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의 재발견
※ 이 글은 『잡초의 재발견』 (조지프 코개너, 구자옥 옮김, 우물이 있는 집, 2013.4.10)을 요약 편집한 것임.
그러나 백해무익하게 보이는 잡초들은 모두 특정한 상황에서만 해가 되며, 다음과 같이 땅에 유익할 뿐만 아니라 농작물에도 유익하다. 잡초들은 우리의 범속한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놀라운 기능들을 갖추고 있다.
1. 잡초는 특히 표토에 결핍되어 있는 광물질을 토양 하부에서 위쪽으로 옮겨, 농작물이 그들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이런 작용은 미량원소와 관련해 특히 중요하다.
2. 돌려짓기 농법에서 잡초는 토양의 경질층을 부수어 농작물 뿌리가 깊은 곳에서 양분을 흡수할 수 있게 한다.
3. 잡초는 토양을 섬유화(토양입자를 덩어리지게 하는 작용)시켜서 비옥하게 만들며 그렇게 땅 속의 동식물에게 훌륭한 환경을 제공한다.
4. 잡초의 종류와 상태는 토양의 상태를 알려주는 좋은 지표가 된다. 어떤 잡초는 토양에 특정의 결핍이 일어났을 때만 나타난다.
5. 잡초는 땅 깊은 곳까지 뿌리를 내리고 양분을 흡수함으로써 토양의 모세관을 만들어낸다. 잡초의 이러한 역할을 상대적으로 환경에 견디는 힘이 약하고 표층에 몰려 양분을 흡수하는 농작물이 홀로 있을 때보다 수분 부족에 더 잘 견디게 해준다.
6. 수분 혜택을 받게 되는 작물은 잡초와 함께 자라지 않을 경우 이용하기 어려운 영양분을 물에 편승시켜서 쉽게 흡수할 수 있다.
7. 잡초는 빗물에 씻겨 내려가거나 바람에 날아갈지도 모르는 광물질과 영양분을 저장함으로써 다른 식물들이 그것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토양의 상태를 유지한다.
8. 잡초는 인간과 가축을 위하여 좋은 먹거리로 이용된다.
그렇다고 잡초가 농장이나 정원을 무성하게 해도 좋다는 것이 아니다. 잡초를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이 정상적인 생태학이고, 또한 토양을 잘 보존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즉 잡초를 배척하여 없애는 것보다 가까이 붇돋아 잘 활용하면 잡초들은 땅을 비옥하게 하고 작물의 발육과 성장을 돕는 위 8가지 기능들을 충실히 수행한다.
잡초는 산야에 흩어져 있는 야생식물과 구별되어야 한다. 야생식물은 인간의 간섭과 억압이 없는 곳에서 살지만, 잡초는 인간의 스트레스 속에서만 살고 있는 식물이다. 따라서 야생식물을 인간의 생활 테두리로 끌어오면 살지 못하고, 잡초를 산야에 뿌려 방치하면 결코 그곳에서 견디지 못한다. 즉 잡초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고난이 있어야 제대로 숨 쉬며 사는 식물로 바뀐 존재라 할 수 있다.
잡초는 1만 년 전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래 그 세월동안 인간이 재배하는 농작물과 함께 자라면서 홀대와 차별 속에서 버텨온 식물이다. 이에 비해 우리가 의지하며 키우는 농작물은 본래의 모든 자생적 기능을 상실하고 인간이 특별한 보호와 원조를 받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게되어 버렸다.
그러므로 잡초는 여러 면에서 작물보다 뛰어나다.
첫째, 잡초는 스스로 영구불멸성을 갖는다. 한 개체서 수만, 수십만 개의 씨앗을 맺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대개 작물의 씨앗은 조건만 맞으면 거의 100%의 종자가 남김없이 발아하지만 잡초는 휴면성이 있어서 조건이 좋아도 일시에 발아하는 일이 없다. 잡초의 종자수는 1m² 당 75,000~10,000개 정도가 된다.

둘째, 대부분 알려진 잡초들은 탄소동화작용의 탁월한 선수권자들이다. 우리 인류에게 식량을 제공하는 대부분 작물종들은 생리적으로 소극적이고 많은 재료를 사용하지만 생산력이 떨어지는 \(\mathrm{C_3}\)식물1)들이다. 거기에 반하여 유명한 잡초종들은 적극적이고 재료를 적게 쓰지만 생산효율이 크 \(\mathrm{C_4}\)식물들이다.
