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한 돌덩이 속에 행성의 자서전이 기록되어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로버트 M. 헤이즌의 저서 『지구 이야기』(김미선 옮김, 뿌리와 이파리, 2014)는 광물이라는 타임캡슐을 통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지구의 극적인 순간들을 복원해냅니다.
본 포스팅은 총 2편으로 기획되었습니다. 1편에서는 지구의 탄생부터 거대한 대륙의 형성까지를 다루며, 이어지는 2편에서는 생명의 기원부터 육상 생물권의 탄생까지의 여정을 따라갈 예정입니다.
이번 1편에서는 달에서 수집한 암석 성분이 지구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착안한 '대충돌 모형', 지구 최초의 지각을 이룬 감람암과 현무암의 비밀, 그리고 호주의 한 방목지 퇴적층에서 발견된 지르콘 결정을 통해 "대충돌 이후 불과 1억 년 만에 1.5km 깊이의 대양이 지구를 감싸고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추적합니다.
태양계가 형성되던 찰나의 뜨거운 열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콘드라이트 운석의 성분 분석을 시작으로, 찬란한 '지구 이야기'의 첫 장을 넘겨보겠습니다.
운석 콘드라이트, 또 하나의 지구
최초의 거대한 별들이 폭발하며 생애를 마감하자, 그 파편은 스스로 빚어낸 원소들을 우주 공간에 뿌렸습니다. 탄소, 산소, 질소, 인, 황 같은 ‘생명의 원소’들이 풍요롭게 넘쳐났습니다. 지구라는 행성의 질량을 이루는 마그네슘, 규소, 철, 알루미늄, 칼슘도 이때 우주를 가득 채웠습니다. 심지어 방사성 우라늄과 플루토늄 같은 무거운 원소들까지 미량이나마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원소들은 서로를 발견하고 화학반응을 통해 새롭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한데 뭉칠 수도 있었습니다.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하나가 만난 물($H_2O$)이 그 서막을 알렸습니다. 이어 질소($N_2$), 암모니아($NH_3$), 메탄($CH_4$), 그리고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 분자들이 초신성 부근의 우주를 비옥하게 일구었습니다. 이 모든 화학종은 훗날 별의 형성과 생명 탄생의 핵심적인 주연이 됩니다.
분자의 시대 다음에는 질서 정연한 결정 구조를 가진 고체, 광물(鑛物)이 등장했습니다. 빅뱅 이후 약 수억 년이 흐른 시점, 순수한 탄소 결정인 다이아몬드와 흑연이 우주 최초의 광물로 반짝였습니다. 곧이어 고온의 환경에서 견디는 10여 종의 ‘원시 광물’들이 합류하며 우주는 비로소 물질적인 풍요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46억 년 전, 초신성이 뿌려놓은 먼지와 가스들은 중력의 힘에 이끌려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켰습니다. 100만 년의 시간 동안 우리 은하 한구석에서 에너지를 응축시킨 결과 하나의 별, 태양과 8개의 행성을 만듭니다. 행성 중 4개는 태양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내행성이고 나머지는 먼 외행성입니다.
내행성은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을 말합니다. 이 행성들은 규소, 산소, 철 등으로 이루어진 작고 단단한 석질의 세계입니다. 현무암 같은 고밀도 암석이 표면을 덮고 있습니다. 외행성 (Jovian)은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말합니다. 주로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가스 행성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석질 행성인 지구가 형성되는 과정은 운석안에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습니다. 특히 45억 6,600만 년의 세월을 간직한 콘드라이트(Chondrite)운석은 태양이 막 태어난 직후의 원시 상태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단서입니다.
콘드라이트는 광포한 태양 성운 속에서 입자들을 한데 뭉치며 미행성체로 성장했습니다. 태양에 가까운 지역에서 공전하는 먼지 알갱이들은 질량 때문에 방사성과 태양풍에 쓸려 나가지 않고, 서로 충돌하여 점점 더 큰 물체로 뭉치기 시작합니다. 그 물체들이 커갈수록 중력의 끌어당기는 힘이 주위에 가해져 점점 더 육중한 덩어리가 형성되고, 결국 무수한 암석덩어리가 만들어집니다. 때로는 지름이 80km가 넘는 거대한 몸집으로 자라나 수많은 광물을 집어삼켰습니다. 이들이 바로 '미행성체(planetesimal)'입니다. 마침내 이러한 미행성체들이 서로 충돌하고 병합하며 궤도를 정착시켰고, 약 45억 년 전 지구는 이 거대한 우주적 충돌의 역사 속에서 비로소 그 형태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대충돌
지구 형성의 마지막 단계는 헤아릴 수 없이 격렬한 사건들을 겪으며 진행되었습니다. 수천 년에 한 번꼴로 거대 소행성들이 원시 지구를 통째로 집어삼켰습니다. 충돌의 충격으로 증발한 암석들은 궤도 위로 비산했고, 부서진 천체의 표면은 시빨갛게 달아오른 암석 진창으로 변했습니다. 식어서 검게 굳었다가 다시 녹아내리기를 반복하던 이 혼돈의 시기, 달에 관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충돌의 유전적 흔적
달의 기원을 두고 수많은 가설이 대립했으나, 진실의 열쇠는 아폴로호가 가져온 380kg 이상의 암석 표본에서 분석 데이터가 나오고 나서야 비로소 충족될 수 있었습니다. 정밀 분석 결과, 지구와 달의 산소 동위원소 분포가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두 천체가 태양계의 서로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남남이 아니라, 하나의 뿌리를 공유함을 시사합니다.
이 객관적 증거는 1970년대 중반 '대충돌(Big Splash)' 모형을 이끌었습니다.
태양의 세 번째로 가까운 큰 암성 행성인 지구가 들어선지 5천만 년이 지났습니다. 당시 원시 지구는 '가이아'라는 이름의 검은 행성이었습니다.
한편 이 즈음, 검은 원시지구와 약간 더 작은 행성 크기의 경쟁자가 태양계가 소유한 땅의 가느다란 띠 하나를 놓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투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행성 지망생을 '테이아(Theia)'라고 불렀습니다.
어떤 행성도 같은 궤도를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이 물리학의 절대 규칙입니다. 이 규칙을 어긴 두 행성은 결국 충돌하고 말았습니다. 충돌은 두 번에 걸쳐 일어났고, 두 번째 충돌에서 '행성 지망생' 테이아는 영원히 사라졌습니다.
이 충돌 과정에서 가이아의 물질과 섞인 테이아의 일부가 이 치명적인 포옹에서 튀어나와 도망치려 하였지만, 가이아의 중력장에 영원히 갇힌 채로 남아 있게 됩니다. 달이 탄생한 것입니다.
가이아는 이 충돌로 테이아였던 것의 대부분을 움켜쥠으로써 구형의 모습을 되찾고 더욱 커져 행성 지구地球가 되었습니다.
