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기후 모형은 인간이 일으키는 지구 온난화를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이 모형은 물리 법칙에 기초하고 있으며, 날씨 예측에 사용되는 수치 모형에서 진화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의 방대한 계산 자원을 이용해서, 기후 모형은 미래의 기후 변화와 그 영향을 예측할 뿐만 아니라 왜 그런 변화가 일어나는지 이해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사용되어 왔고, 이 모형들로 수행하는 통제된 '가상 실험'은 기후 변화에 관련된 물리적 메커니즘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데 매우 효과적임이 증명되었다."(마나베 슈쿠로 외 지음, 『기후의 과학』, 김희봉 옮김, 사이언스북스, 2025, 6쪽)
이 글은 위와 같은 내용이 담긴 『기후의 과학』,(마나베 슈쿠로 외, 김희봉 옮김, 사이언스북스, 2025)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이는 곧 슈퍼컴퓨터 연산 자원을 동원하여, 단순한 날씨 예측을 넘어 전 지구적 기후 시스템을 하나의 ‘가상 실험실’로 구현해낸 과정을 이해하려는 시도이며, 산업화 이후 대기 중 온실 기체 농도가 변하면 지구 기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저자들이 개발한 모형을 통해 파악하는 작업입니다.
즉, 기후 과학이 구축해온 모형의 구조와 논리를 단계적으로 추적하며 최종적으로 기후 민감도 방정식을 어떻게 도출하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는 과정입니다.
이 책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CO_2$) 농도 변화가 지표 기온에 미치는 영향, 즉 기후 민감도를 산출하기 위해 3차원 대기 대순환 모형(GCM)을 개발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음 세 가지 핵심 메커니즘을 증명합니다.
첫째, 수치 실험을 통한 온도 변화 산출
$CO_2$ 농도를 $300\text{ ppm} 에서 600\text{ ppm}$으로 2배 증가시켰을 때
반응과, 태양 복사 조도의 미세한 변화 $(+2\% \sim -4\%)$가 지구 온도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계산합니다.
둘째, 제2종 되먹임과 민감도 방정식의 도출
수증기, 감율, 알베도, 구름 등 네 가지 변수가 만드는 증폭 인자를 분석하여
민감도 방정식을 정립합니다.
셋째 지질학적 데이터를 통한 신뢰성 확보
마나베와 연구원들은 수치 실험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약 $21,000$년 전
'최종 빙기 극대기(LGM)'의 데이터를 모형에 결합했습니다. 이는 과거 기후를
역추적하여 기후 민감도의 물리적 신뢰성을 검증하는 접근이었습니다.
본 포스팅은 총 4편의 시리즈를 통해 기후 과학의 정수를 탐구합니다.
1편: 온실효과의 탄생과 아레니우스에서 캘런더로 이어지는 초기 기후 계산의 계보를 살피며 지구 온난화의 기본 골격을 이해합니다.
2편: 현대 기후 모형의 시초인 '1차원 복사-대류 모형'을 통해 $CO_2$ 증가가 대기 연직 온도 분포를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탐구합니다.
3편: 3차원 모형이 입증한 알베도 되먹임을 통해 온난화의 증폭 과정을 분석하고, 임계 전환을 통한 '눈덩이 지구'의 가능성을 경고합니다.
4편: 본 글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기후 민감도 방정식의 도출 과정을 상세히 살피고, 이론적 수치와 실측 데이터 사이의 시차인 '지연된 온도'의 본질을 고찰하며 시리즈를 마무리합니다.
모형 구조의 전제 조건
기후 변화 메커니즘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구 기후의 현재 상황을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기후 과학자들은 지난 산업화 이후 $100$년간 과거 $1,500$년 간과 비교해 보면 지구의 표면 온도가 "상당히 이례적"으로 상승했다는 데 동의합니다. 지구가 온난화에 진입했다는 것입니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5차 평가 보고서는 "20세기 중반 이후에 관측된 온난화의 지배적인 원인은 인간의 영향이었을 가능성이 극단적으로 크고, 또 온난화의 대부분이 인간의 활동에 따른 이산화탄소($CO_2$), 메탄($CH_4$), 아산화질소($N_2O$)와 같은 온실 기체의 농도 증가 때문일 수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온실 기체는 대기에서 차지하는 함량이 매우 작지만(건조공기 몰분율이 작다, $CO_2$: $0.043$%, $CH_4$: $7.3 \times 10^{-5}$, $N_2O$: $7.6 \times 10^{-5}$), 적외선을 강하게 흡수하고 재방출해 지구 표면을 따뜻하고 생명체가 살기 좋은 기후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른바 '온실효과(Greenhouse effect)'를 일으킵니다.