셋째, 잡초의 종자는 수명이 길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중국의 고대 연못 속에서 발견된 종자는 수명이 수천 년에 이른다. 최근에 발견하여 발아를 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물의 종자는 길어야 몇 년이지만 잡초는 수십 년을 산다. 환경을 극복하고 인내하는 탁월한 능력 외에도 수명 자체의 보존력이 길다. 이러한 특성은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의 지구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연구해 볼 가치가 있다.
넷째, 잡초는 탁월한 생육의 유연성을 갖는다. 보통 작물은 사람들처럼 이기적이다. 작물을 일정한 용기에 담아서 개체수를 늘려가며 키워보면 한두 개체만 살아남는다. 그러나 잡초는 여러 개체를 심을수록 서로가 몫을 낮춰 함께 살고 함께 씨를 맺는다. 인간들은 언젠가 지구환경을 최악의 상태로 파괴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인간에 의하여 파괴된 환경 속에서 살아남아 원상태로 치유할 수 있는 생물은 잡초들뿐일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잡초는 비범한 진화능력이 있다. 농작물의 경우에는 품종의 새로운 특성을 얻어내기 위하여 서로 다른 품종을 교배시킴으로써 유전자를 교환하고, 이들 가운데서 목적하였던 새로운 품종을 골라낸다. 또는 최근과 같이 다른 유전자를 유전공학적인 방식으로 얻어다가 기계적으로 새로운 품종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방식도 결코 쉽지 않으며 성공적 결과를 얻기도 힘들다. 이에 반해 잡초종들은 인간의 극악한 스트레스 특히 제초제에 대항하며 새로운 특성, 즉 저항성을 얻어 변이를 거듭하며 살아남았다.
논밭에 뿌리는 설포닐우레아계 제초제는 수십 그램의 약제로도1ha 논의 잡초를 완전히 제거하는 듯 하였다. 하지만 이 제초제의 위력도 10년을 넘기지 못했다. 꿈쩍 않고 살아남은 잡초종, 예를 들면, 물달개비, 사마귀풀 등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삽시간에 전국의 논으로 번져나갔다. 제초제가 무수히 개발되었지만 각각의 저항성 잡초종이 그때마다 출현하였다는 사실은 잡초들의 질긴 진화력을 보여준다. 세대를 거칠 때마다 유전자 재조합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유전자형을 무수하게 복제하며 자신들의 생태적 위치가 안정화되면 종의 유지를 위해서 자가수분을 하는 신출귀몰한 삶을 사는 것이 바로 잡초다.
지구상의 생물체 중 90%는 식물들의 생태공간이고 나머지 10%는 이들 식물에 의존하며 사는 동물들의 공간이다. 따라서 이 세상은 식물로 덮여져 있고, 그것 때문에 숨 쉬는 생태공간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은 모든 식물종 가운데서도 잡초들만이 가능하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농작물들은 이기적이고 인류 의존적이어서 결코 이런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그러나 잡초들은 비록 인간들로부터 버림받은 식물이지만 홀로 자라며 살아남은 긴 역사를 통하여 끝없이 진화하며 푸른 행성, 지구를 만들고 생명과 평화를 지켜왔다.
잡초들은 깊은 뿌리와 그로 인한 흡수력 때문에 다른 어떤 식물들보다도 ‘필터’의 기능이 뛰어나 세상의 더러운 오염원들을 걸러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뿐만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내는 각종의 공해와 오염원들을 정화시킨다. 미래의 지구환경을 말없이 지키고 생명력 넘치는 생태계를 잡초들이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잡초는 천덕꾸러기, 박멸해야할 대상이 아니다. (끝)
🔖 주(註)
1)생명체들은 식물이 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와 에너지원으로 빛을 사용하여 고에너지의 당(sugars)으로 변환시키는 광합성(photosynthesis)에 의존하고 있다. 두 가지 기본 형태의 광합성이 발견되었다. 하나는 \(\mathrm{CO_2}\)로 만들어지는 첫 번째 화합물이 탄소 3개의 화합물이어서 \(\mathrm{C_3}\)광합성(\(\mathrm{C_3}\) photosynthesis)이라고 부른다. 다른 하나는 첫 번째 화합물이 탄소 4개의 화합물이어서 \(\mathrm{C_4}\) 광합성(\(\mathrm{C_4}\) photosynthesis)이라고 부른다.[1] 대부분의 식물 종들은 \(\mathrm{C_3}\) 광합성을 하고 있고, 약 15%의 식물 종들이 \(\mathrm{C_4}\) 광합성을 하고 있다. \(\mathrm{C_3}\) 광합성을 하는 식물로는 밀, 쌀, 감자, 양배추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mathrm{C_4}\) 광합성을 하는 식물에는 옥수수, 사탕수수, 수수, 다육식물 등이 포함되는데, 주로 열대 및 건조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식물 종들이다.한국창조과학회↩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