배운 것입니다.
최초의 동물 화석은 6억 3,500만 년 전부터 시작되는 에디아카리기에서 나왔습니다. 특히 6억 3,300만 년 된 중국의 더우산퉈 지층에서 발견된 동물의 알과 배아로 해석되는 아주 작은 세포 덩어리가 발견되었는데, 이는 모든 면에서 현대 동물의 배아와 동일해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와 같이 극심한 눈덩이-온실 순환은 궁극적으로 지구사의 진화에서 중심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다세포 유기체의 출현은 지구가 기후의 정점에 도달한 8억 년 전의 로디니아 초대륙의 해체 덕분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신원생대는 기후가 손바닥 뒤집듯 표변해서 전례 없이 증가한 대기 중 산소는 소위 '진화의 키' 역할을 하며 생물학적 혁신을 이끌었습니다. 이는 헤엄치고, 굴을 파고, 땅을 기고, 하늘을 나는 수많은 동물들 탄생을 촉발했습니다.
오늘날 지구는 한 번 더 극적인 기후변화의 시기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양성 되먹임으로 빙하의 얼음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녹고 있습니다. 나무들이 잘리고 불태워지면서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내뿜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구동토가 뚫리고 심해의 얼음이 녹으면서 여기서 방출되는 메탄이 지구의 온도를 한층 더 높여, 탄소 순환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는 점이 기후 문제를 심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지구의 과거에 현대를 위한 교훈들이 담겨 있다면, 급변하는 신원생대 기후 이야기가 그 목록의 1순위일 겁니다. 눈덩이와 온실이 교대해가며 진화하는 생명체들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활짝 열어젖히는 바로 그 순간에, 기후가 뒤집힐 때마다 거의 모든 생물이 멸종했기 때문입니다.
푸른 지구
이제 이야기는 5억 4,200만 년 전부터 시작합니다. 이 시기 지구는 크게 최소한 다섯 종류의 변화가 작동했습니다.
첫째, 대륙은 끊임없이 이동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판게아(Pangea)라는 초대륙이 형성되었다가 다시 해체되었으며, 이때 갈라진 틈에서 태어난 대서양은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씩 넓어지고 있습니다.
둘째, 기후는 신원생대의 극한 수준은 아닐지라도 냉기와 온기를 주기적으로 반복했습니다. 셋째, 대기 중 산소 농도는 한때 현대 수준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가 다시 반등하며 생물권의 지형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넷째, 해수면은 수십 미터씩 오르내리기를 반복했고, 이로 인해 해안선이 끊임없이 재형성되며 해양 생태계에 새로운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제공했습니다. 다섯째, 이 모든 물리적 변형이 일어나는 내내, 생명체와 암석은 여전히 밀접하게 얽히며 공진화(Co-evolution)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5억 4,200만 년 동안 지구는 이전과는 달리 수천만 년 또는 수억 년에 걸쳐서 느긋하게 변하는 행성이 아니라 불과 수십만 년 사이에도 지표의 풍경과 생태계가 완전히 뒤바뀌는 급속한 진화의 세계로 진입하였습니다.
생명은 이러한 지구의 환경에 재빠르게 반응하며 적응했고, 진화의 속도는 빨랐습니다. 기존의 종이 멸종하면 새로운 종이 재빠르게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이러한 진화의 형태는 지구를 단순한 암석 덩어리가 아닌,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와 같은 역동적인 행성으로 완성시켰습니다.
하나의 무대
이러한 진화하는 생명들을 위해 지구는 하나의 거대한 무대가 되었습니다. 그 무대는 다름 아닌 대륙이었고, 대륙이 갈라지고 흩어질 때마다 생명들은 새로운 환경으로 이주하거나 고립된 곳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약 5억 4,200만 년 전 캄브리아기에는 초대륙 로디니아에서 쪼개져 나온 육괴들이 남반구와 북반구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다 약 3억 년 전, 이 파편들이 다시 충돌하며 거대한 초대륙 판게아(Pangea)를 형성했습니다. 판게아는 지구 육지의 거의 전부를 한데 모아 놓았으며, 그 면적의 4분의 3이 남반구에 치우쳐 있었습니다. 이 거대한 충돌의 힘은 지표면을 밀어 올려 오늘날의 애팔래치아 산맥을 탄생시켰습니다.