그러므로 지구에서 방출되는 적외선의 상향 플럭스(flux)를 변화시켜서 지구 표면 온도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온실효과와 온실기체의 농도가 증가하면 왜 지표면과 대류권의 온도가 올라가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앞으로 2편과 3편에서 살펴보게 된 기후 민감도 모형(1차원 대류-복사 모형, 3차원 대기 대순환 모형(general Circulation models,GCM))이 그 메커니즘을 설명할 것입니다.
온실효과
태양 에너지의 양과 지구 대기의 구성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설적 상황에서, 지구로 유입되는 태양 복사와 지구에서 방출되는 복사는 서로 정확히 똑같아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지구의 온도는 대기권 최상단으로 들어오는 알짜 태양 복사와 지구에서 빠져나가는 복사 균형을 이루도록 유지됩니다.
PMC
이러한 태양과 지구 간 에너지 복사가 균형을 이루면 지구의 유효 방출 온도(대기가 지구의 복사 열에너지를 가두지 않고 전부 우주로 방출한다는 전제)를 슈테판-볼츠만 산식에 따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얻어진 온도는 $-18.7^\circ\text{C}$로,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 $+14.5^\circ\text{C}$보다 약 $33^\circ\text{C}$ 낮습니다.2)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 $+14.5^\circ\text{C}$는 태양 복사 에너지를 열에너지로 전환시켜 더 많은 적외선의 상향 플럭스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얻어진 플럭스는 $389\text{ W/m}^2$3)이며, 대기권 상층부에서 빠져나가는 $238.5\text{ W/m}^2$보다 훨씬 큽니다. 이는 지표에서 방출된 복사의 약 $39\%$($151\text{ W/m}^2$)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대기에 흡수되어 다시 지표로 되돌아오고, 따라서 이 열이 모두 빠져나갈 때 비해 지표면이 약 $33^\circ\text{C}$만큼 더 따뜻하게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기의 온실효과란 지구 표면에서 방출되는 지구 복사의 상향 플럭스를 대기가 차단한다는 뜻입니다.
복사 에너지(장파 복사) 흡수태양 복사는 대부분 $4\text{ }\mu\text{m}$보다 짧은 파장에서 발생하고, 지구 복사는 이보다 긴 '장파長波 복사'입니다.
지구에서 빠져나가는 $238.5\text{ W/m}^2$나 $389\text{ W/m}^2$ 복사는 길이가 $7\sim 20\text{ } \mu m$ 범위의 비교적 긴 장파 복사 형태로 방출됩니다. 이 복사는 비가시광선 영역의 적외선입니다. 이들 복사는 우주로 바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대기 중 온실가스에 의해 선택적으로 흡수되어 이른바 '갇히게' 됩니다.
그중 $CO_2$는 $15\text{ }\mu m$, 수증기는 $5 \sim 8\text{ } \mu m$ 및 $18\text{ } \mu m$ 이상의 광범위한 영역, 메탄은 $7.7\text{ } \mu m$, 아산화질소는 $7.8\text{ } \mu m$ 이상의 복사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이 파장대는 지구 복사의 주된 방출 경로인 $7 \sim 20\text{ }\mu m$ 대역과 겹치기 때문에 지구의 열을 효과적으로 가두게 됩니다. 그러니까 태양 복사와 같은 단파는 이 그물망을 통과할 수 있지만 지구의 장파 복사(열적외선)는 이들 온실가스 그물망에 걸려 쉽게 빠져나가지 못해 대기 중에 갇히게 되어 결국 지구를 따뜻하게 하는 온실효과의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CO_2$, 수증기, $CH_4$ 등 온실가스가 주범이고 구름도 20% 정도 기여를 합니다. 하지만 구름은 냉각 효과(알베도 증가)도 동시에 갖습니다.
