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는 것?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불행하다. 불행은 환경, 성격 등에 의해 개인의 고유성이 서로 충돌하며 발생한다. 관점에 따라 아닐 수도. 불행은 행복의 반대다. 그러므로 불행은 우리의 적응 능력을 약화시키고 생존 조건에 영향을 미친다. 불행으로 인해 변형된 단백질이 우리 몸에 남아 병에 걸리거나 조기에 사망하거나. 때때론 아닐 수도.

그래서 불행하지 않기 위해서는 행복해야 하는데, 행복을 찾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많은 사람들은 불행의 요소들이 없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또다른 예기치 못한 파괴적 욕망이 발생할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행복의 욕망을 좇다 종국에는 파멸에 이르는 경우를 종종 봤다. 그들은 환경 자체를, 성격 자체를 없앴을 수 없음에도 그것을 제거하려다 더 깊은 나락으로 빠졌다. 물론 빈곤, 전쟁 등 실존적 위협으로부터도 불행이 발생하지만 여기서는 글의 주제가 아니다.

소설 『완전한 행복』(정유정, 은행나무, 2021년)은 이러한 행복에 관한 이야기다. 행복을 향한 욕망에 몸부림치는 ‘악인’의 악행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여자인 신유나이고, 그녀의 딸 지유, 전 남편 서준영, 재혼한 현 남편 차은호와 그의 아들 노아, 언니 신재인을 화자로 등장시켜 ‘악인’ 신유나가 행하는 욕망의 폭력성을 그렸다.

소설의 주인공 신유나는 나르시시스트다. 작가가 말했다. 행복하지 못해 이혼했고, 행복하기 위해 재혼한 30대 중반의 엄마이다. 사이코패스는 아니지만, 자기애 성향이 강하고 인격 장애에 가까운 사고패턴을 갖고 있다. 자신은 항상 옳고, 반박은 자신에 대한 모욕이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식이다. “자존심이 강하고 비극적이며, 매우 매혹적이라는 점에서 위험한 존재다.” ‘위험하다’는 것은 악의 요소가 내재되어 있음을 뜻한다.

그래서 소설은 자기애적 행복 강박에 사로잡힌 주인공 신유나에게 ‘매혹’된 타인들의 삶이 어떻게 파괴되는지 보여준다. 그런데 방법이 악마적이다. 2019년 발생한 ‘고유정 사건’에서 보여준 수법을 소설에 도입했다. 고유정처럼 전 남편 사체 유기, 수면제, 의붓아들 질식사, 아버지 회사, 양육권 대목 등이 소설에 나온다.

소설속 주인공 신유나에게 행복의 조건은 불행의 요소들을 없애는 것이다. 두 번째 남편 차은호가 “행복은 순간 순간을 하나씩 더해가는 것이고, 그러면 인생은 행복할 것”이라는 말에, 신유나는 “아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는 것”이라고 말한다.

주인공 신유나는 교묘한 거짓, 그 어떤 알 수 없는 매혹으로 타인을 사로잡는 능력은 탁월하나 세상은 자기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자기애적 성격 장애로 인해 타인들로부터 변심 2명, 이혼 1번, 해고 1번, 친입양자 문제 1명, 증오 1명 이라는 ‘그녀만의 불행’을 겪는다. 그녀는 ‘자신은 절대 잘못 없고 타인이 나를 이해하지 못해서’ 자신에게 불행을 안겨준다고 생각한다. 그녀에게 불행을 안겨준 사람은 그래서 6명이다.

대학 시절 동거하던 두 명의 남자가 변심하였고, 아버지는 그녀를 공금 횡령으로 해고했고, 전 남편 서준영과는 이혼하였으나 딸에 대한 법원의 면접교섭권으로 그녀의 행복을 방해했고, 현 남편 차은호의 아들 노아는 남의 자식이다. 어릴 때 어머니가 아파 그녀를 돌볼 수 없게 되어 아버지가 언니 대신 자신을 할머니 댁에 보내자 언니 신재인을 자기의 모든 걸 훔쳐간 “도둑년”으로 저주한다. 그녀는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그녀를 불행하게 만든 사람들이었다. 행복을 위한 ‘나의 것’이 결손되어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을 땐 그 존재 자체를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 그녀의 본래적 성격이다. 그들은 그녀의 행복을 가로막는 ‘불행의 요소’들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를 제거하기 위해 ‘뼈를 토막 내는 칼, 뼈 칼, 회칼, 도끼칼이 필요했고, 수면제와 믹서기를 구입해야 했으며, 뒷산밖에 오르지 못하는 그녀는 등산용 로프’를 구입했다.