판게아는 약 1억 년 동안 유지되다가 1억 7,500만 년 전부터 다시 일곱 개의 조각으로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사는 대륙들의 시작입니다. 이때 아프리카 동해안에서 떨어져나와 북쪽을 향해 5,000만 년의 여정을 시작한 인도가 아시아를 들이받아 히말라야 산맥을 밀어올렸습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
신원생대 끝자락인 약 6억 3,500만 년 전, 대규모 산소 급증에 힘입어 풀빛 광합성 조류가 새로운 전략을 진화시켜 질퍽한 땅에 발을 디뎠습니다. 지구는 마침내 화성의 주황빛이 아니라, 해안선 가장자리나마 풀빛으로 보이게 되었습니다.
대기 중 산소 농도가 높아지자 성층권에는 두꺼운 오존층이 형성되었습니다. 오존층은 치명적인 태양 자외선으로부터 지표면을 효과적으로 가려주는 '든든한 덮개'가 되었고, 이는 훗날 식물들이 육지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육상 생물권 탄생의 전주곡이 되었습니다.
바다 표층의 풍부한 산소를 만끽하던 동물들은 이후 1억 년이 더 지나서야 얕은 바다를 넘어 육지의 경계로 기어 나왔습니다. 하지만 진화의 진정한 도약은 약 5억 3,000만 년 전, 동물들이 광물을 이용해 단단한 껍질을 만드는 법을 익히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탄산칼슘($CaCO_3$)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이 '고급스런 생체광물화' 기술은 갑작스러운 발명이 아니라, 약 5억 8,000만 년 전부터 오랜 시간 서서히 다듬어온 진화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캄브리아기(약 5억 3,000만 년 전~ 4억 8,500만 년 전)에 접어들자 온갖 방식으로 무장한 동물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른바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제 바닷속은 치열한 군비경쟁의 장이 되었습니다. 포식자와 피포식자는 생존을 위해 몸집을 불렸고, 이빨과 발톱, 호신용 골판과 날카로운 가시를 발달시켰습니다. 살해자들이 우글거리는 고생대 대양에서 '눈'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장비가 되었습니다. 당시 그들이 몸을 감쌌던 탄산염 껍질들은 사후에 거대한 석회암층이 되어 산맥과 절벽을 이루었으며, 심지어 에베레스트 산의 정상조차도 이 고대 생명의 흔적으로 덮여 있습니다. 2)
육지에 오른 생명
지구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전환 가운데 하나는 생명이 바다를 떠나 육지로 이동한 사건입니다.
약 5억 년 전 출현한 원시 생명체들은 바다에서 1억 년 넘는 진화를 겪은 뒤에야 머뭇거리며 마른 땅으로 이주를 시도했습니다. 4억 2,000만 년 전에 이르러서야 턱을 가진 유악어류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다음 2,000만 년에 걸쳐 훨씬 더 친숙한 연골어류인 상어와 경골어류가 출현해 분화했습니다. 하지만 마른 땅에 척추동물은 전혀 없었습니다.
결국 육지를 먼저 상륙한 주체는 식물이었습니다. 늦어도 4억 년 전에는 원시적인 관다발 식물들이 지구의 육지에 서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지구의 풍경은 마침내 풀빛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방식은 너무나도 낯설어 보였습니다. 풀빛 줄기와 풀빛 가지는 있었지만 잎은 전혀 없었으니까 그럴만도 합니다.
이후 수천만 년의 진화를 거쳐 3억 6,000만 년 전에는 완전히 새로운 지구 생태계인 숲이 출현했습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의 육지가 에메랄드빛 녹색이 되었습니다.
숲 속 식물의 뿌리는 화강암과 석회암 등 암석의 풍화 속도를 10배나 높이며 유기물이 풍부한 토양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식물의 뿌리와 곰팡이가 손을 잡은 균근(菌根) 공생 시스템은 척박한 땅 위에서 식물이 인($P$)과 수분을 흡수하여 번성하게 한 진화의 결정적 한 수였습니다.
이제 식물들은 지구 전 지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그러자 식물이 마련한 이 거대한 생태적 무대 위로 곤충, 거미, 지렁이 같은 무척추 동물이 육지를 답사하였습니다.