지표면에서 뿜어내는 $389\text{ W/m}^2$의 뜨거운 열기는 바로 우주로 탈출하려 하지만, 위 표에 정리된 것처럼 온실가스들이 각자의 '핵심 흡수 대역'에서 이를 봉쇄하고 있습니다. 이 정교한 차단 기제가 바로 지구를 $-18.7^\circ\text{C}$가 아닌 $+14.5^\circ\text{C}$의 따뜻한 행성으로 만드는 온실효과의 실체입니다.
결국 대기는 전체적으로 지구 표면이 방출하는 장파 복사의 상향 플럭스가 대기권을 빠져 나가기 전에 상당부분을 가둡니다. 이러한 가둠을 대기의 온실효과라고 부릅니다.
지구 온난화
장파 복사의 전달에서 일어나는 대기의 온실 효과를 양자 역학으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복사가 광자(빛의 양자)라고 생각하면, 광자가 방출되는 위치보다 높은 곳에 있는 온실 기체 때문에 지구 상의 광자가 대기권 밖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대기 중에서 $CO_2$와 같은 온실 기체의 농도가 높아지면, 공기의 적외선 불투명도가 높아져 대기 중 장파 복사의 흡수가 커집니다. 이처럼 온실 기체가 조밀해지면 대기는 적외선을 강력하게 가로막는 '불투명한 벽'처럼 작용하여 광학적 두께를 두껍게 만듭니다. 때문에 지표면과 대기 하층부에서 많이 나오는 광자는 대기권 최상단에 도달할 가능성이 작습니다.
이런 이유로 지구 밖으로 빠져나가는 장파 복사가 발생하는 유효 높이는 높아져 유효 방출 높이는 대류권 내에 위치하게 되고, 대류권은 온도가 낮으므로 대기권 최상단에서 빠져나가는 장파 복사는 감소합니다.
동시에 온실 기체 농도의 변화는 지표로 향하는 하향 플럭스(역복사(Back Radiation))의 유효 방출 높이를 오히려 낮추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광학적으로 더욱 짙어진 대기 덕분에 지표면은 더 가까운(낮은) 고도의 대기로부터 직접적인 복사 에너지를 받게 됩니다. 대류권의 하층부는 상층부보다 온도가 월등히 높으므로, 지표면은 고온의 대기층으로부터 더 강력한 에너지를 전달받아 온도가 상승하게 됩니다.
이처럼 대류권과 지표면을 오가는 온실 기체와 광자 간 상호 작용 결과 온도 상승을 일으키는 것이 지구 온난화입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수증기 되먹임입니다. 수증기는 $CO_2$ 같은 온실 기체와 달리 대기 중에 몇 주 동안 짧게 머무르며 지구 표면(바다)에서 증발을 통해 빠르게 대기로 들어왔다가 응축과 강수를 통해 대기에서 빠져나갑니다. 이때 온도가 상승하면 포화 수증기압이 증가하고, 그 결과 대기 중 수증기 농도가 증가합니다. 수증기는 강력한 온실기체이므로 이는 추가적인 온난화를 유발합니다. 이것이 '수증기 되먹임' 현상입니다.
이러한 공기의 포화 증기압은 지표면의 온도를 따뜻하게 하여 물을 더 증발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물이 증발하면 강수율이 증가해 장기적으로 대기의 수분 균형을 충족하게 됩니다. 이것이 지구 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평균 증발률과 강수율이 같은 크기로 증가하는 주된 이유가 됩니다.
온실 효과는 지구 표면을 따뜻하고 거주 가능한 기후로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대기 중 $CO_2$ 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지구 표면의 온도가 상승하고 지구의 물 순환이 빨라집니다.
이처럼 $CO_2$ 농도 증가 → 지표면 온도 상승 → 지구 온난화 → (되먹임) → 물순환 변화 → 홍수, 가뭄 등의 물 가용성 변화의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며 그 연구 모형이 바로 기후변화 모형(3차원 대기 대순환 모형(GCM))입니다.
하지만 모든 역사가 그러하듯 대기 대순환 모형(GCM)도 초기 연구들을 개선한 것이었습니다.