'충돌이론'은 이제 정설이 되었습니다. 앞에 설명했듯이 암석 성분의 일치는 그날의 거대한 충돌이 남긴 지울 수 없는 유전적 흔적입니다. 이외에도 충돌의 흔적은 많습니다.
달에 철로 된 중심핵이 없는 이유는 테이아의 철이 대부분 지구 안쪽으로 말려들어갔기 때문이고, 휘발물질이 없는 이유도 충돌 시 날아갔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진 것 역시 그날의 거대한 충격이 남긴 흔적입니다.
상호 중력의 힘, 달을 밀어내고 지구를 늦추다
45억 년 전, 지구와 달은 2만 4,000km라는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었습니다. 당시 용융 상태였던 두 천체는 서로의 중력으로 인해 녹아 있던 지구의 암석 표면이 몇 시간마다 1km 이상 달 쪽으로 불룩해지면서 안쪽에 엄청난 마찰을 일으켜 더 많은 열을 가함으로써, 오래도록 표면을 용융 상태로 유지시켰을 것입니다. 대신 지구의 중력은 지구와 마주보는 쪽의 달을 바깥쪽으로 부풀려 완벽한 원형이던 '자신의 위성'을 찌그러뜨렸습니다.
이 괴물같은 조석潮汐의 해방이, 달이 지구에서 계속 멀어지는 핵심적 이유입니다. 겨우 2만 4,000km 밖에 있던 폭 3,500km 크기의 천체가 매년 약 3.8cm씩 멀어져 어떻게 38만 5,000km까지 떠내려갔을까?
그 답은 각운동량 보존법칙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시 지구의 자전 속도(5시간당 1회)는 달의 공전 속도(84시간마다 1회)보다 훨씬 빨랐습니다. 질량이 큰 지구의 조석 팽창 부위가 중력으로 달을 앞쪽에서 잡아당겼고, 이 힘이 달의 공전 속도를 가속했습니다.
요하네스 케플러의 법칙에 따르면, 위성은 공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중심 행성에서 멀어져야 합니다. 동시에 달이 얻은 각운동량을 상쇄하기 위해 지구는 자전 속도를 늦춰야만 했습니다.
마치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팔을 밖으로 뻗어 회전 속도를 늦추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45억 년의 세월 동안 지구는 자전 주기를 5시간에서 24시간으로 늦추며 에너지를 내주었고, 달은 그 대가로 지구로부터 38만 5,000km 거리까지 멀어지며 각운동량을 확보했습니다. 이후 지구와 달의 조석력은 약해졌습니다.
대충돌 후 수백만 년이 흐르자, 마침내 지구와 달의 표면은 식어 내려가며 단단하고 검은 암석으로 굳어갔습니다.
검은 지구: 최초의 현무암 지각
대충돌이라는 거대한 폭풍이 지나간 후, 지구는 과량의 열에너지를 우주 공간으로 뿜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막대한 열이 허공으로 사라지면서, 액체 상태의 지구가 석질의 단단한 지각을 형성하는 것은 필연이었습니다.
지구 최초의 암석, 감람암
45억 년 전의 지구는 그야말로 '연옥'이었습니다. 당시 지구와 달은 빛을 내뿜는 규산염 증기로 가득 찬 섭씨 5,500도의 뜨거운 대기를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지옥 같은 기체 규산염들은 급격히 식어갔고, 마침내 작은 방울로 응축되어 지표면에 마그마 비를 뿌렸습니다.
기온은 2,800도 아래로, 다시 2,000도와 1,600도로 거침없이 곤두박질쳤습니다. 바로 그 찰나, 액체 속에서 최초의 결정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구 역사상 최초의 결정체는 규산마그네슘 성분의 감람석($ (Mg,Fe)_2SiO_4 $)이었습니다.
이 결정들이 모여 지구 최초의 암석인 감람암을 빚어냈습니다. 감람석과 휘석이 뒤섞인 검푸른 빛의 암석이었습니다. 감람암은 당시 지구 표면에 일시적으로 단단한 껍데기를 형성했습니다.(오늘날은 대부분 지각 아래 맨틀을 구성하는 핵심 성분이 되었습니다.)
갓 태어난 감람암은 뜨거운 마그마 대양보다 밀도가 훨씬 높았습니다. 무거운 표면층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갈라지고 뒤틀리며 다시 맨틀 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그 반작용으로 내부의 마그마가 다시 솟구쳤고, 솟구친 마그마는 식어서 더 많은 감람암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격렬한 순환이 수억 년간 이어지며 맨틀 자체가 서서히 굳어갔고, 마침내 감람석과 휘석으로 이루어진 상부 맨틀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너머 더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중심핵은 어땠을까요?
지구가 아주 어렸을 때, 지름 3,200km가 넘는 고밀도의 철질(iron) 중심핵은 이미 용융 상태로 형성되어 있었습니다.(오늘날의 내핵이 지름 약 2,400km에 달하는 거대한 철 결정의 공으로 성장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당시 중심핵과 맨틀의 경계부 온도는 섭씨 5,500도를 상회했으며, 압력은 현대 대기압의 100만 배를 가뿐히 넘겼을 것입니다.
중심핵은 맨 처음부터 있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액체 상태인 금속이 소용돌이치며 흐르는 역동적인 곳입니다. 이 흐름 덕분에, 일찍부터 지구에 자기장이 생성될 수 있었습니다. 자기장은 전기를 띤 입자의 경로를 꺾으므로, 지구 자기권(Earth's magnetosphere)은 전기를 띤 입자들을 밀어내는 '보이지 않는 보호막'이 되어, 태양풍과 우주선의 강렬한 폭격을 차단해줍니다. 이 장벽이 아마도 생명의 기원과 생존을 위한 선행 조건 중 하나가 되었을 겁니다.
현무암: 지구의 입체적인 얼굴을 빚다
그러나 지구 최초의 지각인 감람암은 "순식간에 지나가는 청소년기" 였고, 검은 지구의 모태는 원시 마그마 대양이었습니다. 감람암은 어디든 표면에 남기에는 밀도가 너무 높아 지구 깊은 곳으로 다시 가라앉았습니다. 지구를 둘러싸려면 그보다 밀도가 낮은 다른 암석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현무암입니다.
검은 현무암은 지구를 포함한 암석 행성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암석입니다. 수성, 금성, 화성의 표면은 물론 우리가 보는 '달의 바다' 역시 현무암 지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지구 표면의 70%를 덮고 있는 것 역시 현무암입니다.
