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속 자동차 키: 기억의 틈과 노화의 시작
나의 '국민학교'1) 여친이 자동차 키를 냉장고에서 냉동시킨 일이 있었다. 동네 마트에서 산 아이스크림을 자동차 키와 함께 비닐 봉투에 넣고, 집에 와서도 그 사실을 잊은 채 냉장고 속에서 한 달 동안 냉동시킨 일화逸話다.
그녀가 자동차 키를 아이스크림 비닐 봉투에 넣은 이유는, 금속 특유의 차갑고 단단한 촉감을 불쾌하게 여겨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서 무심코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생각 없는 행동 때문에, 그녀는 자동차 키가 비닐 봉투 안에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자동차 키를 아이스크림으로 착각하여 냉장고에 넣어버린 것이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자동차 키를 아이스크림과 함께 비닐 봉투에 넣었다. 무의식적 행동은 운동, 연주, 정서 반응 등과 같이 주의 집중 없이 습관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딱히 기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그녀가 아이스크림을 사고 그것을 봉투 안에 자동차키와 함께 넣어 집으로 가져오는 행위는 ‘일화적(episodic) 사건’이다. 사건(경험)은 뇌에서 기억2)되고 나중에 필요할 때 인출하면서 최대의 효용값을 계산하여 우리를 합리적 행동으로 유도한다. 경험 기억이 인출되면, 냉장고 앞에서 자동차 키를 꺼내고, 아이스크림만 냉동실에 넣으며, 키를 잘 보관하여 자동차 운행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냉장고 앞에서 비닐 봉투에 자동차 키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했고, 자동차 키를 한 달 동안 냉장고에서 냉동시켜 버린 결과를 초래했다.
요약하면, 그녀가 아이스크림을 냉동실에 넣기 전 비닐 봉투 안에 자동차 키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한 이유는 40대 이후 진행된 노화로 인해 잠시 ‘깜빡’하여 생각 없이(무의식적) 아이스크림과 함께 자동차 키를 비닐 봉투에 넣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키는 귀중품이므로 잃어버리거나 놓아둔 곳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주의 집중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 것이다.
사람은 늙어가면서 특히 40대 이후로 ‘주의 집중’에 어려움을 겪는다. 물론 나이 먹는 것은 본인의 책임이 아니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엔트로피(entropy) 법칙3) 때문에, 세월을 탓해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주의 집중’에 어려움을 겪는 생물학적 원인은 뇌세포의 감소다.
인간의 뇌에는 신경세포가 약 860억 개4)가 있다고 한다. 이 중 대뇌피질에는 약 160억 개, 소뇌에는 약 690억 개의 뉴런이 분포한다. 소뇌가 뉴런 수에서는 가장 많지만, 인지 기능은 주로 대뇌피질이 담당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세포 수가 아니고 , 시냅스의 연결성, 신경회로의 효율성이 더 중요하다.PubMed Central 한겨레한겨레사이언스타임즈
여러 사이트의 내용들을 종합하여, 이 비전문가의 추론에 따르면, 일생 동안 860억 개의 뇌세포 중 최대 130억 개는 죽게 될 것으로 본다. 즉, 신경세포는, 20~30대는 신경연결이 최대로 늘어나서 그대로 유지하지만 40대부터 느리게 감소하기 시작하여 약 1~2%가 감소한다. 가속화는 60대부터다. 이때 누적계수로 약 5~10%로 감소하고, 80~85세는 부피기준 10~15% 감소, 뉴런 수 역시 약 10~15% 감소한다.PMC1 PubMed PMC2 Prenuvo
특히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인지 기능을 조율하는 전두엽 피질은 나이가 들수록 더 빠르고 뚜렷한 구조적 손상을 겪는 것으로 밝혀졌다. PMC Wikipedia: Neuroscience of aging해마 세포의 감소는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여러 형태의 치매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하지만 희망적인 것은, 특히 '성인의 해마에서는 하루 평균 약 700개의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성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새로운 뉴런이 연결성을 형성해 일부 손실을 보상하는 신경가소성(plasticity)의 증거다. 또, 시각 피질을 포함한 일부 후두엽 영역은 노화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된 구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PMC
그럼에도 우리의 뉴런(신경세포)은 기대수명 85세까지 대략 86억 ~ 130억 개 정도가 이런저런 이유로 죽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는 뇌의 물리적 부피 감소와 함께 인지 기능 저하, 주의력 감소, 기억력 감퇴로 이어져 늙으면 정신이 희미하거나 가끔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는 이유를 설명한다.