기후 모형의 초기 연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CO_2$) 농도 변화가 지표면 온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량적으로 추정하려는 연구는 1894년 스웨덴의 스반테 아레니우스부터 출발합니다.
아레니우스는 대기 중 $CO_2$ 농도가 2~3배 증가하면 지표 평균 기온이 빙기와 간빙기 차이에 필적할 만큼 변할 수 있다고 추측했습니다 . 그는 위도와 계절을 구분해 대기와 지표면 각각의 열평형 방정식을 세웠습니다. 대기에서는 장파 복사의 방출·흡수, 태양 복사 흡수, 현열 및 잠열의 알짜 상향 플럭스, 그리고 자오선 방향 열수송이 균형을 이룬다고 보았습니다. 지표면의 열용량이 0이고, 모든 복사 열에너지를 현열(sensible heat) 및 잠열(latent heat)의 형태로 다시 지표면으로 하향 플럭스(역복사)한다고 암묵적으로 가정 하면, 지표면에서는 장파 복사, 태양 복사, 그리고 대기로 향하는 열 플럭스가 균형을 이룬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수증기 양의 되먹임과 눈·얼음 알베도 감소에 따른 되먹임을 반복 계산에 포함했습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지표면과 대기의 온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열이 지표면에서 대기 위쪽으로 이동하거나, 대기 층 사이에서 수직으로 전달되는 흐름(연직 열 플럭스가)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여 계산을 단순화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아레니우스는 $CO_2$ 농도가 두 배로 증가하면 지구 평균 기온이 $5\sim 6°C$ 상승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이 값은 오늘날 기후 민감도 범위 바깥 위쪽에 있으며, 그 원인은 당시 사용한 $CO_2$ 흡수율이 실제보다 약 2.5배 크게 추정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 온실 기체의 흡수 스펙트럼 자료의 한계와 수증기의 흡수 대역과 $CO_2$ 흡수 대역이 겹치는 부분에서 $CO_2$의 흡수율 추정에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의 $CO_2$ 흡수율 데이터를 적용해 다시 계산하면 온도 상승 폭은 약 $2°C$ 정도로 나타나며, 이는 현대의 1차원 기후 모형 민감도와 유사한 수준입니다. 아레니우스의 연구는 빙기-간빙기 기후 변화뿐만 아니라 현재 일어나고 있는 지구 온난화와도 관련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에드워드 올슨 헐버트는 대기의 연직 구조를 고려한 복사-대류 모형을 도입했습니다. 그는 대류권과 성층권을 구분해 온도의 연직 분포를 계산했고, $CO_2$ 농도 두 배 증가 시 약 $4°C$ 상승값을 얻었습니다 . 수증기 되먹임을 포함하면 약 $6°C$까지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아레니우스 연구의 자연스러운 확장이었으나, 이후 등장한 캘린더의 단순 접근법에 밀려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1938년 가이 스튜어트 캘런더는 "인간의 활동이 이 거대한 규모의 현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그는 지표면의 복사 열 균형만을 기반으로 하는 매우 간단한 모형을 세워, $CO_2$ 증가가 장파 복사의 하향 플럭스를 강화하고 이를 보상하기 위해 표면 온도가 상승해야 한다고 계산했습니다. 그의 결과는 $CO_2$ 두 배 증가 시 약 $2°C$ 상승이었습니다 . 이 값은 아레니우스 것보다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였지만, 20세기 초반까지 수십 년 동안 일어난 평균 지표면 온도 상승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복사-대류 모형(1차원 모형)으로 가는 길목에서
이후 여러 연구자들이 흡수율과 구름 효과를 반영해 값을 재계산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지표면에서 대기로 전달되는 현열(대류: 공기의 움직임으로 전달되는 열)과 잠열(증발: 수증기 증발로 전달되는 열) 플럭스를 고정한다고 가정한 단순화에서 비롯된 구조적 한계 때문에 수증기 되먹임을 포함하면 계산이 불안정해지는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결국 현열과 잠열의 상향 플럭스가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흡수율 데이터의 보정만으로는 현대 기후의 복잡한 역학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초기의 연구자들은 지표면 온도가 상승하더라도 대기로 전달되는 현열과 잠열의 상향 플럭스는 고정되어 있다고 가정했습니다. 하지만 대기 중 $CO_2$ 농도의 증가에 따라 지표면에서 장파 복사의 하향 플럭스가 증가하면 지표면의 온도가 상승하며, 따라서 대기로 들어가는 현열과 잠열의 상향 플럭스가 증가합니다.
