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귀도 토넬리의 저서 『제네시스』(2024)를 소개하는 기획 시리즈 중 마지막 글로, 토넬리가 설정한 '7일간의 시간표' 중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마지막 장입니다.
우리 은하의 심장부에 숨겨진 초대질량 블랙홀의 정체와 우주 가속기 블레이자가 쏘아 올린 중성미자의 비밀을 '다중 신호 천문학'의 관점에서 추적합니다.
46억 년 전, 혼돈의 소용돌이를 뚫고 태양계라는 정교한 시스템이 안착하며 지구라는 '운 좋은 행성'이 태어나는 과정을 간략하게 그렸습니다.
귀도 토넬리의 저서를 중심으로 138억 년의 우주 역사를 비전문가의 솜씨로 개념의 혼돈 속에 서툴게 기록하였습니다.
2025년 1월, NASA의 허블 우주 망원경은 이웃한 안드로메다 은하의 파노라마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이 거대하고 다채로운 은하의 모습을 완성하는 데는 10년 이상이 걸렸으며, 600장이 넘는 허블 사진을 겹쳐 붙이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이 은하는 우리에게 매우 가까워 각 크기가 보름달의 겉보기 지름의 6배에 달합니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서는 맨눈으로도 쉽게 관측할 수 있습니다. 허블 망원경이 이처럼 방대한 천체를 포착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 놀랍고 다채로운 모자이크 이미지는 2억 개의 별빛을 담아냈습니다. 이는 안드로메다 은하에 있는 별들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약 25억 개의 픽셀에 걸쳐 별들이 흩어져 있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자세히 관측된 별들을 통해 천문학자들은 작은 위성 은하들과의 병합을 포함한 안드로메다 은하의 과거 역사를 밝혀낼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https://science.nasa.gov/mission/hubble/science/explore-the-night-sky/hubble-messier-catalog/messier-31/)은하(Galaxy)의 탄생과 초대질량 블랙홀의 비밀
별 하나가 죽을 때마다, 그 별을 둘러싸고 있던 이온화된 수소와 헬륨의 구름은 초신성 폭발과 항성풍에 의해 무거운 원소로 점점 풍부해졌습니다. 이렇게 생성된 탄소, 산소, 규소와 같은 원소들은 가스와 먼지의 형태로 주변 공간에 퍼졌고, 거대한 성운을 이루며 우주에 흩뿌려졌습니다. 이 성운들은 다시 붕괴하여, 질량은 작지만 수명이 긴 새로운 세대의 별들을 낳았습니다.
이 시점부터 우주는 본격적으로 구조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암흑물질은 보통 물질보다 먼저 중력적으로 뭉쳐 거대한 암흑물질 헤일로를 형성했고, 그 중력 우물 속으로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진 보통 물질의 가스가 서서히 떨어져 들어갔습니다. 밀도가 증가한 영역에서는 중력이 열압력을 점차 압도했고, 가스 구름은 불안정해지며 붕괴를 시작해 원시 은하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가스가 압축되면서 온도는 상승했지만, 충격 가열과 복사 냉각이 경쟁하는 과정 속에서 일부 가스는 에너지를 방출하며 다시 식을 수 있었습니다. 이 냉각이 가능해진 것은 이전 세대 별들이 남긴 무거운 원소 덕분이었습니다. 냉각된 가스는 암흑물질 헤일로의 중심부로 더욱 집중되었고, 그곳에서 밀도는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물질이 곧바로 중심으로 붕괴하지는 않았습니다. 각운동량 보존 법칙은 가스와 별들이 중심점으로 직선 낙하하는 것을 막았습니다. 대신 물질은 중심핵을 둘러싸고 점차 회전하며 납작한 구조를 이루었고, 허리케인을 닮은 거대한 소용돌이, 즉 회전 원반이 형성되었습니다. 이 원반 내부에서 별 생성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며, 하나의 은하가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별들은 1세대 초대질량성 별들보다 질량이 작고 훨씬 안정적이었으며, 이 별들의 집단이 최초의 은하를 구성했습니다. 은하는 고립된 섬이 아니라, 암흑물질로 이루어진 필라멘트 구조를 따라 서로 연결된 거대한 우주 거미줄 속에서 성장했습니다. 은하의 형성은 단일 사건이 아니라, 중력과 냉각, 회전과 병합이 수억 년에 걸쳐 반복된 결과였습니다.