신경세포가 죽는 이유는 유전적 요인이 크고, 그 다음이 환경적 요인이다. 이러한 과학적 이론은 이제 상식이 되어 누구나 다 안다. 혹시 모르는 사람 있는가??
환경적 요인 중 대표적인 것이 스트레스다. 만성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과다 분비로 해마 시냅스를 줄여 신경세포 내 단백질의 형태가 바뀌고, 그 단백질이 ‘플라크(찌꺼기)’나 섬유 엉킴을 일으켜 신경세포에 들러붙어 기능을 교란하거나 세포를 압박하여 세포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것이 신경 세포의 죽음 과정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여러 신경세포 관련 과학적 '연구'들이 정확한 전문 지식인지는 나는 모르겠다. 다만 내가 지금까지 책이나 여러 사이트를 찾아보며 이해한 바는 그렇다. 인간의 뇌에는 약 860억 개의 뉴런이 있고, 하지만 인지기능에 중요한 것은 세포 수가 아니라 시냅스의 연결 강도이며,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나이가 들수록 '사멸'하고, 결국 이런 과정이 누적되면 뇌가 손상되고, 치매 같은 병으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싶다.
우리는 40대 이후 많은 걱정을 안고 살아간다. 직장에서 중견 간부로서 업무 스트레스, 자식 걱정, 부모 걱정, 노후 걱정 등 여러 가지 불안과 두려움이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조금식 비어가는 뇌세포. 뇌세포 죽음을 떨어지는 낙엽에 비유
이러한 삶 속에 우리 뇌의 신경세포는, 일상적인 스트레스와,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 유전적 요인의 영향으로 인해 하루에도 수천 개씩 서서히 죽어간다. 그렇게 쌓이고 쌓여서, 85세를 넘기면 우리의 뇌는 세포 수가 줄고 부피도 줄어들어, 뇌의 여러 영역에서 기능이 뚜렷하게 위축되기 시작한다. 뇌세포 15%나 없어졌으니 충분히 그럴만 하지 않은가!
이제 뇌세포 15%를 상실한 뇌는 몸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한다. 운동을 조절하는 영역, 감각 정보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영역,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에 있는 세포들이 점차 죽거나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여러 호르몬들이 조율되지 못해 균형이 무너진다. 몸속 장기들은 더 이상 뇌와 상호작용을 못하고, 신호가 끊긴 근육은 움직임을 잃는다. 이제 생명 전체를 오케스트라처럼 조율하던 뇌의 전기적·화학적 네트워크가 붕괴하는 그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나이가 들어 주의 집중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가 뇌세포의 죽음으로 인한 감소고, 이 과정은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과 겹치면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어, 결국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서 이야기한, 나의 국민학교 여자 동창이 자동차 키를 냉동실에 넣은 행동 역시, 치매 초기이거나 또는 노화로 인한 뇌세포 죽음과 그에 따른 뇌기능 퇴화와 관련된다는 것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고, 일면 타당한 가설로 보인다. 하지만 그 진위 여부는 정밀한 뇌 영상 검사나 신경학적 진단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문제다.
