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응급실2

어제 저녁 몸이 아파 집 인근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저께 새벽부터 설사와 함께 가슴에 붉은 두드러기 같은 반점이 생겨 무척 가렵고, 어제도 하루 종일 설사를 하였다.

원인을 생각해보니, 그저께 저녁 그러니까 금요일 저녁 사라봉에서 운동을 하며 목이 말라 수돗물을 한 바가지(삼다수 0.5리터짜리 병 하나 정도) 마신 것이 원인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장에 문제가 있을 수 있었고, 그것이 식중독마냥 몸에 두드러기가 퍼진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붉은 두드러기는 온몸에 퍼진 것이 아니고 가슴 부위에만 마치 벌레 물린 듯 뾰족하게 부어있는 형태의 반점이었다. 인터넷을 찾아봤다. 피부병에 대한 설명만 있었다. 전형적인 식중독 증상은 아니었다. 도움이 되질 않았다. 그동안 설사는 계속하고 가려워서 신경 쓰였다. 그래서 병원을 찾은 것이다.

병원 응급실은 여느 때처럼 바빴다. 그럼에도 의사나 간호사의 움직임은 더디다. 환자들은 모두 위독해서 찾은 것이다. 가끔 나처럼 ‘나이롱뽕’ 환자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참을 수 없는 고통 때문에 찾은 것이다. 119로 실려온 환자1)는 빠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을 것이고, 그들은 고통에 괴로워했다. 그럼에도 의사의 손길은 아직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당직 의사는 1명 뿐이었고, 그는 젊었다. 경험이 없을 것이 뻔하고 그의 손은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지방 중소도시의 중소병원의 한계가 아닌가 싶었다. 환자들은 의사의 예리한 통찰에 기대며 마이다스의 손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지만, 그래도 저런 진료 환경에 어쩔수 없는 일, 지금 당장의 고통만이라고 없애주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응급실 접수대 입구를 서성이고 있는 것이다.

내 차례가 왔다. 가슴에 붉은 반점을 보여주었고, 하루 종일 설사를 하였다,고 젊은 의사 선생님께 말씀하였다. 과거 병이력, 현재 앓고 있는 병 등 이것저것 물어보았고, 증상에 대해 전문의와 통화하였다. 전화를 끊고, 가슴에 붉은 반점이 있으니 엑스레이를 찍어야 하고, 설사를 하였으니 복부 CT촬영을 해야 한다,고 전문의가 얘기한 것을 나한테 얘기했다. 헐!!
접수를 하고 응급실로 들어갔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왔다. 가슴의 붉은 반점을 보더니 벌레 물린 것 같고, 배를 만지다 수술 자국을 보고는, 작년에 맹장염 수술을 하였다,고 했더니 CT는 필요없고 가려움증 주사 한 대 맞고, 약 2일치 드릴테니 긁지 마세요 하며 마치 ‘뭐 이런 환자가 다 있나, 바빠 죽겠는데’라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응급실에서 ‘내쫓았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런데 문제는 병원 진료비였다. 그들이 나한테 해준 것은 이것저것 물어보며 ‘조사’ 하고 그 내용을 차트에 기록한 것, 주사 한 대와 약 처방 해준 것 뿐이었는데, 정확히 75,270원이었다. 왜 왔나 싶었고, 우리 나라 의료 체계에 분노했다. 아파서 힘들고, 예리하지 못한 의사의 통찰이 아쉽고2), 75천원은 이 ‘백수’한테는 큰 돈이다.(하지만 병원 응급실은 본래 비싸다)
병원 간 심리적 작용 때문인지 몰라도 설사는 멈추었다. 그러나 가슴의 붉은 반점은 사라지지 않았다. 잠 자면서 생각했다. 가슴에 붉은 반점이 왜 생겼을까하고. 왜 하필이면 가슴일까? (끝)

주1) 그날 내가 본 119로 실려온 환자는 총 4명이였다. 배가 아파 호흡이 곤란한 70대 여성분, 평소 당뇨과 고혈압을 앓고 계시다가 쓰러져 실려오신 60대 중반의 남성분, 같은 증상의 70대 여성분, 다리가 부러진 70대 남성분
2) 나는 그 병원과 의사의 의료 기술을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나의 입장에서 아쉬워서 불만인 것뿐이다.

*2022년 8월 내가 가입한 네이버 '밴드'에 올린 글을 다시 이곳으로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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