이후 척추동물 어류는 약 2,000만 년 동안 얕은 해안을 오가며 폐로 호흡하는 법을 배웠고, 마침내 3억 7,500만 년 전 네 발 달린 사지동물의 모습으로 육지에 상륙했습니다. 이후 3억 4,000만 년 전 석탄기 한복판, 질퍽한 숲이 번성하던 때에 양서류가 본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제3차 산소급증사건
이렇게 3억 년 전 무렵에는 지구에 숲이 번성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식물의 잎사귀가 땅에 묻히거나 죽은 식물의 두꺼운 덩어리가 가압 조리되어 새로운 유형 암석 - 고탄소의 검은 석탄이 형성되기 시작하며 유기 탄소가 격리되자, 다량의 산소가 단시간에 대기 중으로 유입되었습니다. 산소는 점진적으로 늘어나 3억 년 전에는 30퍼센트 너머로 현저히 올라갔습니다. 어떤 추정치에 따르면 대기 중 산소 함량이 현대의 수준을 훨씬 웃도는 35퍼센트 너머까지 잠시 치솟기도 했습니다.
산소의 증가는 동물의 진화를 촉진했습니다. 일부 동물들은 여분의 에너지를 이용해 크게 아주 더 크게 성장했습니다. 가장 극적인 결과물은 날개 폭이 60센티미터나 되는 괴물 잠자리로 예시되는 거대 곤충이었습니다.
판게아 초대륙의 생명은 수천만 년에 걸쳐 번영을 누렸습니다. 기후도 온화했고 자원도 풍부했으므로, 생명은 마음껏 진화했습니다. 하지만 2억 5,000만 년 전, 갑자기 불가사의하게 일어난 지구사에서 가장 비참한 멸종 사건으로 생명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대멸종
위대한 죽음지난 5억 4,000만 년에 걸쳐서 지구는 다섯 차례 지옥같은 시간을 겪었습니다. 대멸종 사건을 말합니다. 이 사건 동안 지구는 종의 절반 이상을 잃어버렸습니다.
특히 2억 5,100만 년 전의 고생대 대멸종은 70%의 육상 종들과 96%라는 터무니없는 비율의 해양 종들이 사라졌습니다. 전 지구에 재난을 가져온 이 사건을 위대한 죽음(Great Dying)이라고 부릅니다. 지구사에서 그토록 많은 동물이 영원히 사라진 경우는 전무후무했습니다.
대멸종의 원인은 소행성 충돌과 같은 단순한 한 가지는 아니었고, 한꺼번에 일어나지도 않았던 것만은 확실합니다. 다만 과학자들은 충돌 전후에 일어난 다음 다섯 가지가 대멸종의 원인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첫째, 대기 중 산소의 급격한 감소입니다. 둘째, 빙하기 해수면 하강으로 인해 연안 지역의 산호초가 사라지면서 발생한 해양 생태계를 파괴시켰습니다.
셋째, 시베리아에서 분출되는 $400만 km^3$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유독가스와 산성비가 지구 생태계를 붕괴시켰습니다. 이는 오존층 파괴를 유발해 생물에 치명적인 태양의 자외선 복사에 노출시켰습니다.
위대한 죽음은 지구의 생물 다양성에 어마어마한 구멍을 남겼습니다. 그로부터 회복하는 데에만 3,000만 년이 걸렸습니다.
공룡공룡은 약 2억 3,000만 년 전에, 고생대 말 대멸종의 수혜자로서 무대에 등장했습니다. 이 매혹적인 파충류는 느리고 작게 출발했지만 1억 6,000만 년 이상의 기간에 걸쳐 모든 생태적 지위를 차지하고 지구의 정복자로 행세했습니다.
그러던 중 6,500만 년 전 지름이 약 10km였으리라 추정되는 소행성 하나가 지금의 유카탄 반도 근처에서 지구와 충돌했습니다. 웅장한 초대형 지진해일이 지구를 휩쓸었고, 잇따라 거대한 불이 전 대륙을 불살랐습니다. 엄청난 양의 암석 구름이 하늘을 검게 뒤덮고 광합성을 거의 중단시켰습니다. 모든 생태계도 파괴되었습니다.