치매 또는 노화로 인한 뇌세포 퇴화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를 촬영해서 검사하면 그 진행 여부를 알 수 있다. 검사 결과 치매에 취약한 영역인 이마앞겉질, 이마관자옆 등의 세포 부위에 들러붙은 플라크(단백질 찌꺼기) 또는 섬유 엉킴 같은 비정상 단백질 덩어리들이 보이면 치매로의 진행 가능성이 클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덩어리들이 기억에 변화가 일어나기 10~15년 전에 형성된다는 점이다.5)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한 번쯤 fMRI 검사를 받아, 신경세포의 대규모 손상이 오기 전에 뇌 속에 비정상 단백질이 쌓이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에는 PET, MRI, 혈액검사를 포함한 조기 검진 방법들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또 다른 초기 치매의 특징은 ‘최근 기억의 결손’이다. 신경세포들이 의사소통하는 접촉 부위인 시냅스가 사라진 결과다. 발병 초기에는 시냅스가 재생될 수 있지만, 진행될수록 신경세포는 재생할 수 없을 정도로 죽음과 함께 영구 손상을 일으킨다.6)
하지만 이러한 연구 결과만으로 나의 국민학교 여자 동창이 자동차 키를 냉동고에 넣은 일이 치매의 초기 증상인지, 아니면 단순히 40대 이후 노화에 따른 건망증 때문인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무엇보다도 그녀 뇌에 대해 해부학적 검사나 뇌영상 촬영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건망증이 치매의 초기증상인지 여부는 과학자들끼리도 논란이 많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의 이른바 ‘자동차 키 냉동 일화’는 노화로 인한 뇌 기능 저하, 특히 주의 집중력의 일시적인 저하로 인해 순간적으로 ‘깜빡’해서 생긴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녀에 대한 해부학적 검사나 뇌영상 촬영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치매 초기 증상에서 흔히 나타나는 ‘최근 기억의 결손’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그녀는 그 일이 왜 일어났는지를 알고 있다. 즉, 그녀는 ‘그때 그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사고 자동차 키와 함께 비닐봉투에 넣은 일화逸話를 정확히 기억해냈다. 그녀는 사건 전체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녀의 상황은 정상적인 노화에 따른 주의집중 저하에서 비롯된 건망증일 가능성이 크다.
이상과 같이, 국민학교 여동창의 사례에서 보듯이 노화로 인한 뇌 기능의 퇴화는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시간은 때로 기억을 흐리게 만들고, 판단을 흐트러뜨리며, 결국 우리 노후의 삶을 비루하게 만든다. 그것은 엔트로피 법칙, 즉 우주의 모든 존재가 질서에서 무질서로 향하는 본질적인 흐름에 우리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간의 흐름을 무기력하게 운명처럼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노화나 뇌질환으로 인해 마음과 정신이 흐릿해지고, 스스로에 대한 통제가 약해지는 시기를 그저 비루하고 무기력하게 살아야만 하는 건 아니다. 그것이 인간의 숙명이더라도, 삶을 무의미하게 받아들일 이유는 되지 못한다.
인류는 오랜 시간 동안 과학기술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엔트로피를 늦춰왔다. 그 결과 우리는 건강연령을 연장했고, 노후의 삶에 품위를 더했으며, 질병과 고통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이것은 때로는 자연의 법칙에 저항하는 일이 반드시 나쁜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보편적 가치로 작용해왔다.
그렇다면 이제 남는 질문 하나, 우리는 뇌 건강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이다.
인간의 뇌와 신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질서가 무너지고 기능이 저하되는 방향, 즉 생물학적 엔트로피의 방향으로 향한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 속 실천을 통해 그 속도를 늦추고, 일정 부분 되돌릴 수도 있다. 다음의 여섯 가지는 노화를 늦추는 데 과학적으로 입증된 핵심적인 생활 습관이다. 정신 건강과 관련된 사이트는 수백~수천 개가 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고 과학자들마다 관점에 따라 다르고, 하지만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종합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은 뇌 건강과 대사 기능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산소 운동은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PubMed의 분비를 촉진하여 신경세포 간 연결을 강화하고, 기억과 학습 능력을 향상시킨다. 근력 운동은 인슐린 민감도를 높이고, 전신 혈류를 개선하며, 특히 뇌혈류량 증가를 통해 산소와 영양분의 공급을 원활하게 한다. 동심헌둘째, 채소와 식물성 중심 식단인 "지중해식"과 DASH(고혈압예방식) 식단"
은 염증을 줄이고 뇌혈관을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다. 풍부한 채소, 견과류, 생선, 올리브유 중심의 식단은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억제하고, 활성산소의 생성을 줄이며, 전반적인 염증 반응을 감소시킨다. 이로써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만성 염증 환경을 억제할 수 있다. Mayo ClinicMayo Clinic셋째, 혈압, 당뇨, 혈중 지질 등 대사 지표