현무암은 수십억 년에 걸쳐 감람암이 부분 용융되며 생성된 현무암질 마그마가 굳어 만들어졌습니다. 화산 활동을 통해 현무암질 마그마가 지구 표면으로 올라와 현무암 지각이 형성되었습니다. 그러자 지구는 난생 처음으로 둥둥 뜰 수 있으면서도 튼튼한 고체 표면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지각이 생성되기 전, 마그마와 감람암만이 행성 표면을 규정하던 때에는 어떤 특징적 지형도 평균 고도를 넘어 상당한 높이까지 오래 올라갈 수 없었습니다. 시뻘겋게 달구어진 감람암 곤죽은 산을 떠받치기에는 턱없이 약합니다. 하지만 밀도가 비교적 낮으면서도 단단한 현무암은 감람암보다 평균 밀도가 10퍼센트 이상 더 낮아, 10km 두께의 현무암 덩어리가 떠 있으면, 그중 1km 이상이 마그마 대양 위로 튀어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후 급격히 쌓인 화산추들은 평균 지표면보다 3km 이상 높게 치솟았고, 지구의 표면은 얼굴의 여드름처럼 비로소 '개성' 있는 지형적 특징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지구 내부의 거대한 열 저장고는 행성의 형상을 빚어내는 주역입니다. 지구의 45억 6,700만 년 역사 내내, 지구 표면은 그 열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왔습니다. 소용돌이치며 대류하는 맨틀에 농락당하고 끊임없이 잡아당기는 달에게 압박당한 지각은 구부러지고, 찌그러지고, 갈라지고, 뒤틀렸습니다. 지각판들이 열의 힘으로 쉬지 않고 춤추는 동안 대륙들은 끊임없이 지구 전역을 왕복하면서 찢겨나가고, 충돌하고, 서로를 지나치다 굽히곤 했습니다.
이 지구 내부의 열은 날마다 우리가 딛고 사는 암석을 재생산하고, 우리가 마시는 물을 재활용하고, 우리가 마시는 공기를 바꿔놓았습니다. 열 때문에, 지구는 잠깐 동안 현무암 박판을 두른 검은 세계가 될 운명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덧없는 청소년기는 오래갈 수 없었습니다. 화산에서 새로 태어난 찬란한 파란 층이 지구를 에워쌀 참이었습니다. 때는 지구 나이 약 1억 년이 흐른 시점이었습니다.
파란지구: 대양의 형성
지구가 초기에 지독히도 황량한 검은 행성에서 더 시원하고 생명이 살 수 있는 파란 행성으로 바뀐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열쇠는 당시 지구를 떠돌아다니던 휘발물질의 이야기 속에 들어 있습니다. 질소($N$), 탄소($C$), 황($S$), 그리고 물($H_2{O}$)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중에서도 물은 처음부터 늘 지구 이야기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물의 성질, 4가지
물은 우주에서 가장 흔한 화합물 중 하나이지만, 그 성질은 결코 평범하지 않습니다.
생명과 지질을 빚는 용해력산소 하나에 수소 두 개가 결합한 이 작은 분자는 '극성(Polarity)'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집니다. 이 극성 덕분에 물 분자들은 서로를 끌어당기는 '수소 결합'을 형성하며, 다른 물질을 녹여내는 우수한 용매가 됩니다.
이로 인해 물은 수백만 년에 걸쳐 암석의 화학 원소들을 녹여 대양으로 운반했습니다.(예: 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막대한 양의 금과 염분) 다른 화학물질을 녹여 옮기는 이 독보적 능력 덕분에 생명을 탄생시키고 진화시키는 이상적인 매질이 됩니다.
강력한 응집력과 표면장력
생태계를 지키는 '밀도의 역설': 고체보다 무거운 액체:
일반적인 물질은 고체가 될 때 밀도가 높아져 가라앉지만, 물은 액체 상태의 밀도가 고체(얼음)보다 약 10% 더 높아 얼음 결정 구조보다 액체 상태에서 분자들이 더 효율적으로 채워집니다. 이로 인해 일어나는 중요한 결과가 얼음이 물 위에 뜨는 것입니다.
이 성질 덕분에 겨울철 강이나 바다가 바닥부터 얼지 않고 표면부터 얼어붙어, 하부의 수중 생명체들을 추위로부터 보호하는 천연 절연체 역할을 합니다.
순수 결핍성화학적 역동성아무리 정밀하게 여과해도 물은 결코 순수한 $H_2O$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부 분자가 끊임없이 히드로늄 이온($H_3O^+$)과 수산기 이온($OH^-$)으로 자가 분해되기 때문입니다. 이 성질은 용액의 pH(수소이온지수)를 결정하며, 초기 대양이 산성과 염기성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복잡한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역동적인 장이 되게 했습니다.
물, 행성을 변화시키는 지질학적 설계도
물의 독특한 4가지 성질은 단순히 물의 특징을 넘어, 뜨겁고 검었던 원시 지구를 생명이 넘치는 '파란 지구'로 바꾸어 놓은 결정적인 지질학적 설계도가 되었습니다.
극성과 용해력물의 강력한 극성은 검은 현무암 지각 위에 내린 빗물이 단순히 '고인 물'이 아닌, 복합 화학 솔루션이 되게 했습니다.
빗물은 지각에 노출된 암석 속의 나트륨($Na^+$), 칼슘($Ca^{2+}$), 마그네슘($Mg^{2+}$) 등을 전기적으로 뜯어내 대양으로 실어 날랐습니다. 이 과정에서 초기 대양은 오늘날과 같은 염분과 미네랄을 갖춘 '생명의 탕(Soup)'으로 변모했습니다.
물은 지각 하부로 침투하여 암석의 녹는점을 낮춤으로써, 밀도가 낮은 '화강암질 마그마'를 생성하는 촉매가 되었습니다. 이는 훗날 물 위에 뜨는 '대륙'을 만드는 기초가 됩니다.
순수 결핍성: 대양의 pH와 초기 생명 반응물 스스로 이온화되는 성질은 초기 대양을 역동적인 화학 반응기로 만들었습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아들어 탄산을 형성할 때, 물의 이온화 성질은 바다의 산성도(pH)를 결정했습니다. 이는 초기 대양이 너무 산성이지도, 너무 염기성이지도 않게 유지되어 생명 탄생에 필요한 복잡한 유기 분자들이 파괴되지 않고 보존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상호 인력과 물 순환: 지구를 식히는 '냉각 시스템'물 분자의 강한 인력이 만든 빗방울과 표면장력은 지구 전역의 열을 조절하는 거대한 냉각 순환로를 구축했습니다.
물 분자가 둥근 방울로 뭉쳐 비가 되어 쏟아지는 '순환 능력' 덕분에, 대기 중의 열을 흡수하여 바다로 가져오고 지각의 열을 식힐 수 있었습니다. 만약 물이 비극성 분자처럼 안개 형태로만 존재했다면, 지구는 열을 배출하지 못해 금성처럼 뜨거운 행성으로 남았을 것입니다.
