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개 실종 사건
우리 집 개가 없어졌다. 한 달 전쯤 내 허락 없이 들어와 살던 어미개 한 마리, 새끼 두 마리가 며칠 전 소리 없이 사라진 것이다. ‘우리 집’ 개라고 하지만 ‘그’ 개들은 내가 구해서 키운 개가 아니다. 개줄이 풀어져 있었고, 매었던 개줄 자국이 반듯하게 난 것으로 보아 아마 방견(유기견)일 가능성이 높았다.
비오는 4월 하순의 어느 날 저녁, 유기견으로 보이는 어미 개는 새끼 두 마리를 데리고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배고픔이 역력했고, 비를 맞았는지 새끼들은 떨고 있었다. 막내처럼 보이는 새끼 한 마리는 나를 경계하며 슬그머니 구석으로 숨었고, 어미 개는 나에게 달라붙으며 마구 짖어댔다. 알수 없는 어떤 울음 같았다. 밥 주면 새주인으로 모실 수 있다, 고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 개 가족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내일이면 원래 주인을 찾아 그들의 집으로 가겠지 하고 생각하였고, 집을 비우는 일이 많은 나는 ‘그’ 개 가족들을 키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개 가족들이 스스로 알아서 숙식을 해결할 것을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나의 무관심 속에 ‘그’ 개들은 대문이 열려 있는 동네 이집 저집 들어가서 밥을 구걸했다. 삼거리 홍배네 집, 우리 작은 아버지네 집, 미경이네 집에도 간 것 같았다. 하지만 늘상 쫓겨났다. 동네 사람들은 주인이 버린 것으로 보이는 유기견인 ‘그’ 개 가족들에게 밥을 주지 않았다. 아니 줄 이유가 없었던 같았다. 유기견을 관리하는 것은 마을이나 기타 유기견센타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마을 리사무소에 연락하여 ‘그’ 개 가족들이 우리 집에 임시 거주(위장전입)하고 있음을 전화로 알렸다.
밥을 얻어먹지 못한 ‘그’ 개 가족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이 먹다 남은 고기의 뼈를 얻거나 다른 집 개가 먹다 버린 뼉다구를 찾는 일이다. 그러다보니 가끔 뼉다구가 우리 집 베란다에 나뒹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누군가에게 얻은 것이 아니다. 다른 집 개가 먹다 버린 것을 어디서 ‘봉근’것이 틀림 없었다. 뼉다구는 오래도록 햇볕에 노출되어 기름기는 이미 오래전에 증발된 상태였고,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마치 껍질이 벗겨진 마른 나무토막 처럼 말이다. ‘그’ 개 가족들에겐 그것조차도 음식이라고 참으로 아끼며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주인 없는 개의 서러움이 이런 것이로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 개 가족들은 배고픔이 역력했다.
그래서 나는 ‘그’ 개 가족들 위해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개밥’을 주었다. 그럴 때면 개들은 나를 주인처럼 생각하며 나에게 달라붙고 주위를 뱅뱅 돈다. ‘우리 가족들을 보살펴 주세요, 막내는 몸이 불편합니다, 제발 우리들을 버리지 마세요’ 라고 하는 듯 나에게 격하게 달라 붙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 개 가족들의 주인이 될 마음이 없었다. 키울 자신이 없을 뿐 아니라 괜히 정이 들어 나중에 헤어지는 아픔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리라! 나는 ‘그’ 개 가족들이 본디 자기 집으로 돌아가거나 유기센타에서 데려가 새로운 주인을 만났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그렇게 한 달여가 지나고 이제 6월이 시작되었다. 여름철은 개들에게 가혹한 계절이다. 특히 집 나간 개는 음흉한 자들이 노리는 첫 번째 타겟이다. 여름철 유기견의 운명은, 내가 봐도 분명 사납다. 운명은 어린 새끼라도 봐주는 법이 없다.
아직까지 마을이나 유기견 센타의 사람들은 ‘그’ 개 가족들을 데리러 오지 않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 개 가족들은 여전히 밥을 구걸하러 동네 여기저기 돌아다녔을 것이다. 사냥꾼의 촉수가 예민해지는 시기임에도 ‘그’ 개 가족들은 영문도 모른 채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이리하여 2018년 6월 1일, ‘그’ 개 가족들은 결국 모두 사라졌다. ‘그’ 개 가족들이 실종된 그날을 전후하여 우리 동네에 개장수가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 개 가족들은 뭇사람들의 생로병사에 바쳐진 것이다.
‘그’ 개 가족들이 없어진 지 3일이 지났다. 어제밤 나는 왠지 모르게 ‘그’ 개 가족들이 뛰어놀던 집 앞마당과 베란다를 서성거려졌다. 밥을 구걸하러 다녔던 동네 삼거리까지 나도 모르게 세 번씩이나 갔다왔다 해졌다.
저 멀리 밤 하늘의 별들이 푸르게 빛나고 있다. 제기랄, 달은 왜 이리 밝은 것이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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