은하의 구조
은하수는 거대한 암흑 물질인 헤일로(Galactic Halo, 아래 그림 참조)에 의해 뭉쳐진 별, 먼지, 가스의 집합체입니다. 그것은 거대한 나선은하로, 새로 형성된 별들이 모인 거대한 우주 바람개비입니다. 그 속에는 2,000억 개 이상의 별들이 들어 있으며 모든 것이 밀도가 높은 중앙 지역을 중심으로 회전합니다. 중심부에서는 물질이 집중되어 밀도가 일정한 일종의 막대가 형성되기 때문에 막대나선은하로 분류됩니다.
태양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질수록 행성의 속도가 감소하는 태양계와 달리 은하수에서는 모든 것이 거의 동일하게 초속 200km, 시속 70만km의 속도로 은하핵 주위를 공전합니다.
먼지, 가스, 별, 즉 눈에 보이는 물질은 지름 약 10만 광년, 두께 약 2,000광년의 평평한 원반 위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우리 태양은 자신의 행성들을 이끌고 은하 중심에서 약 2만 6,000광년 떨어진 곳에서 궤도를 돌고 있으며, 한 번 공전하는 데 2억 년 이상 걸립니다. 태양이 은하 중심을 한 바퀴 도는 2억 년 이상의 시간은 천문학 용어로'은하년(Galactic Year)'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은하의 실질적인 주인은 따로 있습니다. 직경 약 100만 광년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구형 암흑 물질 헤일로가 은하 전체를 감싸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 질량의 약 90%를 차지하는 이 보이지 않는 구름은 강력한 중력적 지지대가 되어 은하의 물리적 균형을 유지합니다.

NASA가 제공한 우리 은하의 은하수 모습입니다. 은하 전체를 감싸고 있는 전체 구형 영역이 바로 헤일로입니다.
(이미지: https://science.nasa.gov/universe/galaxies/)은하, 은하단, 그리고 충돌
최초의 은하는 빅뱅 후 5억 년이 지나고 형성되기 시작하여 30억~40억 년 후까지 계속되었고, 그 뒤에도 수십억 년 동안 작은 은하들이 계속 만들어졌습니다.
우리 은하는 평균보다 훨씬 크지만, 우주에는 우리 은하를 우습게 보이는 진짜 괴물들이 존재합니다. 그중 하나가 IC1101로, 100조 개 이상의 별을 포함하고 지름이 600만 광년인 초거대 은하입니다. 우리 은하의 지름은 약 10~12만 광년입니다.
은하는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우리 은하의 형태인 나선은하와 타원은하가 전체 90%를 차지합니다. 작은 은하들 중에는 펭귄을 닮거나 알파벳 모양을 한 독특한 형태도 존재하는데, 이는 대부분 은하 간의 역동적인 충돌로 인해 빚어진 결과물입니다.
우리 은하와 가장 가까운 은하는 안드로메다 은하입니다.
하지만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는 서로 충돌하는 경로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사이의 거리는 250만 광년으로 상당히 멀지만, 시속 40만km로 서로를 향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속도면 50억 년에서 60억 년 안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충돌 후 하나의 거대한 구조가 만들어지고 이 또한 나중에는 새로운 거대한 응집체와 합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귀도 토넬리만의 주장인 것은 아닙니다. 과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국부은하군은 수십 개의 은하로 구성되고, 은하의 수가 100개를 넘으면 은하군이라고 하지 않고 은하단이라고 합니다. 은하는 은하군->은하단-->초은하단의 계층적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 은하가 속한 국부은하군은, 약 5만 개의 은하를 포함하는 거대한 시스템인 처녀자리 초은하단의 일부입니다.
궁수자리 $A^{*}$
우리 은하 중심에는 태양보다 400만 배가 무거운, 보이지 않는 거대한 물체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궁수자리 $A^{*}$였습니다. 우리 은하의 가장 깊고 어두운 중심에 괴물이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궁수자리 $A^{*}$는 엄청난 질량을 가진 블랙홀로,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 약 1,200만km에 달합니다.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은 태양 질량($M_\odot$)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태양 질량 1배당 반지름은 약 3km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작은 항성 블랙홀'은 반지름이 대략 10km에서 30km 사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궁수자리 $A^{*}$는 엄청난 크기의 블랙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극한 조건에서 물질이 상호작용하는 험한 지역인 초대 질량 블랙홀인 궁수자리 $A^{*}$에 대한 연구는, 귀도 토넬리에 따르면, 아직 알지 못하는 매우 중요한 것들을 이해하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아직 알지 못하는 매우 중요한 것들"은 현대 물리학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핵심적인 난제들을 의미합니다.