모세관 작용과 높은 표면장력은 물이 암석의 미세한 틈까지 파고들게 하여, 행성 표면 전체의 풍화와 침식을 가속화했습니다.
밀도의 역설: 기후 안정화와 생명의 피난처액체가 고체(얼음)보다 밀도가 높은 특성은 초기 지구의 기후가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막았습니다.
얼음이 물 위에 떠서 층을 형성한 덕분에, 바다는 하부의 따뜻한 물을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얼음이 바닥부터 가라앉았다면 대양 전체가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되어 햇빛을 모두 반사하고 지구를 영원한 빙하기로 몰아넣었을 것입니다.
물 위에 뜬 얼음층은 대기와 바다 사이의 열 교환을 차단하는 절연체 역할을 하여, 대양 깊은 곳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생명 탄생을 준비할 수 있게 했습니다.
결론44억 년 전, 지구의 온도가 임계점 아래로 떨어지자 대기 중을 표류하던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응축되기 시작했습니다. 지표면을 짓누르던 수백 기압의 대기압 덕분에 물은 섭씨 100도가 넘는 고온에서도 기체가 아닌 액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뜨겁게 달궈진 현무암 지각 위로 지구 역사상 가장 거대한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물의 등장은 단순히 고인 물을 만든 것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물은 지질학적 촉매제였습니다.
물은 지각의 열을 앗아가 우주로 실어 날랐고, 행성의 냉각 속도를 가속화
한 냉각의 주도자였고,
현무암 지각의 틈새로 파고들어 암석을 부식시키고 광물 성분을 씻어내어 바다로
운반하고 이 과정에서 이 과정에서 바다를 점차 짠맛을 띠는 염수가 되게 만든
지형의 조각가였으며,
암석 속으로 침투하여 암석의 녹는점을 낮추어 훗날 대륙을 형성할 '화강암질
마그마'를 만드는 암석의 융해자였습니다.
수만 년 동안 이어진 폭우는 지구의 낮은 분지들을 채워 나갔고, 마침내 검은 현무암 지각 위에 얇고 파란 지구가 만들어졌습니다.
물의 순환
지구 물 재고량의 지도를 그려보면, 대양이 약 96%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합니다. 나머지는 빙모와 빙하(약 3%), 지하수(약 1%)에 나뉘어 있으며, 우리가 흔히 보는 강과 호수, 대기 중의 수분은 고작 0.01%에 불과합니다.
이 모든 물이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며칠 내지 수백만 년 단위로 한 저수지에서 다른 저수지로 이동합니다. 생명을 유지시키는 물 순환은 지구에서 가장 역동적인 변화를 상징합니다.
한편, 1980년대 이후 지구과학자들은 지표면을 넘어 지구 내부 깊숙한 곳에 숨겨진 물에 주목했습니다. 화산 마그마가 품은 엄청난 양의 수증기는 맨틀 내부에 물이 존재한다는 강력한 증거였습니다.
고압 실험을 통해 밝혀진 사실은 경이롭습니다. 감람석, 휘석 등은 상당히 건조해 물이 0.01퍼센트밖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압력과 온도를 맨틀 조건인 10만 기압과 섭씨 1,100도까지 올리면 맨틀의 극한 조건에서는 수소 이온을 구조 속에 가두어 다량의 물을 포함할 수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결국 물 순환은 지표와 대기를 넘어, 지구의 핵 근처까지 뻗어 있는 행성 규모의 순환 시스템입니다. 우리가 보는 푸른 바다의 안정성은 사실 지구 심부에 보이지 않게 저장된 '80개의 대양'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구가 단순한 암석 덩어리를 넘어 살아있는 행성이 된 비결은 바로 이 거대한 물의 연대기 속에 있습니다.
최초의 대양
대충돌이 일어난 지 수백만 년 동안 수증기는 다시 원시 대기의 주성분이 되어 전 지구에 먹구름이 요동치는 폭풍우를 일으키고, 바람을 휘몰아대고, 번개를 내리치고, 줄기차게 비를 퍼붓고 있었습니다. 폭풍우가 몰아친 현무암 지각 표면이 식어 굳어지자, 낮은 곳에 있는 분지들이 점차 채워지면서 서서히 대양을 형성했습니다.
그렇게 점점 넓어지는 바다는, 얇게 덮여 있던 표면의 물이 크고 작은 틈새로 스며들어 아래쪽의 뜨거운 암석과 접촉한 다음 으르렁대는 수증기와 과열된 물이 거대한 간헐천이 되어 표면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에서, 한동안 온 지구를 사우나로 만들었습니다. 암석의 상호작용이 지각의 냉각을 재촉하는 구실을 하면서, 더 깊은 연못에게, 그다음엔 호수에게, 그다음엔 대양에게 길을 내주었습니다.
전 지구적으로 대양이 형성된 정확한 시점은 모르지만, 잭힐스로 알려진 서부 오스트레일리아의 건조한 양 방목지에 있는 30억 년 된 퇴적층에서 발견된 지르코늄 규산염($ZrSiO_4$), 즉 지르콘 광물이 그 '시점'을 말해줄지 모릅니다.
지르콘 원자 세 개 가운데 두 개 꼴로 들어 있는 산소가 단서를 제공합니다. 지르콘 결정에 들어 있는 산소-16과 산소-18의 비는 결정이 성장한 온도를 가리키고, 산소-18이 풍부할수록 낮은 온도에서 형성되었음을 말해줍니다. 화성암의 경우, 이 온도는 지르콘 결정을 성장시킨 마그마의 물 함량을 가리키는 민감한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물은 결정이 성장하는 온도를 낮추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동위원소비는 지구의 표면에 가까운 물일수록 무거운 산소가 더욱더 풍부한 경향이 있으므로, 산소-18 함량이 극히 높은 지르콘 결정은 표면수와 상호작용해온 것으로 해석되어왔습니다.
이와 같이, 지구의 초기 암석들에서 나오는 지르콘 결정은 수없이 되풀이되는 침식과 퇴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한편 원래 환경의 상세한 연대, 온도, 물 함량까지 보존합니다.