를 중년기부터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고혈압과 고혈당, 이상지질혈증은 뇌혈관 질환 및 치매의 주요 위험인자로 작용하므로, 이러한 지표들을 목표 범위 내로 조절하는 것은 뇌의 미세혈관을 보호하고 노화를 늦추는 핵심 전략이다.넷째,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완충
은 호르몬 균형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만성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호르몬을 과잉 분비시키며, 이는 해마(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의 신경세포를 손상시키고 인지 저하를 가속화할 수 있다. 일정한 수면 습관과 명상, 호흡법 등의 스트레스 조절 기술은 이러한 호르몬 반응을 정상화한다.다섯째, 청각과 시각의 기능 유지 및 사회적 연결 유지
는 감각 박탈과 고립으로부터 뇌를 보호한다. 노년기 감각 기관의 기능 저하는 뇌 자극의 감소로 이어지며, 이는 곧 인지 기능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 보청기나 돋보기의 적극적 사용, 타인과의 대화, 사회적 참여는 뇌의 활성화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여섯째, 지적 자극과 창작 활동, 그리고 사회적 관계 유지
는 '인지 예비력(cognitive reserve)'을 확장시킨다. 독서, 글쓰기, 악기 연주, 새로운 언어 학습 등은 뇌의 시냅스를 강화하고, 이미 존재하는 회로 외의 우회 경로를 개발하여 뇌가 손상되더라도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다. 이러한 활동은 나이와 상관없이 시작할 수 있으며, 반복될수록 그 효과는 더욱 강화된다. 많은 사람과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것도 뇌 건강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이러한 실천은 단순한 건강 유지 차원을 넘어, 노화라는 자연적 엔트로피의 흐름에 저항하는 지속 가능한 뇌 보존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늙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어떻게 늙을 것인가'는 선택할 수 있다.
이 모든 활동이 뇌에서 호르몬을 분비시켜 신경세포의 시냅스를 활성화하므로 세포의 죽음을 예방하고 중요한 정신 기능을 노년까지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끝)
🔖 주(註)
1) 나는 굳이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라는 표현을 썼다. 왜냐하면 내가 졸업하던 시기만 해도 그 이름은 분명히 ‘국민학교’였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에게 ‘국민학교'는 단순한 학교 이름 그 이상이다. 70년대, 그 알 수 없는 시대의 공기,즉 가난과 배고픔 같은 것들이 스며든다. 여기에 ‘동창’이라는 말이 붙는 순간, 우리는 그 시절을 함께 지나온 공동의 기억 코드(추억, 친구, '내창', 가난,고사리,가족,동생 업고 학교 가기, 시골 등등)로 존재한다. 그러니 ‘국민학교’라는 말이 일본식 잔재라며 욕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건 어쩌면 역사적 흔적을 지우는 것일 수도 있고, 내겐 단순히 단어 하나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의 시간을 지우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 ‘경험 기억’을 호출하는 말은 ‘초등학교’가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국민학교’다. 내 유년의 감각과 장면들이, 거기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
2) 뇌의 기억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서술적 기억(의식)으로서 어떤 사실, 사건에 대한 기억을 말한다. 인간이 다른 사람에게 언어를 이용해서 설명할 수 있는 종류의 기억이다. 어제 저녁에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먹었는지를 기억하는 것(사건, 일화 기억), 우리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이 어디인지를 기억하는 것(사실, 의미 기억)이 있다. 다른 하나는 비서술적 기억(무의식)으로서 서술 기억과 달리 기억의 내용을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반복 훈련을 통해 형성되는 기억, 다른 말로 ‘절차 기억’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타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것처럼 복잡한 기술을 연마하는 것은 수없이 많은 반복 훈련을 거쳐서 이루어진다. 그렇게 한 번 동작을 익히고 나면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도 굳이 그것을 세부적으로 기억하지 않더라도 자동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 습관, 운동, 반응 등을 말한다.(이대열 지음, ⟪지능의 탄생⟫,바다출판사, 2021, p207) ↩
3) 무질서한 상태로 나아가려는 경향. 무질서의 정도. 자연 물질이 변형되어, 다시 원래의 상태로 환원될 수 없게되는 현상. 에너지가 불가피하게 소진되어 질서가 불가역적으로 흐트러지고,무질서하거나 이용 불가능한 상태로 바뀌게 되는 것. 형태가 해체되어 무너져 흐물흐물해지는것. 인간도 세월이 흘러 몸과 뇌의 세포가 죽어가면서 늙고 병들어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며 그 몸 또한 해체되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게 되는 것도 엔트로피 법칙을 적용 받기 때문이다. ↩
4) 여기에 흔히 아교세포라고 불리는 '교세포'의 숫자까지 합치면 "뇌에는 약 1,710억 개의 세포가 있다."라고 할 수 았다. 신경세표 860 + 교세포 850억 개 = 1,710억 개.