이러한 모순은 기후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단순히 '지표면'의 복사 에너지 균형만을 따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아레니우스가 비록 흡수율 데이터는 부정확했고, 현열과 잠열의 상향 플럭스가 변하지 않는다고 잘못 가정했지만, 그의 모형에서는 대기의 연직 온도 기울기[연직 감률(lapse rate): 고도에 따른 온도 변화율]가 증가할 수 있다고 본 것은 오히려 현대적 모형에 더 가까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에너지 이동량(플럭스)'은 억지로 고정해 두었지만, '에너지 결과값(온도)'은 위아래가 다르게 변할 수 있게 설계함으로써 기후 민감도를 산출해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연직 온도 기울기가 커지면 지표면에서 장파 복사의 알짜 상향 플럭스를 증가시켜 $CO_2$와 수증기의 증가로 인한 하향 플럭스의 증가를 보상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반면에 캘런더 모형에서는 "열 플럭스"도 고정하고, "대기와 지표면의 온도 차이(온도 기울기)"까지도 고정해 버렸습니다. 모든 것을 고정하니 $CO_2$가 늘어나도 온도가 제대로 변하지 못하고, 이러한 물리적 연동을 무시한 결과, 대기 중 $CO_2$가 2배 증가할 때 오히려 지표면이 $6°C$나 급격히 냉각된다는 수학적 오류에 빠졌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저자들은, 기후 모형은 지표면과 대기 사이의 열 교환을 계산하는 모형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결론짓습니다. 그것은 헐버트의 '복사-대류 모형'을 개선하는 것이었습니다. 모형은 온실 기체 흡수율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대기의 연직 구조, 대류, 그리고 되먹임 과정을 함께 고려하여 복사열 전달을 안정적으로 추정하여 현대 기후 과학의 초석인 '기후 민감도'의 신뢰할 만한 수치를 얻는 것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마나베 슈쿠로가 개발한 복사-대류 모형의 구조를 탐구해 보겠습니다.(2편에서 계속)(끝)
다음 글 👉 [기후의 과학 ②] 1차원 복사-대류 평형 모형
"이 연재는 마나베 슈쿠로와 앤서니 브로콜리의 저서 『기후의 과학』를 소개하는
동심헌(童心軒)의 기획 시리즈입니다."
🔖 주(註)
1) 태양 복사 에너지 유입량 $341.3 \text{ W/m}^2$이 도출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태양 표면에서 방출된 에너지가 지구 궤도에 도달했을 때의 단위 면적당 에너지(태양 상수)를 구해야 합니다.
$$S_0 = \sigma T^4 \times \left( \frac{R_{sun}}{d} \right)^2$$
• $\sigma$(슈테판-볼츠만 상수): $5.67 \times 10^{-8} \text{ W m}^{-2} \text{
K}^{-4}$
• $T$ (태양 표면 온도): 약 $5,778 \text{ K}$
• $ R_{sun}$ (태양 반경): 약 $6.96 \times 10^8 \text{ m}$
• $d$ (지구와 태양 사이의 평균 거리): 약 $1.496 \times 10^{11} \text{ m}$
이 식에 수치를 대입하면 $S_0 \approx 1,365 \sim 1,366 \text{ W/m}^2$라는 태양 상수 값이 산출됩니다.
이제 지구 평균 유입량($341.3 \text{ W/m}^2$)을 도출해보겠습니다.
태양광은 지구의 한쪽 면(원형 단면)에 수직으로 들어오지만, 지구는 자전하며 구형의 전체 표면적에 에너지를 분산시킵니다. 따라서 실제 지구 전체 평균 유입량($I_{avg}$)은 다음과 같이 계산됩니다.
$$I_{avg} = \frac{S_0 \times \pi R_{earth}^2}{4 \pi R_{earth}^2} =
\frac{S_0}{4}$$
여기서 태양 빛을 받는 면적($\pi R^2$)을 지구 전체 구 표면적($4 \pi R^2$)으로
나누면,
$1,365.2 \text{ W/m}^2 \div 4 = \mathbf{341.3 \text{ W/m}^2}$이 됩니다.