결론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잭힐스에서 나오는 많은 지르콘 결정들 하나하나가 40억 살이 넘었다는 것입니다. 가장 오래된 지르콘 결정은 놀랍도록 무거운 산소 동위원소비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들은 44억 년 전, 지구가 약 1억 5000살밖에 안 되었던 당시 표면은 비교적 차고 축축했다고, 그러므로 대양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물론 일부는 그렇게까지 확신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다음에 동의합니다. 대충돌 이후 1억 년이 지났을 때, "지구는 이미 1.5km 깊이의 대양이 둘러싸고 있는 눈부시게 파란 물의 세계가 되어 있었다, 우주에서 본 지구는 짙은 쪽빛 공깃돌처럼 보였을 것이다, 물론 하얀 구름 다발이 표면을 휘감고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숨이 멎을 만큼 파랬으리라!"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육지는 어땠을까? 오늘날은 대륙이 지구 표면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하지만, 우리 행성이 동틀 무렵, 지옥 같은 명왕이언(지구가 탄생한 시점부터 약 40억 년 전까지의 시기를 말함) 동안에는 대륙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원시의 파란 대양을 깨뜨리는 것이라곤 여기저기서 파도를 뚫고 올라와 수증기를 내뿜고 있는 화산섬들뿐이었습니다. 극지에서 적도까지 지구에 아무렇게나 찍혀 있던 그 섬들의 봉긋한 윤곽과 좁다랗게 잡석이 쌓인 검은 해안만이 물의 단조로움을 깨는 유일한 지형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지구의 처음 5억 년 동안에는 소금이 정박할 대륙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초기 대양의 염도는 현대 세계의 염도보다 두 배는 높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명왕이언 시기 대기 중 이산화탄소 함량이 높아(400ppm 상회) 대양의 pH는 아마 5.5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대양이 산성이었다면, 자연스레 현무암과 기타 암석의 풍화속도도 높아져, 여차하면 그래도 짠 대양에 더욱더 많은 용질을 추가했을 것입니다.
희미한 태양의 역설
천체물리학적 계산에 따르면 44억 년 전 태양은 현재보다 25~30% 더 어두웠습니다. 산술적으로 본다면 당시 지구는 모든 바다가 적도까지 꽁꽁 얼어붙은 '냉장고 상태'여야 했으나, 실제 지질학적 증거(퇴적암 등)는 약 40억 년 전에도 지구에 액체 상태의 물이 풍부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내부 열과 온실 효과의 마법어두운 태양에도 불구하고 지구가 따뜻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는 강력한 보온 시스템 덕분이었습니다. 형성 초기였던 지구는 내부 마그마와 활발한 화산 활동을 통해 바다를 아래쪽에서부터 지속적으로 가열했습니다. 당시 이산화탄소($CO_2$) 농도는 현재 대기압의 10배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로 인한 강력한 온실효과가 태양의 부족한 열기를 보완했습니다.
높은 에너지 흡수율과 구름의 부재지구가 태양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빨아들였다는 관점입니다. 초기 검은 지각과 고농도 철이 녹아 있는 바다는 빛을 반사하기보다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났습니다. 오늘날에는 식물이 내뱉는 입자들이 구름의 핵이 되지만, 당시에는 식물이 없어 구름이 적었습니다. 빛을 반사하는 구름 장막이 걷히자 더 많은 태양열이 지표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대기 중 메탄($CH_4$) 농도또 다른 유력한 후보는 메탄($CH_4$)입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기체로 작동했습니다. 자외선과 메탄의 반응으로 생성된 유기 분자들이 대기에 짙은 안개를 형성했을 것이며, 이로 인해 초기 지구는 파란색이 아닌 주황빛 세계(토성의 위성 타이탄과 유사한 모습)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일단 형성된 대양은 행성의 가장 바깥층을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빚어냈습니다. 물은 육지를 깎아 해안선을 조각했고, 지각 내부로 파고들어 광물 왕국의 진화를 이끌었습니다. 무엇보다 물은 모든 생명이 탄생하고 번성할 수 있는 기원이 되었습니다.
물은 여전히 우리 삶의 모든 면에서 '요술'을 부리고 있습니다. 광물적 부를 선별하는 선광기選鑛機로, 표면 지형을 변화시키는 주된 동인으로, 그리고 모든 생명을 위한 매질로 말입니다.
잿빛지구: 최초의 화강암 지각
앞서 기술한 오스트레일리아 잭힐스에서 발견된 지르콘 결정이 44억 전 초기 대양 형성의 단서를 제공했다는 내용은 초기 화강암 형성이 시작되었음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이 결정들은 석영들도 함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석영은 화강암 도래 이전에는 거의 생산되지 않은 광물이므로, 석영을 함유하는 지르콘 결정들이 초기 화강암 지각의 유물이 일 수 있습니다.
지구의 화강암은 태양계의 다른 행성과는 다른 진화 과정을 보입니다. 화성, 수성, 심지어 달도 화강암 형성에 필수인 현무암 박판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내부의 열과 양이 너무 적어 화강암을 많이 만들 수 없습니다.
부력
검은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지구의 원시 지각은 아래에서 열을 받아 물러진 데다가 밀도가 물보다 세 배쯤이나 높아서 결코 많은 지형을 지탱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현무암보다 평균 밀도가 상당히 낮은(물 밀도의 약 2.7배) 화강암이 그 동역학을 바꿨습니다. 화강암은 필연적으로 현무암과 감람암 위에 뜨기 때문에, 산더미처럼 쌓이면 물 위에 뜨는 빙산처럼 표면 위로 수 km를 솟아오를 수 있습니다. 물 밀도보다 낮은 얼음이 뜨는 경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분적으로 용융된 지구의 현무암 지각에서 화강암이 겹겹이 생겨나자, 빙산을 닮은 돌출부가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누적된 화강암 지각 덩어리의 두께는 수십 km에 이르렀습니다. 그에 따라 깊이 뿌리 내렸던 대륙의 육괴들이 대양 위로 점점 더 높이 올라갔고, 동시에 일부 산맥들이 수면 위로 수 km씩 솟아올랐습니다. 미국 서부에 있는 오늘날의 로키산맥은 60km 깊이의 화강암 뿌리 위로 4,000m가 넘는 봉우리가 솟아올랐습니다. 북아메리카 대륙의 이 웅대한 등뼈는 화강암의 부력을 보여주는 우뚝 솟은 증거입니다.
부력이 지질학적 변화의 동력이라는 것은 정설이었습니다. 그 이론은 '지각평형설(isostasy)’이라 불렀습니다. ‘수직 지구조 지각운동’의 동력은 ‘지각 평형의 재조정’이라는 것이 이 이론의 핵심인데 지구의 초기 지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가설입니다.
지구가 탄생한 처음 2억 년 안쪽에, 깊이 쌓인 현무암이 부분적으로 녹고 있는 열점들 위쪽으로, 부력을 지닌 잿빛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적당한 크기의 육괴(陸塊,Craton)들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육괴 형성'이 수직구조론만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록키산맥이 아무리 우뚝 서 있다고 해도 히말라야 산맥에 비하면 난쟁이일 테고, 대양의 평균 깊이가 3km인 데 반해, 남태평양 마리아나 군도 연안에 위치한 지구에서 가장 깊은 해구는 놀랍게도 11km까지 곤두박질칩니다. 그러한 극단적인 지형들은 지각평형설로 불리는 '부력'이론으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판 지구조 운동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수평 지구조 운동, 즉 대륙 전체가 지구 표면을 가로질러 이동할 수 있다는 소위 '대륙이동설'이 제기되었고, 이후 수많은 증거들이 쏟아지자 지각평형설에 기초한 수직구조론은 교과서에 삭제되면서 모든 지질학 교과서는 다시 쓰여야 했습니다.
