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유지법

동물뼈는 단순한 구조 지지체가 아니다. 현대 생물학은 뼈를 내분비기관(endocrine organ)으로 분류한다. 특히 뼈에서 분비되는 오스테오칼신(osteocalcin)이라는 호르몬은 체내 여러 기관에 영향을 미친다. 주목할 것은 이 호르몬이 혈류를 타고 뇌에 도달한다는 점이다. 오스테오칼신은 세로토닌, 도파민, GABA1)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생산에 영향을 미쳐 기억과 학습을 촉진한다.

과학자들은 이 작용이 노화로 인한 기억 감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동물 모델을 통해 검증했다. 연구자들은 늙은 생쥐의 해마(hippocampus) 중 기억 형성과 관련이 깊은 치아이랑(dentate gyrus)2)부위에 오스테오칼신을 직접 주입했다. 그 결과, 기억을 담당하는 단백질인 PKA, CREB, RbAp48의 발현이 현저히 증가했다. 반면, 주사를 받지 않은 생쥐에선 이 단백질들의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더 놀라운 것은, 오스테오칼신을 투여한 늙은 생쥐들의 기억력 수준이 젊은 생쥐와 비슷해졌다는 점이다. 새로운 사물을 인지하는 능력, 미로를 기억하는 능력 등에서 향상이 나타났다. 심지어 젊은 생쥐에게도 오스테오칼신을 주사하자 학습 능력이 증가했다.

이러한 연구는 노년의 뇌 건강과 운동의 연관성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 나이가 들수록 골밀도(bone mass)가 감소하고, 그에 따라 오스테오칼신 분비도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운동은 뼈를 자극하여 오스테오칼신 분비를 촉진한다.

결국, 격렬한 운동은 뼈 질량을 증가시킨다. 뼈 질량이 늘어나면 오스테오칼신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게 되고 이것을 꾸준하게 뇌로 전달하게 되면 늙어서도 노화 관련 기억력 감퇴를 줄일 수 있다.

이로써 예로부터 전해지는 말,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이제 과학적으로 입증된 진실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노년에도 기억과 인지 기능을 유지하려면, 주 3~4회,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정도의 운동을 꾸준히 하고, 일정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사회적 자극의 최고 형태는 ‘이성과의 사랑’이다. 사랑은 정신을 자극하고, 정서를 풍요롭게 한다.

그러나 내 친구의 정신건강법은 다르다. 그는 오스테오칼신 대신 알코올이라는 ‘즉각성 신경물질’을 뇌로 전달시켜 자신의 뇌 건강을 유지한. 저녁이면 그는 놀라울 정도로 감성적이고, 논리 정연해지며, 과거 기억을 마치 동영상처럼 재생한다. 1달 전 마신 술값까지 정확히 기억해내며, 동네 편의점의 ‘파란병’ 소주의 위치까지 공간 기억으로 인출해 낸다. 허, 그것 참!!  뼈에서 호르몬이 나오는 것은 틀림없지만, 술에서 기억이 나오는 사람은 내 친구가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끝)


📌 주(註)

1) GABA(γ-aminobutyric acid)는 자연계에 분포하는 비단백질 아미노산으로 포유동물의 뇌나 척수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GABA는 뇌혈류 개선, 산소공급 증가, 뇌세포 대사기능을 촉진시켜 신경안정 작용을 하며 스트레스 해소, 기억력 증진, 혈압저하, 우울증 완화, 중풍과 치매예방, 불면, 비만, 갱년기 장애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기능성식품과 의약품으로 제품 개발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과학기술 지식인프라 사이언스온 (KISTI ScienceON)👉 국가과학기술보고서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Report.do?cn=KAR2009041366)

2) 치아이랑이란 과거의 경험과 새로운 경험을 구분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뇌에 있는 해마의 한 부분이다. 이곳에 문제가 발생하면 새롭게 들어오는 경험과 기존의 기억이 혼동돼 기억 구분의 경계가 무너진다.(성균관대학교 학생신문 – 성대신문 (Sungkyunkwan University Student Newspaper) 👉 치아이랑, 데자뷰와 기억력 문제의 해결책 제시(이성준 기자, 2009년 9월 6일) https://www.skkuw.com/news/articleView.html?idxno=7532)

* 이 글 첫 번째 단락부터 4단락까지는 ‘마음의 오류들’(에릭 캔델 지음, 이한음 옮김) p178~179에서 요약 편집한 것이며 2022년 9월 내가 가입한 네이버 '밴드'에 올린 글을 다시 이곳으로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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