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산성화(Ocean Acidification)
해양 산성화는 지구온난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현상으로, 주로 인간 활동에 의해 대기 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CO₂)가 바다에 흡수됨으로써 발생한다. 현재 대기 중에 배출된 CO₂의 약 25~30%가 해양이 흡수1)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바닷물의 화학 성분이 변화하게 된다.
해양 산성화는 지구의 탄소 순환 시스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이는 다음 장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할 것이다.
해양 산성화 과정
해양 산성화 정도
해양 pH란?
pH는 potential of Hydrogen의 약자로서 p는 라틴어 potentia 또는 pondus에서 왔으며, "힘" 또는 "잠재력", H는 수소 이온(H⁺)을 의미한다. 즉, pH는 용액 속에 존재하는 수소 이온의 활동성 또는 농도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해양 pH는 수소 이온 농도의 로그값에 기반한 지수이며, 액체(예: 해수)의 산성도 또는 알칼리도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로그 척도 0부터 14까지의 값을 가진다. 수소 이온 농도의 역수(logarithmic scale)를 사용하여 측정된다. 수소 이온 농도는 보통 산성화의 정도를 가리킨다. 수소 이온 농도와 pH의 관계로서 pH는 −log10 [H+]로 표시하며 수소 이온 농도의 10을 밑으로 한 로그 값을 구한 뒤, 그 값에 음수를 곱해 pH 값을 구하는 것이다. -log10는 "마이너스 로그 베이스 10"으로 읽는다. 수소 이온 농도가 클수록(pH 값이 낮을수록) 산성이 강하고, 농도가 작을수록(pH 값이 높을수록) 염기성이 강해진다. pH는 수소 이온 농도의 음의 로그(-log[H⁺])로 정의된다.
pH 척도가 0에서 14까지 값을 가진다는 것은 수소 이온 농도가 10⁰(=1 몰/리터)에서 10⁻¹⁴ 몰/리터까지의 범위에 걸쳐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pH = 0일 때, 수소 이온 농도는 1 몰/리터, 즉 매우 강한 산성이다. pH = 7일 때, 수소 이온 농도는 10⁻⁷ 몰/리터로, 이는 중성인 물의 상태, pH = 14일 때, 수소 이온 농도는 10⁻¹⁴ 몰/리터로, 매우 강한 알칼리성이다.
pH 척도는 로그 스케일로 되어 있어, 수소 이온 농도가 10배 증가하면 pH 값은 1 단위 감소한다. 예를 들어 pH가 7에서 6으로 내려가면, 수소 이온 농도는 10배 증가하고, 반대로, pH가 8에서 9로 올라가면 수소 이온 농도는 10배 감소한다.
보통 해양 pH값이 7이면 중성, 7 미만은 산성, 7 이상은 알칼리성을 나타낸다. 해양 pH는 생물학적, 화학적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대부분의 해양 생물은 pH가 일정한 범위 내에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
현재 해양 산성화 수준
산업화 이전에 해양의 평균 pH는 약 8.2(알칼리성)였으나, 그동안 0.1단위 감소하여 현재 해양 pH는 약 8.1이다.
이 변화는 작아 보이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pH 척도가 로그 스케일이기 때문에, 이는 해양 산성도가 약 26% 증가(엑셀에서 “=10^0.1”를 입력하면 1.2589, 즉 26%가 산출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IPCC 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까지 지구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이 현재 속도로 계속된다면, 해양의 pH는 추가로 0.3~0.4 단위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예측된다. 이는 산성도가 99~151% 증가할 것임을 의미한다.
해양 산성화는 특히 극지방의 바다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 지역은 차가운 물이 이산화탄소(CO₂)를 더 잘 흡수하는 특성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북극해와 남극해는 이미 산성화의 초기 영향을 강하게 경험하고 있다.
해양 산성화 효과
해양 생태계 변화
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양이 산성화되고 이로 인해 해양 생태계가 크게 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CO2)가 바다로 흡수되면서 해양 산성화가 진행되는데, 이는 산호초와 같은 생물들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
해양 산성화는 특정 종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종 간 경쟁과 생태계 구조에도 변화를 일으킨다.
1. 생물 다양성 감소
해양 산성화로 인해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으며, 이는 생물 다양성의 감소로 이어진다. 산성화가 해양 생물들의 생리적 기능과 번식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침에 따라, 특정 종의 감소는 해양 생태계 내의 다른 종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며, 결과적으로 전체 생태계의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
2. 산호초
산호는 특정 온도 범위 내에서만 생존할 수 있는데,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산호와 공생하는 조류가 이탈하여 산호가 하얗게 변하는 '산호 백화 현상'이 발생한다.