1600년대 초 지도가 정교해지면서 아메리카와 유럽·아프리카의 해안선이 일치한다는 발견이 수평 지구조 운동의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1915년 기상학자 알프레트 베게너는 이를 바탕으로 모든 대륙이 하나로 뭉쳐 있었던 초대륙 '판게아'를 제안했습니다. 당시 지질학계는 이를 무시했으나, 이는 현대 지질학 혁명의 서막이었습니다.
발견2차 대전 후 해양학자들이 고감도 수중 음파탐지기로 대서양 바닥의 일반적인 지형들을 확인한 결과, 대륙붕의 가장자리는 갑자기 깊이 3km, 폭 1,600km의 심해평원으로 뚝 떨어지고, 대양은 광범위한 산맥, 곧 대서양 중앙 해령에 의해 양분되어 있었음을 알아냈습니다.
암석이 대륙 밑에는 수십 킬로미터 깊이로 깔려 있는 것과 달리, 대양지각의 두께는 약 8~10km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대륙과 대양 사이의 경계선이 그토록 좁다는 것은 지각평형설 모형과 모순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서양 중앙 해령은 결코 평범한 산맥이 아니었습니다. 육상의 산맥은 대부분 산맥의 축을 따라 최고봉들이 한 줄로 내려가지만, 대서양 중앙 해령 정중앙은 폭이 30km쯤 되고 동쪽이나 서쪽의 인접한 봉우리보다 1.5km 이상 더 깊은 골이 넓게 패어 있는 열곡(裂谷)이었습니다. 게다가 해령과 열곡은 북에서 남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곡선을 따르지 않고, 중심에서 동쪽이나 서쪽으로 150km 이상 벗어나서 지각이 끊겨 자리를 옮긴 장소인 변환단층(變換斷層)이 발견되었습니다.
판구조론의 증거들대서양 중앙 해령의 중심을 가르는 열곡의 위치와 대양 바닥 지진들이 지구 곳곳으로 뻗어나가며 그려내는 5만 5,000km 길이의 패턴은 해령이 역동적이고 가변적인 지형임을 뜻합니다.
우리는 이를 해령(海嶺)이라 부릅니다. 이름 그대로 바다 밑에
솟아오른 '고갯마루'라는 뜻이죠.
하지만 이곳은 단순한 산맥이 아닙니다. 지구 내부의 마그마가 솟구쳐 나와
새로운 지각을 만들어내는 '행성의 엔진'이자,대륙 이동을 이끄는 시작점입니다.
대서양 중앙 해령을 따라 동서로 폭이 4,000km가 넘는 대양 바닥에 현무암이 '포장도로'를 이루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곳 열곡에서 수집한 현무암은 갓 주조된 것으로, 100만 살이 채 안 되었으며, 열곡에서부터 동쪽 또는 서쪽으로 멀어질수록 현무암의 나이가 많아지다가 마침내 대륙 가장자리에 접근하면 1억 살이 넘어갔습니다. 이런 차이는 대서양 중앙 해령이 일련의 화산이라서 새로운 현무암 지각을 생성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해저 암석의 존재는 판구조론을 확고한 과학적 사실로 격상시켰습니다.
그러나 판구조론의 움직일 수 없는 증거는 자기장의 변화입니다.
대양 바닥 현무암은 그 암석이 굳어진 정확한 날짜의 지자기장(地磁氣場, Geomagnetic Field) 방위를 보존하고 있습니다. 대서양과 태평양 둘 다에서, 중앙열곡에 가까운 현무암은 정상적인 자기 방위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열곡의 동쪽이나 서쪽으로 몇 km만 가면 자기신호가 180도 완전히 뒤집힙니다. 자기적인 북극과 남극이 뒤바뀌어 있다는 뜻입니다. 어느 방향으로든 몇 킬로미터를 더 항해하면 자기장이 다시 정방위로 180도 뒤집혔습니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자기장이 뒤집힌 암석들은 길고 좁은 남북 방향의 띠를 형성하며 이 띠들은 대서양과 태평양 둘 다에서 해령과 정확히 평행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둘째, 이 자기 띠들의 패턴은 해령축을 중심으로 대칭이었습니다. 중심에서부터 동쪽으로 항해하건 서쪽으로 항해하건, 일부는 더 넓고 일부는 더 좁은 정방향과 역방향 띠들이 정확히 같은 순서로 나타난다는 말입니다. 셋째, 전 세계 해령계에서 현무암들의 연대를 방사성동위원소법으로 측정해보면 모든 반전이 저마다 좁고 정확하게 한정된 연대에 걸쳐서 동시에 일어났음이 입증됩니다. 따라서 자기 반전은 일종의 대양 바닥 연대표 구실을 합니다.
이에 따른 결론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지구의 자기장은 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평균 50만 년마다 180도 뒤집히고, 최소한 지난 1억 5,000만 년 동안 계속 그래왔습니다. 지구의 자기장이 이렇듯 변덕스러운 이유는 열이 대류를 구동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지구가 거대한 전자석이며, 이 자석의 자기장은 유체 상태로 대류하는 지구의 외핵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전류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에 기원합니다. 내핵과 외핵의 경계에서 뜨거운 고밀도 액체가 팽창해 올라가면, 더 차고 더 밀도 높은 액체가 위에서 가라앉아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이렇게 움직인 결과 약 50만 년마다 자기장이 뒤집히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결론은 중앙 해령들이 매년 1인치(약 2.54cm) 이상의 속도로 새로운 현무암 지각을 생산한다는 것입니다. 더 오래된 현무암이 동서 양 방향으로 움직여 해령에서부터 멀어지면 새로운 용암이 자리를 잡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대서양 중앙 해령에서 갓 생겨난 현무암이 대서양을 확장하고 있으므로, 대서양은 매년 2인치씩 더 넓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대략 3만 년마다 새로운 대양 바닥이 평균 1마일(약 1.6km)씩 생겨나는 셈입니다. 테이프를 1억 5,000만 년 전으로 돌려보면, 대서양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 시기 이전의 아메리카는 알프레트 베게너가 제안한 대로 유럽 및 아프리카와 합쳐져 있었음이 틀림없습니다.
지구의 자기장은 단순히 나침반의 바늘을 북쪽으로 돌리는 힘을 넘어, 태양풍으로부터 지구의 생명체를 지켜주는 거대한 방패이자 지구 내부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지구의 자기장은 고정된 거대 자석이 안에 박혀 있는 것이 아니라, 지구 내부의 액체 금속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전기를 발생시켜 만들어집니다. 이를 '다이너모(발전기) 이론'이라고 합니다.