결국 하나의 소수 혈통—조류(새공룡)—을 제외하고 공룡은 멸종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각 충돌을 피해 땅 속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한 생명이 지상으로 기어올라왔습니다. 거대 소행성 충돌과 화산 폭발이라는 대재앙 속에서 살아남은 작은 설치류 닮은 척추동물들이 공룡이 사라진 생태적 빈자리를 빠르게 장악한 것입니다. 뒤이어 포유류가 충돌 후 1,000만 년이 채 되기 전에 이미 급격한 분화를 시작했으며, 1,500만 년 이내에는 고래, 박쥐, 말, 코끼리의 초기 조상들로 진화했습니다.
오늘날 호모 사피엔스의 DNA에는 이들의 생존과 투쟁의 기록이 고스란히 각인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시대
지구가 존재한 기간의 99.9퍼센트가 넘는 날들 동안, 인간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우리 행성의 역사에서 눈 깜박임 한 번에 지나지 않습니다. 최근에 등장한 호모 사피엔스의 기원은 6,500만 년 전 소행성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설치류를 닮은 동물들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공룡이 멸종한 지 수백만 년 이내에 포유류는 들판과 밀림으로, 산지와 사막으로, 공중과 바다 등의 텅 빈 생태적 틈새들 속으로 방산한 상태였습니다. 그렇다 해도 신종 포유류들 다수는 또 다른 대멸종 속에서, 아직까지 불분명한 여러 원인으로 죽고 말았습니다.
인간은 궁극적으로 그 재난들 중에서도 마지막 재난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후손입니다. 원숭이, 유인원, 그리고 우리는 모두 약 3,000만 년 전에 존재했던 공통의 영장류 조상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최초의 인류라고 할 수 있는 호미니드(hominid)는 아마도 800만 년 전 중앙아프리카에서 출현했을 것입니다.
적응이 빚어낸 지성
한편 지난 300만 년 동안 반복된 빙하기는 모든 포유류의 신세계 이주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빙하기는 어미와 새끼들이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함으로써 서로 배우고 똑똑해지면서 머리는 커지고 이는 열손실을 막아 자신들의 생존 조건을 강화했을 것입니다. 최초의 인간인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 다시 말해 '도구를 만드는 사람'이 250만 년 전, 이 거대한 빙기들 중 하나가 끝난 직후에 나타난 것은 아마도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그 사이 수천 년 내내, 반복되는 변화를 견디고 거기에 적응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었습니다. 꽁꽁 언 얼음이 전진한 다음에는 유난히 따뜻한 '간빙기'가 왔고, 가뭄 다음에는 홍수가 왔고, 바다는 크게 후퇴한 다음에 그만큼 다시 크게 전진하곤 했습니다.
실로, 지구사의 최근 5억 년은 생명과 암석 사이에 가장 놀라운 상호작용이 있었던 때였습니다. 이 공진화는 과학기술이 진보한 인간의 시대에도 끈질기게 계속되었습니다. 지구의 모든 계는 서로가 서로를 변화시키며 공존하고 있습니다.
문명이라는 이름의 엔트로피 역설
그러나 인간은 적응에 머물지 않고, 과학기술로 세계를 재설계했습니다. 금속을 제련하고 둑을 만들어 물길을 돌리고, 화석연료를 태워 문명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이 행위에는 엄중한 물리 법칙이 함께 작동하며 결과가 뒤따라왔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엔트로피 증가를 늦추며 생존 조건을 강화했지만, 그 대가로 지구 시스템 전체의 엔트로피 생산을 증폭시켰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편익은 에너지 불균형의 비용과 맞바꾼 결과물입니다.
공생 혹은 파멸의 갈림길
이제 인간과 지구는 '위태로운 공진화'의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지난 5억 년 간 생명과 암석이 서로를 변화시키며 생존해 왔듯이, 오늘날 인류의 활동은 지구 시스템의 향방을 결정짓고 있습니다.
우리가 쌓아 올린 문명의 구조물이 비대해질수록 지구적 에너지 불균형의 수치는 정점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결국 인간의 시대가 지구 역사에 남길 기록은 우리가 이 엔트로피의 청구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지구사의 99.9%를 지나 도착한 우리 인류는, 다음 0.1%의 "각본"을 어떻게 써 내려가야 할까요? 우주 탄생 138억 년, 지구 탄생 45.6억 년, 앞으로 생존 기간 50억 년, 지구는 이제 완전한 열적 평형에 이르기까지 거의 반을 지나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당장 탄소 발자국부터 남기지 말아야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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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재는 로버트 M. 헤이즌의 『지구 이야기』를 소개하는
동심헌(童心軒)의 기획 시리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