첫째, 양자 중력의 수수께끼현재 물리학은 거시 세계를 설명하는 일반상대성이론과 미시 세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러나 블랙홀 중심부처럼 중력이 극단적으로 강해지는 영역에서는 이 두 이론이 서로 양립하지 않습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특이점에서 물리량이 무한대로 발산한다고 예측하지만, 양자역학은 그러한 무한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는 "시공간은 연속적인가, 아니면 양자화된 알갱이인가? 블랙홀 내부에서 정보는 정말 사라지는가(정보 역설)?"라는 질문으로 연결됩니다.
궁수자리 $A^*$의 사건의 지평선 근처를 관측함으로써, 이 두 이론을 통합할 새로운 물리 이론의 단서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은하의 형성과 진화의 메커니즘천문학자들은 대부분의 은하 중심에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블랙홀과 은하 중 무엇이 먼저 형성되었는지는 여전히 열린 문제입니다.
궁수자리 $A^*$는 주변 별들의 궤도와 가스 흐름에 강한 중력적 영향을 미치며, 이를 통해 우리 은하의 질량 분포와 형성 역사를 추적할 수 있게 합니다.
셋째, 암흑 물질과 미지의 물리 현상은하 중심부는 중력이 가장 강한 영역이므로, 암흑물질의 분포를 시험하기에 중요한 장소입니다. 만약 실제 관측된 시공간 왜곡이 일반상대성이론의 예측과 미세하게라도 어긋난다면, 이는 암흑물질의 '성질'이나 '수정 중력 이론'을 지지하는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넷째, 정보 역설)양자역학은 정보가 결코 소멸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고전적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블랙홀로 떨어진 정보는 외부에서 영원히 접근할 수 없습니다.
'호킹 복사'는 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궁수자리 $A^*$의 '사건의 지평선'을 관측하면, 이 정보 역설에 대한 실마리를 간접적으로 얻을 수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섯째, 시공간의 기하학적 왜곡궁수자리 $A^*$ 주변에서는 빛조차 강한 중력에 의해 휘어지며, 불안정한 궤도를 따라 고리 모양 구조를 형성합니다. 이 ‘광자 고리’의 형태는 일반상대성이론의 예측과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관측 대상이며, 만약 체계적인 편차가 확인된다면 이는 새로운 물리 법칙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결론궁수자리 $A^*$는 우리 은하의 중심에 있어 가장 정밀한 관측이 가능한 블랙홀입니다.
궁수자리 $A^*$는 단순히 무서운 천체가 아닙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을 시험하고, 시공간 왜곡이 심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연구하기에 이상적인 실험실입니다.
2022년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 협력단 - 20개 이상 나라와 지역에서 활동하는 300명 이상 연구자와 기술자가 참여하는 국제 협력 커뮤니티 - 이 발표한 궁수자리 $A^*$의 그림자 이미지 크기와 형태, 사건의 지평선의 존재, 강한 중력에서의 빛의 휘어짐 등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옳았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여전히 이 블랙홀에 매달리는 이유는, 그 경계면에서 발생하는 제트(Jet)의 분출 원리나 강착 원반의 역학이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은하의 중심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시험하고, 시공간 왜곡이 심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연구하기에 이상적인 실험실입니다. 이 실험실에서 우리가 정보를 얻어내는 순간, 인류는 뉴턴과 아인슈타인을 넘어선 새로운 물리 법칙의 시대로 진입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본 이미지의 일부 라벨(사건의 지평선, 특이점, 광자구 등)은 직접 관측된 구조가 아니라, 관측된 빛의 분포를 바탕으로 이론적으로 정의된 개념적 위치를 나타냅니다.