발생장소는 지구 내부 약 2,900km 아래에 있는 외핵입니다. 외핵의 주성분은 액체 상태의 철($Fe$)과 니켈($Ni$)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들은 전기를 매우 잘 통하는 금속입니다.
지구 자기장이 형성되는 핵심 동력은 외핵 내 액체 금속의 대류와 지구의 자전입니다. 열에 의해 솟구치는 액체 금속이 지구의 자전에 의해 소용돌이치며 마치 거대한 발전기(다이너모)처럼 자기장을 생산하는 것입니다.
자기장의 핵심 역할: 보이지 않는 보호막
지구는 수성, 금성, 화성과 달리 강력한 자기권을 형성하여 태양풍과 우주 방사선 같은 유해 에너지를 차단하는 보호막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 역동적인 자기장은 치명적인 대전 입자들을 밴 앨런대에 가둠으로써 대기 침식을 막고 지표면의 생명체를 안전하게 수호합니다.
(출처: NASA Sciencehttps://science.nasa.gov/science-research/earth-science/earths-magnetosphere-protecting-our-planet-from-harmful-space-energy/)
지구 자기장은 우주 공간으로 수만 km까지 뻗어 나가 자기권(Magnetosphere)이라는
영역을 형성합니다.
첫째, 태양풍을 차단합니다. 태양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태양풍)와 치명적인
우주 방사선을 튕겨내거나 옆으로 흘려보냅니다.
둘째, 대기를 보존합니다. 자기장이 없다면 태양풍이 지구의 대기를 깎아내어
금성이나 화성처럼 생명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을 것입니다.
셋째, 오로라 현상을 일으킵니다. 자기장에 이끌려 온 태양 입자들이 북극과 남극
근처의 대기와 충돌하며 아름다운 빛을 내는데, 이것이 바로 오로라입니다.
자기장의 '자기 반전'은 지구가 고정된 물체가 아니라 매우 역동적인 시스템임을 보여줍니다.
자기 반전은 외핵 내부의 유체 대류 방식이 무작위적으로 변하거나 불안정해질 때, 자기장의 극성이 180도 뒤바뀝니다. 그리고 마그마가 굳을 때 그 안의 자성 광물들이 당시의 자기장 방향으로 정렬됩니다. 이것이 대양 바닥에 '줄무늬'로 남아, 우리는 수억 년 전 지구 자기장의 역사를 읽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지구 자기장은 단순한 물리 현상이 아니라, 뜨거운 외핵의 대류가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거대한 방패'입니다. 이 방패는 태양의 공격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자기 반전이라는 기록을 암석 속에 남김으로써 판구조론을 증명하는 결정적 열쇠가 되었습니다.
※ 본 내용은 아래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현무암 지각이 생성되는 만큼 어딘가에서는 지각이 사라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전의 지각은 어디로 갔을까요? 그 답은 지진과 섭입대에 있습니다.
전세계지진관측망(WWSSN)은 지각의 이동은 모두가 맹렬한 지진활동을 하는 중앙 해령과 같은 좁은 선을 따라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필리핀, 일본, 알래스카, 칠레, 기타 위험지대를 포함해 '환태평양 화산대 테두리에 위치한 격렬해지기 쉬운 지역들은 하나의 공통 패턴을 형성했습니다. 즉, 비교적 얕은(3, 4km 깊이에서 오는) 지진은 해구(Trench) 부근의 연안에서 생겨나는 반면, 더 깊고 깊은(때때로 150km도 넘는 깊이에서 오는) 지진은 해안에서 멀고 먼 내륙에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해구에서 내륙으로 가면서 지진의 깊이가 깊어지는 뚜렷한 패턴에서, 거대한 대양 지각판이 섭입대揷入帶라 불리는 경계를 따라 대륙 밑의 맨틀 속으로 밀려들어갑니다.
여기서 섭입대(攝입帶, Subduction Zone)는 판구조론의 핵심 기제로, 거대한 지각판이 충돌하여 하나의 판이 다른 판 밑으로 밀려 들어가는 경계를 의미합니다. '섭입(攝入)'이라는 한자어는 '안으로 끌어당겨 넣는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대륙을 만드는 '화강암 공장'과도 같은 곳입니다.
오래된 현무암 지각은 뜨거운 맨틀보다 훨씬 차고 따라서 밀도가 더 높으므로, 문자 그대로 지구에게 삼켜집니다. 해령에서 태어난 무겁고 차가운 해양 지각판이 이동하다가 대륙판이나 다른 해양판을 만나면, 밀도 차이에 의해 지하 깊은 맨틀 속으로 가라앉습니다.
해령에서 새로운 지각이 1km 생겨나면, 섭입대에서도 정확히 1km의 옛 지각이 사라지며 지구 전체의 표면적 균형을 유지합니다.
판이 안으로 꺾여 들어가는 지점에는 수심 10km가 넘는 깊은 골짜기인 해구가 형성됩니다. 앞서 서술한 마리아나 해구(약 11km 깊이)가 바로 이 섭입 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곳입니다.
전 세계 지진의 대부분과 강력한 화산 활동이 이 섭입대를 따라 발생하며, 이는 현대 지질학의 정설인 판구조론의 움직일 수 없는 증거입니다.
판구조론의 완성: 지각판과 경계지구 표면은 약 10여 개의 거대한 지각판(Plate)으로 조각나 있습니다. 이 판들은 단순히 떠 있는 암석 덩어리가 아니라, 지구 내부의 열역학적 순환에 따라 끊임없이 이동하는 역동적인 시스템의 일부입니다.
판들 각각은 차갑고(더 깊은 맨틀에 비해), 딱딱하고(그래서 지진으로 쉽게 깨지고), 두께는 수십 km밖에 안 되지만 너비가 수백에서 수천 km에 이릅니다.
해령과 섭입대를 경계로 나뉜 판들은 저마다의 영역을 가지며 지구의 표면을 구획합니다. 주요 판들의 분포와 이동 경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 아프리카 대륙은 새로운 열곡이 형성되면서 서서히 갈라지고 있습니다. 언젠가 아프리카는 두 개의 판으로 완전히 나뉘게 될 것입니다. 그 사이에 새로이 확장되어가는 거대한 대양이 자리를 잡게 됩니다.
지구의 엔진: 맨틀 대류와 열역학그렇다면 판운동에 동력을 공급해야 하는 힘은 무엇일까요? 무엇 때문에 전 대륙이 수억 년 동안 이동하고, 긁히고, 충돌할 수 있었을까요? 답은 지구 안쪽의 열입니다.우주의 전면적인 핵심 개념인 열역학 제2법칙은 말합니다. 열은 언제나 뜨거운 물체에서 차가운 물체로 흐른다는, 그래서 열은 점차 확산되어야 하며, 어떻게든 균등해질 길을 찾아야 한다는 법칙입니다.