그렇게 해서 남자 4명, 아이 1명이 죽었다. 대학 시절 동거하던 두 사람은 그녀가 타준 커피를 먹고 운전 중 졸음운전으로 죽었다. 아버지 회사에서 경리 직원으로 있으면서 공금 횡령으로 잘리자 아버지마저 그녀가 타준 드립커피 먹고 역시 운전 중 졸음운전으로 죽었다. 현 남편 차은호는 그녀가 타준 모과차를 먹고 정신없이 자다가 아들 노아를 질식사시켰다. 전 남편 서준영은 언니 신재인의 애인이었다. 그녀는 언니 신재인으로부터 서준영을 빼앗아 결혼했고 이혼 후 서준영이 법원의 ‘면접교섭권’으로 자신을 괴롭히자, 딸 지유를 만나게 해준다며 꼬여서 수면제를 먹이고 사체를 유기하여 할아버지가 물려준 반달늪에 사는 오리의 먹이로 주었다.

“그녀에게 한 번 ‘제 것’은 영원한 ‘제 것’이었다. ‘제 것’이 남의 손에 넘어가는 일은 용납하지 않는다. 그녀의 것이었던 남자들의 최후가 바로 그 증거였다.”

이러한 신유나의 잔인성은 그녀가 내뱉는 극단의 감정 표현들에서도 나타난다. 목소리 위로 송곳이 뚫고 나왔고, 입술 끝을 비틀고 웃으며, 면도날로 각막을 긋는 듯한 시선으로, 아기 유산 후 남편에게 “난 내 새끼 죽고 쓰러져 있는데, 넌 네 새끼랑 행복한가 보네? 죽은 내 새끼는 네 새끼가 아닌 모양이지?”,라고 카톡을 보내고, 잘못을 용서 비는 딸에게 “놔, 이 쌍년아”, 이를 말리는 의붓아빠 남편 차은호에게 “내 딸 만지지 말란 말이야, 개자식아.”라며 미친여자가 되고, 동거하다 헤어진 남자 친구에게 커피를 타주며 “잘 가요”라고 말을 건넸고, 이후 그 남자 친구는 졸음운전으로 죽었다. 말들이 소름 돋고 섬뜩하다.

이리하여 신유나는 자신의 행복을 위협하는 불행의 요소들을 그때마다 하나씩 제거하여 나갔다. 행복은 뺄셈이라는 자신의 방정식을 성립시킨 것이다. 이제 남은 가족 중 언니 신재인은 “도둑년”이므로, 남편 차은호는 이혼을 들먹이며 행복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으므로 또다른 ‘불행의 가능성’이 되며, 이것 또한 없애야 그녀는 행복의 “완전성”에 도달할 것이다. 신유나의 행복 세계는 “가족의 무결이고, 결함과 결핍이 없는 완전성”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신유나의 악행은 첫 번째 남편 서준영의 여동생에 의해 드러나고 언니 신재인과 남편 차은호가 연합하여 그녀의 정체를 밝혀낸다. 그녀는 욕망에 사로잡힌 악마였다. 거짓말로 가족을 속였고, 잔인했으며, 악마의 최후가 그렇듯 결국 모두의 파멸을 가져왔다. 죽음과 함께. 그녀는 남편 차은호와 언니 신재인마저 죽이려 하였으나 경찰이 혐의를 잡고 추적하자 반달늪 골짜기에 몸을 던졌고, 다음날 사체로 발견되었다.

소설은 ‘텅 빈 자아와 자존심’이 그녀의 행동을 설명하지만 ‘성격 장애자’ 신유나의 포악성은 어디까지나 생물학적 토대에 있었다. 실존적 위협이 아님에도, 이성에 의한 도덕적 판단보다 충동과 감정이 앞선 그녀의 악마성은 본성으로서 ‘성격 장애’에 가깝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럼에도 일부 사람들은 성격 장애의 원인을 환경 요인만을 탓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인간의 행동은 유전자와 환경의 복잡한 상호작용의 결과다. 신유나가 여덟 살때 아버지에 의해 할머니 댁으로 ‘버림받았다’는 충격과, 그녀 본래의 생물학적 요인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다. 때문에, 사회가 아무리 도덕적으로 진보하였다고 해도 ‘생물학적 장애’로서 환경과 결합한 유전적 변이는 늘 일어나고 ‘악인’은 언제든 출현한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신유나 같은 인간’에게 또 당한다.

그래서는 작가는, ‘세상 사람들이 전부 다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건 아니다. 나쁜 사람도 있고 나쁜 일들도 있다. 인간 본성에 이런 나쁜 게 있다는 걸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래야 인생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라고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얘기했다.

인간의 파괴성, 악마성은 우리 몸안에 배아의 형태로 있다가 욕망이 손짓하면 결국 유전자의 명령(?)에 의해 발현發現된다. 주로 중년 이후에.

이 책은 탄탄하고 섬세한 구조가 돋보이는 스릴러다. 악인에게서 나타나는 ‘극단으로 오가는 감정의 격차’를 이렇게도 잘 표현할 수 있다니. 물론 우리 나라 대표 작가니까. 정유정의 다음 작품도 기대해도 좋을 듯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 놓을 수 없는 긴장감과 압도적 몰입감으로 ‘악인’ 신유나의 정체를 추적하며 책을 읽으면 하루가 금방 간다.(끝)

*2022년 8월 내가 가입한 네이버 밴드에 올린 글을 다시 이곳으로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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