[관측 가능한 구조]
• 강착 원반(Accretion Disk): 블랙홀 주변을 회전하는 고온 플라즈마
• 도플러 빔(Doppler Beaming): 관측자 방향으로 접근하는 물질이 더 밝게 보이는 상대론적 효과
• 사건의 지평선 그림자(Event Horizon Shadow): 광자가 포획되며 생기는 암영 영역
• 상대론적 제트(Relativistic Jet): 중력 렌즈로 보이는 원반의 후면 이미지
[개념적 구조 – 직접 관측 불가]
•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 빛이 탈출할 수 없는 시공간의 경계
• 특이점(Singularity): 곡률이 무한대로 발산하는 이론적 한계점
• 광자구(Photon Sphere): 광자가 불안정 궤도를 도는 수학적 반지름
• 코로나(Corona): X선을 방출하는 고온 전자 구름
초대질량 블랙홀
우리 은하 중심의 궁수자리 $A^*$는 태양 질량의 수백만 배에 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지만, 처녀자리 은하 NGC-4261 중심에 자리한 태양 질량 약 12억 배의 블랙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그렇다고 초대질량 블랙홀의 ‘질량 크기’가 곧 ‘폭력성’이나 ‘위험성’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질량이 클수록 블랙홀의 평균 밀도는 오히려 낮아지고, 사건의 지평선 근처에서의 기조력도 약해진다는 것이 일반상대성이론의 직접적 결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대질량 블랙홀은 우주에서 가장 에너지가 큰 몇 가지 현상의 근원입니다.
그 대표적 현상이 퀘이사입니다. 퀘이사는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이 풍부한 연료를 공급받을 때 형성되는 극단적으로 밝은 광원으로, 우리 은하 2,000억 개의 별에서 방출하는 빛보다 더 밝은 ‘검은 별’입니다. 이때 이 별은 블랙홀 자체가 빛나는 것이 아니라, 강착원반에서 중력 에너지가 열과 복사 에너지로 전환됩니다.
연료가 풍부해지면 퀘이사는 활동성 은하핵 상태로 전이합니다. 이 과정에서 물질은 강착원반에서 수백만 도까지 가열되고, 이 과정에서 이온화된 물질과 강력한 자기장이 상호작용하며 '상대론적 제트'를 발사합니다. 특히 이 제트가 지구 방향을 향할 때 이를 블레이자라고 부릅니다. 이 제트는 수만~수백만 광년에 이르며, 인류가 관측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우주 규모의 입자 가속기에 해당합니다.
블레이자는 강한 전자기 복사를 방출하고,상대론적 속도에 따른 도플러 증폭 때문에 극단적 변광성을 보입니다. 밝기가 시간에 따라 달라지므로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우리 은하에 속하는 변광성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정확한 관측을 통해 그것은 9억 광년 떨어진 은하로 밝혀졌습니다.
퀘이사, 블레이자 및 활동성 은하핵은 일반적으로 우주에서 매우 드문 현상이지만 오래된 은하에서는 발생할 비율이 높습니다. 이는 활동성 은하핵이 초기 은하의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이 주장을 증명하듯 확인된 가장 오래된 퀘이사는 빅뱅 이후 7억 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요컨대, 퀘이사는 최초의 우주 거대구조에 이미 존재했지만 그 정점은 약 100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그 이후에는 비율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필요한 연료가 점진적으로 고갈되는 메커니즘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연료가 고갈된 경우, 블랙홀은 강착 원반의 성장은 멈추고 과정이 종료되며 중력적 존재로만 조용히 남아 외부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우리 은하와 같은 많은 대형 은하가 거대한 블랙홀을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동성 핵이 없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물질이 충분히 남아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안드로메다와 충돌하지 않는 한 안심하고 잠들 수 있습니다.
결국, 많은 은하의 중심에 있는 이 ‘게걸스러운 괴물’의 역할은 전체적인 역학 관계에서 필수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거대 블랙홀은 위대한 파괴자이자 위대한 창조자입니다. 파괴와 창조를 만들어내는 시바 신의 춤처럼, 블랙홀의 역동적인 에너지는 은하의 구조를 형성하고 별들이 안정적으로 공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줌으로써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이 이중적 역할 속에서, 태양보다 질량이 수백만 배 또는 수십억 배 더 큰 블랙홀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이해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 시작점은 무엇일까요? 원시 가스의 거대 성운이 뭉쳐 형성된 '쿼시 별(Quasi-star)'의 붕괴나 빅뱅 후 1초도 지나지 않아 원시 블랙홀이 생겼다는 가설이 제시됩니다. 이는 갓 태어난 우주의 엄청난 밀도 변동 때문에 물질의 막대한 부분에서 중력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거대 구조물들은 여전히 현대 천문학의 가장 깊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궁수자리 $A^*$보다 훨씬 거대한 블랙홀들은 작은 블랙홀보다 온순한 중력 특성을 가지면서도, 충분한 연료가 주어질 때 우주에서 가장 격렬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을 보입니다. 이들은 은하를 파괴하기도, 형성하기도 하며, 우주의 진화에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오리온의 화살: 중성미자가 밝힌 우주 가속기의 비밀
100년의 미스터리: 우주 방사선의 기원1912년 발견 이후, 지구로 쏟아지는 초고에너지 하전입자인 우주 방사선의 근원은 베일에 싸여 있었습니다. 인류가 만든 가장 강력한 가속기인 LHC(Large Hadron Collider, 대형 강입자 충돌기)보다 수억 배나 강한 에너지를 생성하는 '우주 가속기'를 찾기 위해 과학자들은 보이지 않는 전령사인 중성미자에 주목했습니다.