이렇게 산출된 $341.3 \text{ W/m}^2$은 '태양 복사 에너지 총량'의 기점이 됩니다.
위키피디아
2) 지구의 유효 방출 온도인 $-18.7^\circ\text{C}$는 지구가 흡수한 태양 에너지와 지구가 방출하는 복사 에너지가 완벽하게 균형을 이룬다는 가정하에 슈테판-볼츠만 법칙을 역으로 계산하여 도출됩니다.
우선, 유입 에너지($E_{abs}$)를 산출하여야 합니다. 이는 태양 유입 에너지($341.3 \text{ W/m}^2$)에서 반사되는 양(알베도 $\alpha \approx 0.3$)을 제외한 알짜 흡수량입니다. $E_{abs} = 341.3 \times (1 - 0.3) \approx 238.9 \text{ W/m}^2$
방출 에너지($E_{out}$)는 슈테판-볼츠만 법칙에 따라 온도의 4제곱에 비례하여 방출됩니다.
$$E_{out} = \sigma T_e^4$$
• $\sigma$ (상수): $5.67 \times 10^{-8} \text{ W m}^{-2} \text{ K}^{-4}$
• $T_e$: 지구의 유효 방출 온도 (절대 온도 K)
위 두 식을 결합하면 다음과 같이 산출됩니다.
$$T_e^4 = \frac{238.9}{5.67 \times 10^{-8}}$$
$$T_e = \sqrt[4]{238.9 / (5.6703 \times 10^{-8})} \approx \mathbf{254.45 K}$$
이를 섭씨 온도로 변환하면 $254.45 - 273.15 = \mathbf{-18.7^\circ\text{C}}$이 됩니다.
위키피디아(평행온도)
지구온난화시리즈 6편 주8)
3) 지구 평균 기온인 $14.5^\circ\text{C}$를 기준으로 지구가 표면에서 방출하는 복사 에너지를 계산해 보겠습니다. 이 계산도 슈테판-볼츠만 법칙을 사용합니다.
방출 에너지($E_{out}$)는 슈테판-볼츠만 법칙에 따라 온도의 4제곱에 비례하여 방출됩니다. 방출률은 지구가 완벽한 검은 물체(흑체)로 가정하면 $1$입니다.(실제 지구 표면은 약 $0.9$~$0.98$ 사이이나, 이론적 계산을 위해 $1$로 설정합니다.)
$$E_{out} = \sigma T_e^4$$
$(T_e^4): 14.5^\circ\text{C} + 273.15 = 287.65K$
스테판-볼츠만 상수 ($\sigma$): $5.67 \times 10^{-8} \text{
W/m}^2\cdot\text{K}^4$
공식에 수치를 대입합니다.
$$E_{out} = (5.67 \times 10^{-8}) \times (287.65)^4$$
$287.65$의 4제곱을 먼저 계산합니다: 엑셀에서 "=287.65^4을 입력하면
"6,846,325,029.663"이 나옵니다.
상수를 곱합니다: 엑셀에서 "=5.67e-8*6,846,325,029.663"을 입력하면
결과값은 $E_{out}= \approx 388.2 \text{ W/m}^2$가 됩니다.
그러나 『기후의 과학』에는 $389\text{ W/m}^2$로 되어 있습니다. 이는 섭씨온도 $14.5^\circ\text{C}$를 절대온도($K$)로 변환할 때 반올림하여 $288K$로 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태양과 지표면 간 '복사 에너지 예산 수지표'는 다음과 같이 구성할 수 있습니다.
만약 대기가 없다면 이 에너지는 모두 우주로 빠져나가 지구는 꽁꽁 얼어붙게 됩니다($-18.7°C$). 하지만 온실가스가 상향 플럭스, $389\text{ W/m}^2$ 중 상당량을 붙잡아 다시 지표로 돌려보내기 때문에 지금의 따뜻한 $14.5°C$가 유지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방출률이 아니고 역복사(Back Radiation)의 양입니다. 대기 중 온실 기체 농도가 증가할수록 역복사율도 비례하여 올라갑니다.
