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별먼지(stardust)랍니다. 10억 년이나 된 탄소죠…"

137억 년 전 빅뱅(Big bang)이 일어나고 우주가 만들어졌다. 빅뱅 직후 10의(-)34초께 가장 작은 물질인 쿼크와 전자가 생겨났다. 10의 (-)6초가 되자 쿼크들이 모여 양성자와 중성자를 만들어냈다. 이때부터 1초까지의 시간 동안 우주의 모든 수소 원자핵이 만들어졌다. 수천억의 수천억 배에 이르는 우주 속 모든 별들의 재료가 다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몇 분 동안 양성자와 중성자들이 서로 붙어 헬륨 계통의 원자핵이 만들어졌다.

달과 행성을 제외하고 태양을 위시한 우리가 밤하늘에서 보는 별들의 대부분은 수소와 헬륨 덩어리들이다. 이 두 원소가 암흑물질을 제외한 우주 전체 물질 질량의 98%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별은 자신의 몸을 불태워 수소와 헬륨 이외의 물질도 만들어 낸다. 핵융합 과정을 통해 수소→헬륨→ 탄소→네온→산소→규소 순으로 만들며 마지막으로 철이 만들어진다. 이 물질들은 만드는데에는 수억℃에서 30억℃의 - 네온은 수억℃, 산소, 규소는 10억℃, 그리고 철은 30억℃ - 열이 필요하다. 그러나 별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온도와 압력에는 한계가 있고 철은 무척 안정된 물질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별의 일생 속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은 여기까지다.

별은 철을 넘어서는 물질도 만들어 낸다. 이 물질들은 ‘별의 죽음’을 통해 생겨난다.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별도 영원하지 않고 때가 되면 죽게 된다. 죽음이 임박하면 별은 초신성으로 폭발하는데, 이 순간 엄청난 열과 압력 아래 철을 넘어서는 물질이 생겨난다. 중금속이라고 부르는 구리와 납, 니켈, 금이나 은, 우라늄, 지구의 지각을 이루는 원소인 칼슘,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그리고 인, 황 등이다. 그리고 이것들은 주변의 우주공간으로 산산이 뿌려져 우주의 먼지가 되어 퍼져 나간다.

이 우주먼지는 우리가 삼라만상이라고 부르는 세상 모든 것들을 만들어냈다. 지구에 산과 들같은 자연을 만들어냈고 우리 인간을 위시한 생명체를 만들었다. 우리의 지구를 우주먼지가 뒤덮은 것이다.

생명체를 이루는 6개의 주요 원소는 탄소, 수소, 질소, 산소, 인, 황인데, 이것들도 모두 별이 죽으며 흩뿌린 우주의 먼지에서 왔다. 그중 인은 동물의 뼈와 디엔에이(DNA)를 구성하는 중요한 원소인데, 2013년말 우리 과학자 4명은 이것들도 모두 별이 죽으며 흩뿌린 우주의 먼지에서 왔음을 초신성 잔해의 관측을 통해 그 기원을 증명했다.

우리를 이루고 있는 이 모든 물질의 기원은 우주의 시작이라는 거대한 빅뱅, 그리고 별의 탄생과 죽음의 드라마 속에서 만들어져 지금 여기 우리 몸속에까지 전해졌다. 그리고 우리 몸은 45억 년 동안 지구 안에서만 머물며 미생물이나 동식물의 양분이 되어 생태계 속을 순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십억 년이 흘러간 먼 미래에, 우리의 별 태양은 수소 연료를 다 소진하여 뜨겁고 거대한 적색거성으로 팽창해 지구 궤도에 점점 가까워지게 된다. 결국 우리의 고향 지구는 엄청난 열의 태양에 흡수되어 모든 것이 녹아 마침내 종말을 맞게 된다. 그리고 지구 안에서만 순환하던 우리 몸속의 물질도 원자 상태로 그 속에 녹아들게 될 것이다.

이렇게 우리 모두를 흡수한 태양은 이제 탄소로 된 핵을 제외한 모든 물질을 우주공간에 다시 방출하고, 그렇게 방출될 물질은 허공을 떠도는 우주먼지가 된다. 이 미세한 먼지들은 기나긴 세월이 지나면서 다시 천천히 모이고, 중력 수축을 하며 가스 원반을 형성한다. 그렇게 수축하고 회전하면서 중심부의 온도는 서서히 올라가게 되고 어느 시점을 지나면 이제 충분히 뜨거워져 수소의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정도에 도달한다. 바로 새 별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주변의 물질들은 별의 주위를 돌며 돌과 가스 덩어리의 행성들을 만들고 땅과 하늘, 산과 바다 같은 것들이 생겨난다. 그중 일부에서는 지구에서 그랬듯이 생명이 생겨나 언젠가는 자신을 생각하고 우주를 바라보는 존재가 될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별에서 온 물질들을 통해 생명을 얻고 살다가 언젠가 다른 별과 행성, 생명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별에서 와서 다시 별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순환의 일부라는 것, 우리 모두는 결국 먼지에서 와서 우주먼지로 돌아갈, 그 사이의 짧은 시간 동안만 서로에게 사랑과 영감을 나눠줄 ‘별의 아이들’(starman)이다. 어릴 때 ‘우리는 죽으면 별이 된다’고 누군가로부터 들었다. 캐나다의 전설적인 싱어송 라이터 조니 미첼은 “우리는 별먼지(stardust)랍니다. 10억 년이나 된 탄소죠…”라고 노래했다.

김광석도 ‘먼지가 되어 날아가야지, 바람에 날려 당신 곁으로’라고 노래 불렀다. 먼지가 생명이고 사랑이고 당신의 숨결이다. (끝)

*한겨레신문, ‘16.1.23, 토요판 21면(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727471.htmlx)을 참조하여 2016년 2월 내가 가입한 네이버 밴드에 올린 글을 다시 이곳으로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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