인간 뇌에는 평균 약 860 억 개의 뉴런과 850 억 개의 교세포가 서로 1 : 1 비율로 공존한다. 2009년 이소트로픽 프랙셔네이터 분석은 오래 이어지던 ‘10 : 1’ 신화를 깨고, “뇌 세포 총 1 710 억 개 가운데 절반이 교세포”라는 현재 표준값을 제시했다.PubMed
교세포는 뇌세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뉴런이 전기 신호를 통해 생각과 감정을 만들어내는 현악기라면, 교세포는 그 곁에서 무대를 조율하고 음향을 조정하며, 전체 연주를 완성하는 감독의 역할을 한다. 이들은 단순한 보조자가 아니라, 전기 신호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돕고, 대사 물질을 공급하며, 면역과 회로 청소까지 담당하는 정교한 조율자다.
교세포는 여러 방식으로 뉴런과 상호작용한다. 먼저, 뉴런 간 신호가 오가는 시냅스를 감싸면서 글루타메이트나 ATP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농도를 조절하고, 이온 균형을 유지한다. 또, 뉴런의 축삭을 ‘미엘린’이라는 절연 물질로 감싸, 전기 신호가 도약하듯 빠르게 전달되도록 만든다. 전기적 효율을 높이는 이 구조는 뇌의 연산 속도를 크게 향상시키고 에너지 소모를 줄인다.
뿐만 아니라, 교세포는 시냅스를 직접 포식함으로써 발달기에 형성된 과잉 연결을 제거하고, 병적 회로를 청소하는 역할도 한다. 이 과정은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필요하지 않거나 오류가 있는 회로를 정리해 뉴런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 또한, 칼슘 신호나 다양한 신경전달 물질을 통해 뉴런 간 신호의 강약을 세밀하게 조절함으로써, 뇌 회로의 유연성과 적응성을 높인다.
교세포는 면역 감시자이기도 하다. 병원체를 탐색하고 염증 반응을 조절하며, 죽은 세포를 청소한다. 동시에 뇌척수액의 흐름을 조절하고, 뇌 속 줄기세포의 환경을 관리하며, 손상된 축삭을 다시 절연해 복구를 돕기도 한다. 이처럼 교세포는 뇌 속 미세한 생태계 전체를 조정하고 유지하는 관리자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이 정교한 협업이 무너지면, 조력자였던 교세포는 뇌 질환의 ‘주범’으로 바뀌기도 한다.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축삭 말단이 수축되고 시냅스 대사 지원이 무너지며, 과잉 활성화된 교세포가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해 신경 손상을 유발한다. 다발성경화증에서는 교세포가 면역계의 공격을 받아 미엘린이 벗겨지고, 신호 전달이 심각하게 손상된다. 우울증이나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에서도 교세포의 과도한 시냅스 제거와 글루타메이트 수송 장애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포유류 뇌에서 뉴런 수 증가보다 교세포 다양화가 먼저 가속화됐다는 비교해부 증거가 있다. 이는 고차원적 사고, 장기적 학습, 환경 적응을 가능케 한 기반이 뉴런이 아니라 교세포의 조율 능력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빠른 전기 신호만으로는 고등한 인지 기능을 감당할 수 없으며, 이를 유지하고 보호하는 에너지·대사·면역 기반의 세포 네트워크가 먼저 필요했던 것이다." PubMed 나무위키위키백과
5) 에릭 캔델, 이한음 옮김, ⟪마음의 오류들⟫, RHK, 2020, p181)↩
6) 에릭 캔델, 이한음 옮김, 위의 책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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