남극의 거대한 눈, '아이스큐브(IceCube)'질량이 거의 없고 전하가 없어 직진하는 중성미자를 포착하기 위해 남극의 맑은 얼음 속에 $1km^3$ 크기의 거대 검출기가 설치되었습니다.
중성미자가 얼음 속 원자핵과 충돌할 때 발생하는 뮤온이 빛보다 빠르게 이동하며 방출하는 푸른 자외선 섬광을 포착합니다. 이는 마치 전투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 발생하는 소닉붐의 광학적 버전과 같습니다. 이 효과는 1950년대에 파벨 체렌코프(Pavel Cherenkov)에 의해 처음 기록되었으며, 그의 이름을 따서 체렌코프 효과라고 명명되었습니다.
'텍사스 소스(TXS 0506+056)'가 쏜 화살
2017년 9월 22일, 아이스큐브는 $300TeV$라는 무시무시한 에너지를 가진 중성미자를 감지했습니다. 이 '가느다란 화살'의 궤적을 추적한 결과, 약 40억 광년 떨어져 북쪽 하늘에서 빛나는 오리온자리 인근에 위치한 TXS 0506+056 은하가 범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물리학자들은 복잡한 이름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 은하의 이름은 간단한 ‘텍사스 소스’로 곧 바뀌었습니다.
경보를 받은 전 세계 관측소들은 즉각 해당 방향을 관측했고, 그 직후 동일한 천체에서 고에너지 감마선이 검출되었습니다. 이는 FERMI 감마선 우주 관측소와 라팔마 섬의 MAGIC에서 독립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FERMI와 MAGIC 망원경이 동일한 지점에서 중성미자와 감마선을 포착함으로써 이 천체가 입자를 가속하는 원천임을 확증했습니다. 이는 다중 신호 천문학의 또 다른 성공 사례입니다.
블레이자: 우주 최강의 양성자 가속기'텍사스 소스'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수억 배에 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습니다. 이 괴물의 질량은 커다란 강착 원반과 두 개의 거대한 극 제트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이 중 하나는 지구 쪽을 향하고 있는 블레이자입니다.
중성미자와 감마선이 동시에 관측되었다는 것은 거대 블랙홀이 양성자를 광속에 가깝게 가속시키는 '우주판 LHC'임을 증명하는 결정적 근거입니다.
결론오리온의 사냥개 시리우스가 울부짖는 밤하늘 너머, 40억 광년 떨어진 은하의 블랙홀은 우리에게 중성미자라는 '가느다란 화살'을 쏘아 보냈습니다. 인류는 남극의 얼음 아래서 이 화살을 포착함으로써, 거대 블랙홀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에너지를 생성하는 주역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했습니다.
이 발견을 통해 인류는 초고에너지인 우주 방사선의 기원이 초대질량 블랙홀이 구동하는 활동성 은하핵에 있음을 실증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현대 물리학의 오랜 미스터리 하나가 풀리기 시작했음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여섯째 날이 끝났습니다. 처음 40억 년이 지났고 이제 우주는 무수히 많은 은하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중에는 매우 평화롭고 온순한 은하핵을 가진 한 은하가 있습니다.
운이 좋은 행성
궁수자리 $A^*$는 주변의 별과 가스, 먼지를 모두 삼킨 후 평온하고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거대 블랙홀의 강착 원반은 크기가 줄어들었고, 형성 중인 시스템과 별을 뒤흔들며 주변 공간으로 방사되던 상대론적 제트도 점차 사라졌습니다. 국부은하군을 구성하는 가장 가까운 사촌인 안드로메다와 삼각형자리 같은 가까운 거대 은하조차도 위험한 불꽃놀이를 멈췄습니다.