현대 기후 물리학은 인공위성(CERES 등)을 통해 지구 밖으로 나가는 복사 에너지를 측정하고, 지상의 관측소(BSRN)를 통해 지표면의 복사량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는데 대기가 다시 지표로 방출하는 역복사는 약 $340\text{ W/m}^2$으로 관측되었습니다.
만약 지구 온도가 $16°C(289.15K$)로 오르면 에너지는 약 $396.34\text{ W/m}^2$ 가 되고 역복사의 양도 비례하여 증가한다면 단 $1.5°C$ 차이에도 지구 전체 면적에 걸쳐 매초 $7.34\text{ W/m}^2(396.34-389)$라는 엄청난 추가 에너지가 시스템 내부에 축적되거나 소용돌이치게 되는 것입니다.
지표면의 모든 면적($1\text{ m}^2$)에 $7.34\text{ W/m}^2$의 에너지가 쌓인다는 것은 수치상으로는 미미해 보일지 모르나, 지구 전체 면적으로 환산하는 순간 '인류 문명이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폭주'로 변합니다. 지구 전체 면적(약 $5.1 \times 10^{14}\text{ m}^2$)을 곱하면 총 추가 에너지는 약 $3.74 \times 10^{15}\text{ W}$에 달합니다.
지구 전체 면적(약 $5.1 \times 10^{14} \text{ m}^2$)을 곱하면, 총 추가 에너지는 약 $3.74 \times 10^{15} \text{ W}$ ($3,740TW$(테라와트, $10^{12}$))에 달합니다. 이를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수치로 치환해 보겠습니다.
※ 아래 계산에 사용된 기후 에너지 수치는 NASA Earth Energy Budget, NIST Stefan–Boltzmann constant, IPCC AR6, NASA CERES, IEA World Energy Statistics 등의 자료를 기반으로 합니다.
지구 전체를 뒤덮은 취사 중인 밥솥일반적인 4인용 전기밥솥의 취사 시 소비전력은 약 700W~1,000W입니다. $1\text{m}^2$당 $7.34\text{W}$의 에너지는, 약 $100\text{m}^2$(약 30평) 집 한 채당 734W의 열기가 매초 공급되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전 세계 모든 가구의 거실 한복판에서 대형 전기밥솥이 24시간 내내 '취사' 모드로 돌아가며 열기를 뿜어내고 있는 상태입니다. 지구는 이 넘치는 열기를 식히지 못하고, 스스로를 거대한 찜통 속에 가두고 있습니다.
초단위로 터지는 히로시마급 폭탄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리틀 보이'의 에너지는 약 $6.3 \times 10^{13} \text{J}$입니다. 지구에 매초 쌓이는 총 에너지($3.74 \times 10^{15} \text{ J/s}$)를 원폭 에너지로 나눕니다.
지구 시스템에는 매초 약 60발의 원자폭탄이 터지는 것과 맞먹는 에너지가 축적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글을 읽는 10초 동안, 지구는 600발의 원폭 에너지를 추가로 흡수한 것입니다.
인류 전체 소비량의 수백 배2023년 기준 전 세계 연간 에너지 소비량은 약 $6 \times 10^{20} \text{J}$ 수준입니다. $7.34 \text{ W/m}^2$의 에너지가 하루만 축적되어도 약 $3.2 \times 10^{20} \text{J}$이 됩니다.
지구 시스템에 쌓이는 이틀 치의 추가 에너지는 인류가 전 세계에서 1년 동안 쓰는 석유, 석탄, 전기를 모두 합친 양보다 많습니다. 인류가 문명을 유지하기 위해 쓰는 에너지는 지구가 감당하는 기후적 '변수'에 비하면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지만, 그 작은 변수가 $T^4$라는 물리 상수를 건드려 거대한 에너지의 역류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인류는 지난 $100$년 간 자연이라는 '거대한 은행'에서 에너지를 무상으로 빌려썼으나, 이제 갚아야 할 이자가 $7.34 \text{ W/m}^2$라는 감당할 수 없는 복리로 돌아와 지구 시스템 전체가 '열역학적 파산'에 이를 정도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