산호초는 탄산칼슘을 이용해 골격을 형성하는데, 산성화된 바다는 이 과정에 필요한 이온 농도를 낮춘다.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와 카리브해의 산호초는 이미 산성화로 인해 골격 형성이 느려지거나 중단되어 생태계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온난화로 인해 90% 이상의 산호초가 백화 현상을 겪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사망했다.
산호가 감소하면 해조류 같은 다른 종들이 번성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전체 생태계의 균형을 변화시킬 수 있다. 산호초는 수많은 해양 생물들의 서식지 역할을 하므로, 산호초의 파괴는 해양 생물다양성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해양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3. 굴과 조개류 감소
해양의 산성화는 석회질 껍데기를 형성하는 생물들, 예를 들어 조개, 갑각류, 산호 등의 생존이 어려워지고, 먹이 사슬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서부 태평양 연안에서 해양 산성화로 인해 굴과 같은 조개류의 부화율이 급감했다. 워싱턴 주의 굴 양식장에서는 굴 유생이 산성화된 물에서 껍데기를 형성하지 못해 생존율이 크게 떨어졌다.
4. 멕시코만의 죽음의 구역
해양의 저산소화는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해양의 산소 용해도가 낮아지고, 영양물질 유입에 의한 부영양화로 산소가 더 많이 소모되는 현상이다. 이는 해양 생물들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산소가 부족해지는 문제를 야기한다.
멕시코만에서는 매년 저산소 구역, 즉 산소가 부족해 해양 생물이 생존할 수 없는 '죽음의 구역'이 형성된다. 이 지역은 해양 온도 상승과 함께 육지에서 흘러들어오는 비료 등의 영양물질로 인해 산소가 빠르게 소모되면서 형성된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대부분의 해양 생물들이 서식지를 옮기거나 사망하게 된다.
5. 맹그로브 서식지 침수
해수면 상승은 연안 지역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서식지를 침수시키고, 산호초, 맹그로브 숲 등 중요한 생태계를 파괴한다.
방글라데시의 순다르반스 맹그로브 숲은 해수면 상승으로 점차 침수되고 있으며, 이는 다양한 해양 생물들의 서식지를 위협한다. 이 숲은 많은 어류와 조류가 번식하고 서식하는 중요한 생태계다. 맹그로브는 또한 해안선 보호와 생물 다양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그 파괴는 연안 생물에게 치명적이다.
6. 북극곰과 물개 서식지 감소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과 남극의 해빙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극지방 해양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다. 해빙이 줄어들면 이 지역에 서식하는 생물들은 사냥터와 서식지를 잃고, 먹이 사슬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북극 해빙이 줄어들면서 북극곰과 물개 같은 해양 포유류는 먹이 사냥과 번식을 위한 서식지를 잃고 있다. 해빙 위에서 물개를 사냥하는 북극곰은 해빙 감소로 인해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졌으며, 이는 개체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7. 남극의 크릴 감소
남극 해빙이 감소하면서 남극 크릴의 서식지가 축소되고 있다. 크릴은 남극 생태계에서 펭귄, 고래, 바다표범 등의 주요 먹이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크릴의 감소는 남극 생태계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8. 플랑크톤의 변화
플랑크톤은 해양 먹이사슬의 기초를 이루며, 해양 온도 상승과 산성화는 이들의 분포와 번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플랑크톤의 변화는 먹이 사슬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치며, 해양 생태계의 균형을 위협한다.
남대서양에서는 해양 온도 상승으로 인해 플랑크톤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상위 포식자들에게 먹이 부족을 초래하고 있다. 플랑크톤의 감소는 해양 생태계의 기초를 위협하며, 더 큰 규모의 생물군집에 영향을 미친다.
9. 연체동물과 갑각류
이산화탄소(CO₂)가 바다로 흡수되면서 해수의 pH가 낮아지고, 이는 탄산칼슘을 사용하는 생물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조개, 굴, 새우와 같은 연체동물과 갑각류는 껍데기나 외골격을 만드는데 탄산칼슘을 필요로 한다. 산성화로 인해 탄산염 이온의 농도가 줄어들면서 이 생물들은 껍데기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껍데기가 얇아지거나 약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10. 어류
어류는 산성화된 해양 환경에서 성장과 생리적 기능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해양 산성화는 일부 어류의 후각과 청각 능력을 손상시키고, 이는 포식자 회피 능력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는 궁극적으로 어류 개체군의 생존율에 영향을 미쳐 해양 생태계의 식량망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해양의 탄소 저장 능력 감소
해양은 지구의 중요한 탄소 흡수원으로, 대기 중에 방출된 이산화탄소(CO₂)의 약 25~30%를 흡수하며 지구 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해양은 탄소를 다양한 형태로 저장하며, 크게 물리적 펌프, 생물학적 펌프, 탄산염 펌프 세 가지 경로로 흡수한다.