열은 대류에 의해서도 이동하므로, 뜨거운 맨틀 암석의 대류가 판을 이동시키는 동력입니다.
암석은 지구 표면에서는 단단하고 부서지기 쉬운 물질이지만, 맨틀이라는 깊은 곳의 과열된 압력솥 안쪽에서는 버터처럼 흐물흐물해집니다. 수백만 년에 걸쳐 깊은 내부의 응력을 받은 암석은 변형되고, 스며들어, 흐릅니다. 뜨겁고 밀도 낮은 암석은 점차 표면을 향해 올라가는 반면, 차고 밀도 높은 암석은 깊이 가라앉습니다. 제각기 폭이 수천 km, 깊이가 수백 km에 달하는 거대한 대류 세포(Convection Cells)들이 보이지 않는 웅장한 바퀴를 그리며 지구의 맨틀을 뒤집어엎습니다. 이 행성 규모의 뒤섞기는 대류 세포가 한 바퀴 돌아가는 데에만도 1억 년 이상이 걸릴 것입니다. 여기서 '대류 세포'란 지구 내부의 열 에너지가 이동하는 거대한 순환 단위를 의미합니다. 암석이 액체처럼 흐를 수 있는 맨틀의 특성 덕분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판구조론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엔진' 역할을 합니다.
처음엔, 아마도 10억 년 넘게, 지구의 현무암 지각 맨틀 대류는 무질서하게 소용돌이치는 뒤범벅이었음이 틀림없습니다. 여기저기서 저밀도 화강암의 뜨거운 용융물이 제멋대로 뛰고 솟구쳐올라 표면에 쌓여서 차가운 고밀도 현무암을 들쑤셔놓았습니다. 그 차가운 지각에서 분리된 고밀도 덩어리가 내부로 서서히 가라앉으며, 전 지구 규모로 열 교환에 들어갑니다.
화강암의 탄생과 대륙의 형성
그다음 5억 년에 걸쳐서는 맨틀 휘젓기가 좀 더 조직화되었습니다. 저마다 마그마 상승류와 판들이 위로 올라가고 지각 덩어리들이 아래로 내려오는 작은 대류 세포 수십 개가 합체해서 깊이 수백 km, 폭 수천 km의 웅대한 바퀴 몇 개를 구성했습니다. 뜨거운 새 현무암 지각은 대류 세포들이 위로 올라가는 곳에서 성장 중인 해저의 해령을 따라 형성되었고, 반면 차가운 옛 현무암 지각은 가파른 각도로 맨틀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이곳이 바로 판 지구조운동의 새로운 변형 과정들이 점차 우세해지던 지구의 섭입대입니다.
현무암 화산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해령은 마그마가 올라오는 대류 지대 위쪽에서 성장했습니다. 해구들은 옛 지각이 맨틀 속으로 내리꽂히면서 인접한 대양 바닥을 꺾어 구부리는 곳에서 형성되었습니다. 섭입은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화강암 생산을 가속시켰습니다. 차갑고 젖은 상태로 섭입한 현무암 지각은 더 깊이 꽂혀 지구 속으로 다시 삼켜지자, 가열되어 녹기 시작했습니다. 완전히는 아니고 아마도 20~30퍼센트쯤 녹았을 그 화강암질 마그마가 점점 불어나 표면으로 올라가서, 잿빛 화산섬들을 수백 km 길이로 줄줄이 생산했습니다. 대륙이 만들어질 무대가 마련된 것입니다.
화강암은 뜨고, 현무암은 가라앉습니다. 이것이 대륙의 기원에 대한 열쇠입니다. 화강암으로 구성된 마그마는 모암인 현무암질 암석보다 밀도가 훨씬 낮으므로, 이제 갓 생성된 용융물은 서서히, 필연적으로 위로 올라가 표면 근처의 암괴로 결정화되거나 화산을 통해 분출됩니다. 수십억 년의 지구사에 걸쳐서 무수한 화강암 섬들이 이 연속적 과정에 의해 형성되었습니다.
판 지구구조운동은 화강암에서 기원한 호(Arc) 모양의 화산섬 무리(섬)를 생산했을 뿐만 아니라, 그 섬들을 대륙으로 조립하기도 했습니다. 열쇠는 화강암은 섭입할 수 없다는 단순한 사실에 있습니다. 밀도 높은 현무암은 쉽게 맨틀 속으로 가라앉지만, 현무암 위에 뜬 화강암은 부력을 지닌 코르크와 같아서 일단 형성되기만 하면 표면에 그대로 보존됩니다.
섭입 중인 대양지각판에 가라앉지 못하는 화강암 섬들이 점점이 박혀 있다고 상상해보십시오! 현무암은 섭입하지만, 화강암 섬들은 섭입하지 않습니다. 섬들은 표면에 머물러야 하므로, 결국 섭입대 바로 위에 한 가닥 육지를 형성합니다. 수천만 년이 지나면, 점점 더 많은 화강암 섬들이 누적되어 점점 더 넓은 띠를 형성하고, 동시에 녹은 화강암이 다량 올라와 성장하고 있는 대륙의 두께와 폭을 늘립니다. 섬들이 붙어서 원시 대륙을 형성하고, 원시 대륙들이 붙어서 지금의 대륙을 형성하였습니다.
장소와 공간을 바꾸다판 지구구조운동의 웅장한 순환은 우리의 세계를 변형시켰습니다. 지구의 얇고, 차갑고, 잘 부서지는 표면은 끓고 있는 국솥의 더껑이처럼 갈라지고 이동했습니다.
새로운 현무암 지각은 화산 해령에서부터 쏟아져나와 깊은 맨틀 세포가 올라오는 장소임을 알려줍니다. 오래된 지각은 섭입대에서 삼켜져서 맨틀 세포가 내려가는 장소를 나타냅니다. 하지만 지구의 격렬한 표면 교란들, 즉 강렬한 지진, 막강한 화산도 깊은 내부의 어마어마한 전 지구적 규모의 움직임에 비하면 하찮고 지엽적인 일시적 상황 변화일 뿐입니다.
혁명으로서 판구조론판구조론은 지구과학에도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판구조론은 과거 분절되어 있던 지질학, 고생물학, 지구물리학 등을 '하나의 통일 원리'로 묶어냈습니다.
판구조론은 지구에 관한 모든 것을 통합했습니다. 지구가 지각에서 중심핵까지, 그리고 생명체의 진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가 서로 연결되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통합된 시스템임을 보여줍니다.
이제 지구는 생명 탄생의 발판을 마련한 셈입니다.
지구 탄생 후 대륙의 형성까지 지질학적 사건들을 타임라인으로 간략하게 표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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