머나먼 은하의 활동성 핵에서 방출되는 감마선은 아주 무해합니다. 이제 은하의 탄생을 특징짓는 일련의 파국에 의해 더 이상 깨지지 않는 평온이 찾아왔습니다. 더 복잡하고 조직화된 체계가 발달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날인 일곱째 날이 시작될 때까지 90억 년 이상이 흘렀습니다. 지난 수십억 년 동안 여러 세대를 이어온 커다란 별들이 초신성처럼 폭발하였고, 이 과정에서 생명의 근원이 되는 탄소(C), 질소(N), 산소(O) 등의 무거운 원소들이 우주 공간에 분자 구름의 형태로 비축되었습니다. 중성자별로 변한 일부 별은 납이나 우라늄 등의 가장 무거운 원소까지 소량 포함하여 구름을 더욱 풍부하게 했습니다.
약 46억 년 전, 오리온 팔의 한 귀퉁이에서 거대한 분자 구름이 자체 중력으로 붕괴하며 태양 성운이 형성되었습니다.
회전하는 성운은 납작한 원반 형태가 되었으며, 각운동량 보존 법칙에 따라 중심부의 질량이 밀집되어 온도가 상승했습니다. 중심 온도가 임계점에 도달하자 수소 핵융합이 시작되며 인류의 어머니 별인 태양이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태양은 주계열성(왜성)으로서 향후 100억 년간 에너지를 공급할 생명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태양 주변의 강착 원반에서는 미행성들의 충돌과 병합이 일어났습니다. 목성, 토성 등 바깥쪽 행성들은 태양풍에 밀려난 가벼운 원소들을 흡수하며 약 10만 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거대한 덩어리를 형성했습니다.
태양과 가까운 내행성(수성, 금성, 지구, 화성)은 태양풍을 견뎌낸 무거운 원소들이 충돌하며 수천만 년에 걸쳐 서서히 응집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력 분화가 일어나 철과 니켈 중심의 액체 금속 코어와 암석 지각이 층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약 45억 년 전에 여덟 개의 행성, 십여 개의 왜행성, 수백 개의 위성, 수천 개의 행성급 이하 규모의 천체, 10만 개 이상의 소행성 등으로 이루어진 고도로 정교한 태양계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여덟 개의 행성 중에는 특히 특권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엄청나게 운이 좋은 행성이 하나 있습니다. 그 행성은 유독 특별한 조건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바로 지구입니다.
지구의 용융된 금속 코어는 자기장을 형성했고, 충분한 질량은 대기를 붙잡아 우주의 위협으로부터 표면을 보호하며 결국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이 만들어집니다. 태양과의 적절한 거리는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하게 했으며, 이는 복잡한 화학 시스템이 생명체로 진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단세포 생물에서 시작된 지구 생명의 역사는 수많은 멸종과 진화의 터널을 지나, 마침내 '상상력'과 '자기의식'을 가진 호모 사피엔스에 도달했습니다. 이로써 138억 년을 달려온 거대한 창세기의 첫 장이 비로소 마침표를 찍습니다.
한눈에 보는 우주의 역사: 7일간의 시간표
아래 표는 본 포스팅 총 4편의 글에 나타난 빅뱅초기부터 인류의 탄생까지 시간대별로 기록한 것입니다. 본 포스팅 제1편 서론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138억 년 우주 진화의 연대기를 '7일간의 창세기'로 비유하여 만든 것입니다. (표 출처: pages 제작)
우주의 대서사시는 여기서 멈추고, 이야기는 이제 우리가 발을 딛고 선 이 땅, 지구로 향합니다.
다음 포스팅은 지구가 탄생한 이후 그 내부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광물과 생물이 어떻게 서로의 운명을 바꾸며 공진화해 왔는지 탐구해 보려 합니다 로버트 M. 헤이즌의 저서 『지구 이야기』를 길잡이 삼아 지구 46억 년의 역동적인 기록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이전 글 👉 메가스타가 남긴 유산
"이 포스팅은 귀도 토넬리의 저서 『제네시스』(김정훈 옮김, 쌤앤파커스, 2024)를 소개하는 동심헌(童心軒)의 기획 시리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