물리적 펌프는 바다가 CO₂를 물리적으로 흡수하여 용해된 CO₂ 형태로 저장하는 것을 말하여, 생물학적 펌프는 식물성 플랑크톤과 같은 생물이 CO₂를 흡수해 유기물 형태로 저장하며, 일부는 해저에 퇴적하며, 탄산염 펌프는 해양 석회화 생물들(조개류, 산호 등)이 탄산칼슘을 생성할 때 일부 CO₂가 탄산염 형태로 저장한다.
이 세 가지 경로를 통해 해양은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하고 순환시키며 중요한 탄소 저장소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해양 산성화는 이러한 탄소 순환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CO₂가 해양에 흡수되면서 바닷물의 pH가 낮아지고, 이는 해양의 탄소 저장 능력을 감소시키는 몇 가지 중요한 메커니즘을 촉발한다.
그 첫 번째가 탄산염 이온(CO₃²⁻)의 감소다. CO₂가 해양에 흡수되면 탄산(H₂CO₃)이 형성되고, 이는 수소 이온(H⁺)과 탄산염 이온(HCO₃⁻)으로 분해된다. 이 과정에서 탄산염 이온(CO₃²⁻)의 농도가 감소한다. 탄산염 이온은 해양 생물들이 껍데기나 골격을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물질인데, 이 농도가 줄어들면 생물들이 탄산칼슘을 만들기 어려워진다. 그 결과, 탄소가 탄산칼슘 형태로 고정되는 경로가 약화된다.
다음이 해양 생물의 건강 악화다. 산성화는 산호초, 조개류, 식물성 플랑크톤과 같은 생물들의 생존을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생물들은 해양 탄소 순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산성화로 인해 그들의 생존과 번식이 위협받으면서 해양의 탄소 흡수 및 저장 능력도 약화된다.
탄소 순환 시스템 붕괴
해양 산성화는 전체 탄소 순환 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지구의 탄소 순환 시스템은 대기, 해양, 지표면, 생물권 등이 상호작용하여 탄소를 교환하고 저장하는 과정인데, 해양의 탄소 흡수 능력이 감소하면, 우선 대기 중에 더 많은 양의 CO₂가 남게 되어 온실효과가 가속화되고 지구 온난화가 심화된다.
두 번째, 산성화로 인해 산호초와 연체동물들이 사라지면 해양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며, 이로 인해 해양 생물들이 흡수하고 저장하던 탄소의 양이 줄어든다. 이러한 생물들이 소멸할 경우, 생물학적 탄소 순환 경로도 손실된다.
세 번째, 해양 산성화로 인해 탄소 순환 시스템이 불안정해지면, 지구 온난화는 더욱 빨라진다. 이는 해양의 온도 상승을 더욱 가속화하며, 더 많은 CO₂를 방출하게 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해양 산성화는 오랜 기간 지구의 탄소 순환 시스템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재의 CO₂ 배출이 중단되더라도, 이미 흡수된 이산화탄소는 오랜 시간 동안 해양 산성화를 유지시키고, 이는 장기적으로 탄소 순환 시스템의 회복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결국, 해양 산성화는 지구의 탄소 순환 시스템 전반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그로 인한 연쇄 효과는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탄소 순환 시스템은 대기, 해양, 생물권이 함께 이루는 중요한 과정으로, 이 시스템이 유지될 때 지구의 기후와 생태계는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이제 우리는 탄소 순환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며, 그 균형이 깨졌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아볼 것이다.(끝)
각주
1)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2021년 제6차 평가보고서)와 NASA Earth Observatory 등 주요 과학 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산업화 이후(약 1750년 이후) 인류가 대기로 배출한 CO₂ 총량 중 약 25~30%(약 95-114억 톤)는 해양이 흡수, 약 30%(약 114억 톤)는 육상의 식생(산림 등)이 흡수, 나머지 약 40~45%(약 152-171억 톤)가 여전히 대기에 남아 온실효과를 유발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360~400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있다. ↩
2)제6장의 “해양 화학적 메커니즘” 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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